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는 6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일본 현대영화를 대표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특별전을 준비했습니다. 극영화 데뷔작인 <환상의 빛>에서 최신작인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리고 국내에 소개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디스턴스>를 포함해 그가 감독한 8편의 극영화를 상영하는 특별전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정규 영화교육 과정을 따로 거치지 않고 TV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영화경력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후 송아지를 키우는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인 <또 하나의 교육>(1991)을 연출하며 본격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 나갔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는 처음부터 ‘상실’의 테마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정들여 키운 송아지를 떠나보내는 아이들이나 세상을 떠난 남편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 할 때(<환상의 빛>), 그는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엔 항상 슬픔의 정서가 깊게 배어있습니다. 평범한 가족의 일상을 다룬 <걸어도 걸어도>나 아이들의 모험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같은 영화들마저 슬픈 여운을 남기는 것은 등장인물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실의 과정을 통과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에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근심이 깔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그리는 세상은 언제 변할지 모르고, 그중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나빠질 때도 영화 속 인물들은 흔들림 없이 자신이 하던 일을 묵묵히 해나갑니다. 이런 태도는 사무라이 시대극인 <하나>나 판타지 영화인 <공기인형>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일본 3․11 사태를 다루는 그의 차기작을 더욱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특별전에 관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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