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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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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소식

let the sunshine in

Hulot 2009. 7. 20. 02:48

 

 

 

한 여름의 시네마테크에서는 예년처럼 영화로 휴가를 즐기는 ‘시네바캉스’가 열립니다. 올 해는 특별히 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긴 영화축제가 함께 합니다. 7월에 열리는 ‘낙원음악영화축제’는 낙원상가라는 공간에 뭍어있는 시간과 역사, 기억을 음악과 영화로 반추하는 행사입니다.


 

2006년에 소격동에서 낙원상가 옥상으로 시네마테크가 이전해 오면서 우려도 많았지만 이제 이 곳은 또 다른 영화의 낙원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지금의 서울아트시네마는 예전 허리우드 극장이 있던 자리로 영화의 대중적 기억들이 남아 있고, 음악인들이 여전히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열리는 ‘낙원음악영화축제’는 그래서 우리들의 기억뿐만 아니라 대중적 기억을 장소에 표시하는 행사입니다. 영화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에서 휴고 뮌스터베르그는 영화가 기억, 정동과 결합한 것이라 말합니다. 영화는 심리적 현상을 시각적으로 가촉적이게 만들고 추억과 상상을 작동하게 합니다. 영화는 그래서 현실의 반영일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기억술의 보고로, 공동적이고 문화적인 기억의 대리인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상영하는 장소인 영화관은 기억과 상상의 여정, 회상의 장소이기에 옛 것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를 오늘날의 대지에 표시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도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주 부터 시작되는 '낙원음악영화제'에서는 대중적인 락 영화들과 쉽게 보기 힘든 러시아 뮤지컬 영화들이 소개됩니다. 이런 저런 영화들이 있지만 예전에 비디오로, 혹은 LD로 봤던 영화들 중에서 근 30년만에 만나는 밀로스 포먼의 <헤어>(79)나 마틴 스콜세지의 <라스트 왈츠>(78)가 오늘 같은 밤에 특별히 떠오르네요. 마지막 장면들이 여전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있어 이 영화들을 극장에서 함께 볼 때 어떤 느낌이 들지가 궁금합니다. 'Let the sunshine in'이 흘러나오는 <헤어>의 마지막 장면은 3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반복되는 전쟁의 어리석음을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라스트 왈츠>에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있지 않으며, 아버지의 나라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곳에서 이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누군가 기도하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지상에 천국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리는 <라스트 왈츠>의 라스트가 '낙원'에서 열리는 우리들의 축제의 느낌, 딱 바로 그대로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ny day now, any day now,

We Shall Be Released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