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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 본문

서울아트시네마소식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

Hulot 2010. 1. 16. 20:29

다섯 번째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서막 열어

2010년 1월 15일 저녁 7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제5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이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이 열렸다. 이번 친구들 영화제는 5주년을 맞이하기도 하지만, 전용관 문제로 겪고 있는 위기를 감독, 배우, 영화관계자, 관객들이 힘을 모아 헤쳐 나가자는 취지가 반영되어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된다. 개막식에 앞서서는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이하 전용관 추진위)’의 발족식도 거행했다. 그래서인지 이전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다. 예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뜬 표정들로 모여 영화에 집에 대한 공감과 사랑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밤. 그렇게 시작한 2010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 현장을 여기에 옮긴다.



1월 15일 저녁 7시경 서울아트시마에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다섯 번째의 생일잔치가 시작되었다. 초기부터 친구들 영화제의 사회를 진행하던 권해효 씨는 매년 한 해의 마무리를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한다면, 새 해의 시작은 친구들 영화제와 함께 한다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고, 예지원 씨와 함께 했던 작년을 떠올리며 올해는 쓸쓸히 혼자라는 재치 있는 말로 다소 엄숙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그리고 바로 개막영상이 상영됐다. 개막영상에는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 참석한 친구들의 영상인사와 추천의 변이 담겨 있다.

이후 본격적으로 참석한 인사들의 소개와 축사가 이어졌다. 첫 스타트를 끊은 인사는 영화진흥위원회 조희문 위원장. 그는 현재 서울아트시네마가 처한 상황으로 미루어, 존재감만으로도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라 더욱 이목이 집중됐다. 조 위원장은 “시네마테크 활동을 보면 대단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느껴진다. 과거에 필름으로만 영화를 보던 시기에는 개인의 힘으로 영화를 볼 방법이 없었기에 프랑스 문화원을 비롯한 곳에서 여럿이 모여서 영화를 봤지만 요즈음에는 DVD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수가 있는 환경의 변화가 발생했는데, 시네마테크를 계속 고집하는 것이 답답하기도 하면서도 그 열정이 소중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관객 분들이 영화를 즐기는 것인지, 친구들과 교감을 위해 이 공간에 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앞으로 저도 친구들의 명단에 포함되면 좋겠다. 앞서 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을 알고 있는데, 시네마테크가 있어야 된다는 것에 백퍼센트 동의하기 때문에, 앞으로 전용관 확보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좋은 결과를 얻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양가적 의미가 담긴 듯한 미묘한 인사말로 청중들이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기도 했다.

뒤이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최정운 이사장이 참석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린 말과 함께 친구들 영화제의 성격과 프로그램 및 부가행사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그 다음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대표인 박찬욱 감독의 차례로 이어졌다. 그는 “시네마테크에서 고전영화들을 보고 자란 젊은이들이 영화를 만들고, 또 그들이 먼 훗날 대가가 되어 시네마테크에서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하는 날이 온다면 좋을 것이라는 꿈을 꾸어본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두용 감독이 등장했다. 그는 “전 세계의 좋은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친구들 영화제에 대해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를 정말로 좋아하는 진지한 관객들의 모습에 깊이 매료됐다. 전용관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협조를 구한다”는 말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다음에 등장한 배창호 감독은 따로 준비해온 원고를 펼쳐들며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이 탄성은 시작에 불과했다. 배창호 감독은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토로했다. 영화를 통한 진정 강력한 체험이란 감독이나 작가가 자기의 삶에서 몸과 마음으로 절실히 느낀 체험을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공유해서, 관객의 생각과 마음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주는 체험이라는 것. 그의 진실하며 열정적인 호소는 많은 사람들을 진심어린 감동에 젖게 했으며, 장내가 떠나갈 듯한 함성, 박수갈채와 함께 개막식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을 이끌어냈다. 기립 박수를 치는 관객도 있었다.

이어서 전용관 추진위 위원장을 맡은 이명세 감독이 무대에 나왔다. 이명세 감독은 앙드레 바쟁을 인용하며, “영화관은 한편으로 미사를 드리는 서원 같고, 한편으로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열정을 되살릴 수 있는 시장판 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중적 속성을 가진 영화관의 시작이 바로 시네마테크라는 것. 마지막 인사말을 해준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생기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부산 시네마테크의 경우 내후년에 1600억 원을 들여 새롭게 짓는 공간에 이주할 예정이라는 말로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사회자는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집 없는 서러움은 이제 끝내야 한다”라고 한 목소리로 정리했다.

