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이 재개봉 중이다. 이 영화는 혁명전야의 시대를 살아간 세대를 그린다는 점에서 그의 혁명적인 데뷔작이기도 했던 <혁명전야>의 주제를 다시 반복한다. 베르톨루치에게 중요했던 것은 혁명의 효과나 68혁명에 관한 영화가 아니었다. 혁명의 시절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혁명 이전의 가능성을 다시 사고하는 것. 말하자면 정치적, 성적, 미학적(영화적) 유산의 잠재성들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이번 3월에 상영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5월 이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보낸 시대에 관한 이야기로, 5월 혁명의 공기로 감싸였던 파리에서 시작해 혁명과 예술에 몰두했던 젊은이들의 방황을 그린다.


이미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카를로스>에서 70년대~80년대에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바 있다. <5월 이후>에서 그는 이제 자신의 분신이 분명한 주인공 고교생의 이야기를 빌어 한 손에는 돌을, 다른 손에는 붓을 들었던 청춘의 빛나던 시절을 노래한다. 소녀들과의 사랑 이야기 또한 빠질 수 없다. 1955년생인 아사야스는 68혁명 당시 열 세 살로 학생 운동에 참여하면서 음악과 예술, 그리고 영화와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앤디 워홀의 예술에, 그리고 기 드보르를 위시한 상황주의자의 운동에 매혹되었다. 젊은 날의 아사야스에게 중요했던 것은 당시 그가 살던 사회 체제에서 어떻게든 일탈을 시도하는 것이었다. 그 방법론으로 아사야스는 예술에 끌리게 된 것이다. 빛나는 청춘은 물론 다소 염세적이고 고독을 맛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세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시절은 그러나 지나갔고, 혁명에 뒤늦게 도달한 세대는 그러므로 그 어디에서도 이상향을 찾기 힘든 가운데 다시 혁명의 가능성과 잠재성의 기원으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아사야스의 영화는 그래서 장 뤽 고다르가 <즐거운 지식>에서 했던 표현을 빌자면 (영화)제로지대로의 회귀를 시도한다. 이 제로지대로의 회귀는 베르톨루치가 <혁명전야>에서 말한 현재의 노스탤지어가 아니다. 아사야스는 ‘그라운드 제로’를 맞았던 21세기에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해의 출발점으로 혁명 전후를 되돌려 구축하는 것이다. 5월의 빛나는 청춘과 만나기를 기원한다.

-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3월의 '시네마테크' 소식지에 에디토리얼로 쓴 글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와 베르톨루치의 영화가 3월, 동시기에 소개되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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