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오전 11시. 영화의  낙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소개하는 기자 회견이 열렸다. "
내년이 시네마테크 개관한지 1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는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영화인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라는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의 모두 발언으로 기자 회견이 시작되었다. 영화제의 상영작 하이라이트 동영상과 2012년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로 참여한 감독, 배우들의 영화와 시네마테크에 대한 근심과 지지, 후원의 메시지가 담긴 인터뷰 영상이 이어 상영되었다. 


"축하를 하기가 어렵네요. 저는 시네마테크의 앞으로의 십년을 사실 걱정하고 있습니다."라는 류승완 감독의 근심어린 발언에서부터 "시네마테크는 맑은 수원과도 같은 곳"이라는 이창동 감독의 후원의 메시지까지 영화인들의 수 만큼이나 발언은 실로 다양했다. 인터뷰 영상의 상영이 끝난 후에 김성욱 프로그래머  또한 "개관 10년을 축하하는
자화자찬의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네마테크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성찰을 담은 이야기도 있어 오늘 오신 기자 분들도 다양한 면모로 시네마테크의 십년의 소회를 들으실 수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본격적으로 '2012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메인섹션과 특별섹션,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10주년 사업과 관련한 간략한 설명이 있었고, 영화제에 참여하는 감독들을 대표해 기자회견에 나선 변영주, 이해영, 김종관 감독의 유쾌한 말들이 이어졌다. 







관객들도 투표를 거쳐서 장 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의 <화해불가>가 선택되었습니다(투표 동수를 얻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용서 받지 못한자>도 상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프린트 수급이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한 작품만 최종적으로 상영하게 되었다). 시네마테크가 선택한 영화는 <리스본의 미스터리>입니다. 올해 세상을 떠난 칠레 출신의 영화감독 라울 루이즈를 추모하는 마음으로 그의 유작을 상영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섹션은 개관 10년을 맞아 연속기획으로 진행될 100편의 영화사 걸작 상영의  첫 번째 기획전입니다. “100편의 시네마 오디세이”라는 제목으로, 그 첫 여행으로 8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에이젠슈테인과 동시대 감독이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보리스 바르넷의 영화를 필두로, 개막작으로 선정한 찰리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 그리고 채플린과 동시대를 살았던, 하지만 가장 끔찍한 역사를 남긴 히틀러를 다룬 한스 위르겐 지버베르그의 7시간 반에 이르는 <히틀러>, 21세기 최고의 작품으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선정된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포함해 총 8편입니다. 현재 일본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후나하시 아츠시 감독을 초대해, 한국의 영화인들과 대담을 나누는 행사도 마련됩니다. 영화제의 개막작은 채플린의 <황금광 시대>입니다.


