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지아니 아멜리오의 <아이들 도둑>

 

 

 

지난 2013베니스 인 서울에서 <용감무쌍 L'intrepido>(2013)을 소개하면서 지아니 아멜리오 감독에 대해 잠깐 언급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그의 작품은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바가 거의 없다. 그의 전작을 소개하는 일은 아직 요원하지만 이번에 상영하는 <아이들 도둑>을 통해 그의 작가적 세계에 조금이라도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베니스 인 서울'에서 소개한 지아니 아멜리오의 '용감무쌍'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글을 참고.  http://cinematheque.tistory.com/434 )

 

영화의 내용은 지극히 단순하다. 어머니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한 11살 소녀 로제타와 그의 동생 루치아노가 젊은 경찰에 끌려 고아원으로 호송되어 가는 과정 중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힘든 현실에 노출되어 사회에 내던져진 아이들과 그들을 지키려는 경찰이 서로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이 밀라노에서 시작해 시칠리로 향하는 여정으로 그려진다.

 

아멜리오의 작품은 원제가 암시하듯이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떠올리게 한다. 내용적으로는 데 시카의 또 다른 두 편의 영화 <아이들이 보고 있다 I bambini ci guardano >(1942)<구두닦이 Sciuscià>(1946)와 어울린다. 네오리얼리즘과의 연계를 따지자면 밀라노를 배경으로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루키노 비스콘티의 <로코와 그의 형제들>(1960)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며, 비전문 배우의 기용과 로케이션의 활용, 드라마틱한 구조를 넘어선 보고와 산책의 형식이 분명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유산을 느끼게 한다. <자전거 도둑>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린 아버지와 그를 따르는 아들의 교감이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것처럼 이 영화 또한 경찰 안토니오와 두 아이들의 감정의 교류가 영화 후반부의 가장 중요한 정서이다. 물론 차이는 있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에서 자전거는 모든 이들이 원하는, 노동자의 삶에서 중요한 물질적 수단이다. 반면, 아멜리오의 영화에서 자전거를 대신한 아이들은 물질적 대상도 아니며 반대로 모두가 원치 않는 사회가 버린 이들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이들을 어떻게 포착하는가이다. 유일하게 도둑질의 대상이 되는 것이 영화 후반부, 프랑스 여행객의 손에 들린 카메라인 것은 사소한 설정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 카메라로 프랑스 여행자들은 소녀의 얼굴을 몰래 촬영했고, 이들은 나중에 소녀가 매춘에 가담했던 사실을 알고는 동정을 표한다. 로제타는 이를 거부한다.

 

 

 

 

여행객의 시점, 혹은 동정의 시선을 대신하는 것이 이 영화 속 두 아이들이 사람들과 만나는 순간들이다. 가령, 아이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수녀원에서 동생 루치아노가 천천히 아이들이 수업을 받는 교실을 둘러보고 병원에 혼자 누워 있는 여자아이인지 남자애인지 알 수 없는 병약한 아이와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이 있다. 병실의 아이는 손거울을 보며 혼자 노래를 부른다. “나는 아주 작은 물고기를 보았네. 지독한 감기에 걸렸고 더러운 물에 병들었지만, 병원에는 그 물고기를 위한 방이 없었다네.” 루치아노는 그 아이를 쳐다보며 미소를 짓는다. 이 영화의 아름다운 순간들(아마도 시칠리로 향하는 바닷가에서 세 명이 함께 수영을 하는 장면은 그들에게 허용된 가장 행복한 순간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끔찍한 순간들이 이런 식으로 보여진다. 영화는 그런 여정을 그리는데, 이탈리아 남부로의 여정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밀라노 북부의 닫힌 세계와 대조적으로 열린 공간과 자연적 환경을 재전유하는 과정이다. 바다, 해변, 여름의 풍경이 펼쳐진다. 다른 한편, 북부에서 남부로의 여정은 아이들이 태어난 기원적 장소로 회귀하는 과정으로, 남부에서 북부로의 경제적 이주의 과정을 반대로 밟아가며 훼손된 순수성과 영혼의 가치들을 재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사회적 차원의 해결이 결말로 제시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향한 물리적 폭력과 사회적 불관용의 시선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두 아이가 진정으로 함께하는 순간을 보게 될 것이다.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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