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나루세

나루세 미키오의 영화를 좋아했던 에드워드 양은 그의 영화적 특징을 ‘불가시의 스타일’이라 말했다. 오즈와 구로사와 아키라와 비교해 보자면 스타일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드워드 양은 <흐트러진 구름>의 라스트 신을 그 사례로 지적한 바 있다. 물론, 나루세의 영화에 스타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루세 영화의 옥외 장면에서 인물들이 둘이서 걷는 순간을 천천히 카메라가 따라가며 보여주는 이동촬영은 그 자체로 완벽한 스타일이다. 오즈 야스지로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나루세의 연인들은 때론 멈춰 서고, 때론 되돌아보며 걷는다. 이토록 아름답게 연인들의 발걸음을 완성한 감독을 찾기 힘들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루세의 스타일은 비가시적이다. 그간 한국에서 공개된 나루세의 영화가 대체로 12-13편 정도의 비슷한 목록들이 반복적으로 회자됐기 때문이다.
12월 20일부터 시네마테크가 준비한 “나루세 미키오 회고전”은 그런 나루세의 비가시성에 주목해 열리는 행사다. 지난해 처음 이 회고전에 붙인 명칭은 ‘Unseen Naruse’였다. 이번 회고전은 총 26편의 작품이 상영되는 최대 규모의 행사다. 나루세는 오즈 야스지로와 달리 예도물 藝道物 영화에서 연애물, 부부 이야기, 여성 일대기, 가족물, 시대물, 문예물, 그리고 심리 서스펜스 영화(이 계열의 작품으로는 후기작인 <뺑소니 ひき逃げ>(1966) 같은 영화가 있지만, 아쉽게도 이번 회고전에 포함되지는 못했다)까지 다양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이번 회고전에는 실로 폭넓은 장르 작품들이 망라되어 있다. 나루세는 제작사가 제안한 기획들을 결코 거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의 약함’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나루세는 영화사가 제시한 예산과 스케줄을 언제나 준수한 월급쟁이 작가이기도 했다. 그는 탁월한 예술가이지만 동시에 어떤 장르 영화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뽑아낸 ‘시스템의 작가’이기도 하다. <여배우와 시인 女優と詩人>(1935)이나 <여자 안의 타인 女の中にいる他人>(1966) 같은 작품들이 빠진 것이 못내 아쉽지만, 여전히 불가시의 영역에 있는 나루세 미키오의 세계에 한 발 더 들어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김성욱)

시네마테크 소식지 / 12월호. 에디토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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