한편 이 영화제는 물론 서울아트시네마의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김성욱 프로그래머도 이번 영화제가 남다르다며 한마디를 전했다. 그는 “90년대부터 비디오테크를 해왔다. 열악한 조건에서 영화를 보았던 그 시절에도 꿈꾸었던 것은 온전하게 영화를 보고, 영화를 좀 더 알고,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영화에 있어서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화작업은 결국에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용관 추진위가 발족한 오늘은 저 자신으로서는 가장 경이적인 날이 아닐 수 없다. 시네마테크에 애정을 가져주는 감독들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개막작 <뱀파이어>는 영화사 고몽의 쓰레기통에서 건져 올려 되살아난 영화다. 이처럼 쓰레기통에 처박혔던 영화들을 구제하는 것이 시네마테크가 할 일일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들을 짧게나마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다. 개막식 행사에는 한국영상자료원 이병훈 원장, 시네마테크 부산의 허문영 원장 등 많은 영화계 인사들과 민규동, 김종관, 김정, 양해훈, 이서 감독, 그리고 유지태, 송강호, 신해균, 김상호, 박시연, 김옥빈, 정재영, 김윤석 등의 배우들이 바쁜 와중에도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자리를 빛내 주었다. 또한 이날 개막 상영작에 음악을 입혀 라이브로 들려줄 장영규 음악 감독 역시 일찌감치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50분여의 흥분에 가득 찼던 개막식이 끝나고, 개막작 <뱀파이어>의 에피소드 1편과 2편이 상영되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현장에서 만들어낸 다양한 효과음들, 그리고 국악 악기 연주를 통해 영화의 일부처럼 잘 녹아든 엠비언트풍의 사운드는 영화감상의 집중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에는 극장 로비에서 리셉션도 진행했다.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먹거리 뷔페가 차려져 있었고 로비를 가득 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며 음식과 음료를 즐겼다. 이렇게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에 대한 한 뜻으로 뭉쳐,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했던 많은 사람들의 열정적이고 즐거운 밤은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축제는 이제부터다. 이제 우리를 반길 준비를 하고 있는 위대한 고전영화들을 만나러 갈 차례다. 영화의 친구들과 함께. (박영석)


▶▶배창호 감독으로부터 영화의 성전에 날아온 편지

영화를 사랑하셔서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신 여러분께 새해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새해 건강하시고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이 극장에 오려면 멀티플렉스의 고소한 팝콘냄새가 아니라 돼지머리 고기 냄새가 풀풀 풍기는 비좁은 순대 골목을 지나야 합니다. 지난 60년대 말인가요, 제가 고등학교 시절, 이 허리우드 극장이 최초로 개장돼서 최신영사기를 갖춰 떠들썩하게 개봉한 <전쟁 프로페셔널>이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그때도 이 순대골목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오래된 극장에 몇 해 전부터 시네마테크라는 귀중한 공간이 자리 잡아 이제껏 일반 극장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개성 있는 감독들의 영화들이나 고전들을 비디오나 DVD나 PC모니터나 휴대폰이 아닌, 스크린으로 원판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의 도서관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습니다.

요즘 거대한 자본과 최신 과학기술이 결합에 만들어진 한 편의 3D 방식의 영화가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크나큰 호응을 얻으면서, 미래의 영화는 3D 영화일 것이라고 언론매체와 영화 산업계는 기대와 흥분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단순히 위안거리로 생각하는 대중들의 눈과 귀를 최대히 즐겁게 하려는 시도들과 노력의 결실은 이제 영화관을 깨인 체험관으로 변화시켜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행은 앞으로도 당분간 성행하리라 여겨집니다. 영화는 과학과 자본의 결합일 뿐 아니라 우리의 정신적 산물이기도 합니다. 벌써 천 몇백년 전, 로마의 한 철학자는 “무지한자는 예술의 쾌락을 음미하고 현명한자는 예술의 의미를 음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의 최신 유행영화들이 극장 의자도 흔들어 진동을 느끼게 하고 연기도 피우고 냄새도 맡게 하더라도, 그 체험은 일회성의 육체적인 자극일 뿐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영화를 통한 진정으로 강력한 체험이란 감독이나 작가가 자기의 삶에서 몸과 마음으로 절실히 느낀 체험을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공유해서, 관객의 생각과 마음을 깊고 넓게 확장시켜주는 그런 체험입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단순히 깨인 체험장의 역할뿐 아니라, 영화라는 표현매체의 즐거움을 통해서 인생을 느끼고 생각하게 해줄 수 있는 학교이자 도서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잘 연출된 영화는 일부러 입체안경을 끼지 않더라도, 우리의 상상력을 통해 마음과 감각으로 3D, 흥미체험, 현실세계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관객 스스로가 지니고 있는 이성과 감성이라는 맑고 투명한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매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다양한 영화들과 프로그램을 10년 가까이 소개해 오고 있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의 영화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늘 놀라움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영화도서관의 사서가 되고자 하는 이분들이 그토록 바라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하루빨리 세워질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 성원해주시기 바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들과 관객들의 즐겁고도 진지한 데이트 같은 이 친구들 영화제의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 배창호 감독님 개막식 축사 중에서.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