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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윌로의 이상한 모험 - 자크 타티 회고전이 열립니다 본문

서울아트시네마소식

윌로의 이상한 모험 - 자크 타티 회고전이 열립니다

Hulot 2009. 5. 9. 12:17



드디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자크 타티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자크 타티는 종종 로베르 브레송과 비교되어 프랑스 현대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감독으로 평가받습니다. 로베르 브레송이 <시골 사제의 일기>를 만든 2년 후에 타티는 <윌로씨의 휴가>(53)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습니다. 타티의 특별함은 코미디 장르를 현대식으로 전환했다는 데에 있는데, 장 뤽 고다르는 심지어 타티의 첫 극영화인 <축제일>(49)이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45)와 닮았다며 ‘타티의 영화와 더불어 프랑스식 네오리얼리즘이 탄생했다’고 말했습니다.
타티는 르네 클레망과 클로드 오탕 라라의 영화에 배우로 출연하면서 영화계에 입문했고, <축제일>로 데뷔했습니다. 그는 브레송 이상으로 금욕의 작가로, 1982년 사망할 때까지 단지 6편의 장편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경제적 곤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 편수는 그가 지극히 엄격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타티는 할리우드의 제의를 거절하고, 그에게 제공된 유혹들을 회피하면서 평생 코미디의 협소한 경로를 밟아 나갔습니다. 그는 장면의 모든 디테일에 신경을 썼고, 잘못된 쇼트를 다시 촬영하거나 불만족스런 장면을 수십 번 재촬영했습니다.
코미디 장르로 보자면 타티의 영화는 막스 브라더스, 채플린, 버스터 키튼 등의 할리우드 무성영화의 전통을 계승, 혁신합니다. 하지만, 타티는 브레송이나 오즈처럼 자신만의 우주와 세계를 창조한 감독이기도 했습니다. 타티의 우주는 비평가인 미셸 시옹이 말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구성된 완결된 세계입니다. 그의 영화적 세계가 또 하나의 현실적 세계를 구성합니다. 타티는 관습적인 환상성을 부정하면서 지극히 사실적인 방식으로 코미디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은 코믹한 인물에게 더 많은 진실을 부여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진실’이란 웃음이 ‘있을 법한 현실’의 한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타티의 코미디는 일상에 대한 ‘탐구’에서 유추된 논리적인 개그에 가깝습니다. 그는 영화 속 모든 인물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 ‘코미디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타티의 영화가 지닌 독특성은 소리의 활용과 윌로라는 채플린의 찰리를 능가하는 독특한 인물에 있습니다. 타티는 늘 후시 녹음을 하면서 여러 차례 소리를 더빙했고, 목소리 중심적인 사운드를 탈피해 소음과 사물의 소리를 대사보다 더 중시했습니다. 자동차 경적소리, 사람이 앉을 때 소파가 내는 소리, 문이 열리고 닫힐 때의 문소리 등이 인간의 음성보다 더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일종의 물활론(物活論)적 개그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또한, 183cm에 달하는 타티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윌로’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창안했습니다. 목을 길게 내밀고 마치 타조처럼 기묘한 자세로 걷는 윌로는 선의와는 무관하게 그를 둘러싼 상황을 어찌된 일인지 더 혼란스럽고 무정부적으로 교란시킵니다. 윌로의 걸음걸이는 구부정한 자세처럼 기하학적인 궤적을 그리지만,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온통 무질서만이 남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타티의 영화가 지닌 현대성은 무엇보다 그가 ‘우리 시대’ 혹은 ‘현대 사회’를 코믹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타티는 무성 익살희극, 현대 영화, 팝과 아방가르드를 연결하면서 현대 문명사회의 풍경을 영화에 그려냈습니다. <트래픽>에서 타티는 채플린이 <모던 타임즈>에서 그러했듯이, 소비자본주의 사회와 현대인의 모습을 자동차의 단조로운 운동과 그것의 정체, 사고로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타티의 위대함은 채플린과 마찬가지로 그가 코미디를 시대의 ‘증인’으로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이번 ‘자크 타티 회고전’ 에서는 그의 데뷔작 <축제일>부터 <퍼레이드>에 이르는 6편의 장편 전작과 그가 주연, 각본, 감독한 단편 영화 3편을 포함해 총 9편의 영화가 소개됩니다.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부대행사
1. 시네토크
5월 23일(토) 16:00 <윌로씨의 휴가> 상영 후 - 이명세(영화감독)
5월 24일(일) 16:00 <플레이타임> 상영 후 -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_ 앞서 상영되는 작품을 보신 관객들께 시네토크 참여 우선권을 드리며, 남은 좌석에 한해 선착순으로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