2012년에는 다양한 10주년 사업이 시작됩니다. 아시다시피 얼마전에 서울시 의회에서 전용관 지원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쾌거입니다. 올 4월부터 많은 영화인들이 서울시에 시네마테크에 대한 안정적인 공간마련과 재정적 지원을 할 것을 역설했고, 그 결실로 전용관 지원조례가 만들어졌습니다. 서울시가 이러한 결의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0주년 기념사업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서 진행됩니다. 첫째, 100편의 영화 걸작선을 연속기획으로 상영합니다. ‘친구들 영화제’가 끝난 이후에 100편의 시네마 오디세이의 본격적인 여정이 12월까지 진행됩니다. 둘째, 개관 10주년을 맞는 5월에 특별한 개관기념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해외 초청전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셋째, 그동안 시네마테크가 관객들의 후원과 응원을 받아왔기에, 이제는 우리도 영화의 관객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 일종의 ‘미션 시네마’와 같은 특별 정책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개관 10년을 맞아 현역 영화인들을 후원하고 젊은 예술가를 육성하기 위해 시네마테크가 공공적인 역할을 새롭게 수행하려 합니다. 먼저, 교육의 활성화로 개별적으로 진행한 시네클럽과 강의를 일종의 개방적인 영화학교로 만들 생각입니다. 둘째, 젊은 영화 예술가들과 영화 스태프들을 위한 반값 관람료 정책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영화를 꿈꾸는 청소년이나 영화학교 학생들, 영화 스태프들이 시네마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관람료를 할인하는 것입니다. 물론 다른 재원이 있어야만 이 정책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기자회견에 참석하신 영화의 친구들로부터 영화제에 참여한 생각과 선택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변영주(영화감독): 저는 사실 시네마테크를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 시네마테크가 존재하는 이유가 산업의 논리로 보여질 수 없는 영화들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시네마테크를 찾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시네마테크의 존립과는 사실은 상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네마테크가 더 많이 대중들에게 인식되어 관객들과 더 쉽게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시가 시네마테크를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살롱과 라이브러리가 있어서 영화를 공부하고 토론하는 것이 한 공간에서 가능할 때 그게 사실 진정한 시네마테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직 여기엔 그게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런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문화산업과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제발 좀 이제는, 정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극장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제가 선택한 영화는 <차이나타운>입니다. 다른 감독님들의 선택작을 보면서 다들 자신들의 최근 작품이나 현재 진행 중인 작품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어 재미 있었습니다. 저도 <화차>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자주인공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 끊임없이 고민했고, 그 영화에서 제가 구현하고 싶었던 것을 끝내 물질적으로 구현해 낸 김민희라는 배우와 영화제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즐거운 일입니다. <차이나타운> 상영 날짜와 <화차> 개봉시기가 그리 멀지 않아서 그것도 너무 좋은 거 같습니다(웃음). 많이들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영화과 학생들이 극장을 자주 찾았으면 합니다. 현장에 나오는 영화과 출신의 스태프들을 보면 항상 안타까운게, 그들이 영화를 하게 만들고 계속 꿈꾸게 하는 영화가 우리의 그것에 비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과 교수들이 학생들을 영화제에 많이들 보내주었으면 합니다. 이건 극장이 잘되자는 것도 아니고, 영화제가 잘되자는 것도 아닙니다. 한국영화가 잘되기 위해서 그들이 시네마테크에서 영화를 봐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영(영화감독): 관객들이 이곳을 많이 찾을 수 없었던 데에는 시네마테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요즘의 현상들에 그 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서 요즘의 관객들이 더 게을러지고 더 수동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예전처럼 신문에서 영화의 광고를 찾아서 어떤 극장에서 무슨 영화를 하는지 찾기 보다는 자신이 멤버십으로 가입되어 있는 멀티플렉스에서 걸린 영화들 중에서 예매율이 높은 영화들을 고르는 수동적인 관람 방식에 관객들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영화를 인터넷에서 다운 받기도 쉽고 지하철에서 보기에도 수월해진 시대입니다. 영화를 한 편 감상한다는 개념과는 다르게 장면들을 소비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시네마테크가 문화적인 휴식공간으로 많은 것을 갖춰야만 하는데, 아직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다양한 관객층을 넓히는 것만이 아니라 이미 관객층이신 분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극장이 더 좋은 곳으로 옮겨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지금 이 공간에서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관객들이 볼 때 왠지 멀리 있고 어려워 보이는 영화인들이 있는 것 보다,  저처럼 약간 만만하고 애매해 보이는 사람이 자주 출몰하면 좀 더 친숙하게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여, 내년에는 저도 여기서 자주 영화 보면서 들르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저는 이번에 <부기 나이트>를 선정했습니다. ‘이것이 영화다’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폴 토마스 앤더슨이 떠올랐습니다. ‘이것이 영화다’라는 말에서 과거에 나에게 영화를 환기시켰던 영화나 동기가 되었던 영화를 떠올리기 보다는 나를 끊임없이 지향하게 만드는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현재 영화를 제일 잘 만드는 감독이 폴 토마스 앤더슨이라 생각합니다.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쭉 떠올랐는데, 개인적으로는 <매그놀리아>도 좋아하지만 <부기나이트>에 담겨 있는 캐릭터를 바라 보는 시선이나 시나리오를 쓰는 스킬, 연기의 디렉팅, 배우와 캐릭터를 잡아가는 방식, 음악, 촬영 등 뭐 하나 나무랄 것 없이 훌륭하단 생각입니다. 게다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제게 리프레쉬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하균씨와 같이 보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와 비슷한 캐릭터를 보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제에 참여하는 게 묘하게 뿌듯하고 묘하게 보람된 느낌입니다. 각자 집에 곶감처럼 귀중하게 갖고 있던 것들을 약간 쑥스러워하면서 벼룩 시장에 펼쳐놓는 느낌입니다. 상영작들을 보니까 저도 너무 기대되고, 관객으로서도 기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종관(영화감독): 영화가 만들어지면 만들어질 당시의 유행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당시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영화가 꽤 수명이 길다고 생각합니다. 그 긴 수명을 지켜주는 곳이 시네마테크입니다. 선배 감독님들 보다 저는 영화를 시작한지 오래되지 않았기에 이 공간이 정말 중요했습니다. 제가 영화를 시작하면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많이 봤었습니다. 이곳에서 영화를 많이 배웠고, 지난 영화들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처럼 시네마테크에 와서 영화를 배우고, 무작정 찾아왔을 때에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히로시마 내사랑>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심신이 가장 불안정할 때 일본으로 여행을 갔었습니다. 그 때 기차여행을 하면서 이 영화를 다시 봤는데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 느끼는 게, 여행을 하면서 낯선 공간을 찾지만 거기서 결국은 익숙한 것들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그 때의 저의 상황이 영화에 더 깊이 다가가게 했습니다. 그게 제가 시네마테크에 와서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입니다. 많이 오셔서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성욱:
 저희들의 입장에서는 공간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이유보다 최근에 극장 환경이 너무 시끄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상영 조건이 너무 열악해서 소음이 덜하고, 영사조건이 좋은 공간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서울시의회에서 전용관 지원조례안이 통과되었기에 서울시에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참석하신 감독 분들은 시네마테크의 10주년을 맞아 극장에서 이런 것은 정말 해보고 싶다는 게 있으신지요?


이해영:
올해 상반기에 <페스티발>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를 했었을 때,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제안해 영화를 본 다음에 몇 개의 장면을 발췌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기억에는 꽤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때 시네토크가 저에겐 굉장히 좋은 기억이었습니다. 사실 영화를 이야기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대단히 크지 않더라도 아기자기하고 깨알 같은 방식들 말입니다(웃음).


김성욱:
완전히 준비되지 않았기에 기자회견 때 말하진 않았지만, 지금 오신 감독들에게 제안했었던 게 있습니다. 결코 패러디는 아닙니다. 영화를 이야기하는 토크 콘서트를 조직해서 내년에 지역의 시네마테크까지 순회하는 행사를 벌이면 어떨까, 라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변영주:
시네마테크가 다양한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극장이지만 살롱과 라이브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그런 건데, 영화를 위한 토론의 공간이 요즈음엔 많이 없어졌다는 생각입니다. 영화 현장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도 시네마테크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이곳이 영화 하는 사람들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토크 콘서트 같은 다양한 이벤트들도 마련되면 또한 즐거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성욱:
이후에 구체적인 진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2년에 열살이 되는 시네마테크입니다. 더 젊은 새로운 행사들을 준비할 생각입니다. 10년을 걸어온 시네마테크의 앞으로의 행보도 꾸준히 지켜 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장지혜 (시네마테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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