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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1월 8일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로 개막합니다 본문

2008시네마테크친구들영화제/Cine-NEWs

1월 8일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로 개막합니다

Hulot 2008. 1. 4. 20:05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를 몽라의 연주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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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8일 7시 30분, 세 번째로 열리는 ‘2008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버스터 키튼의 <셜록 주니어>를 개막작으로 시작합니다. 이번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지난 5년 동안의 시네마테크 활동을 되돌아보며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시네마테크의 새로운 영년’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개최됩니다. ‘시네마테크의 새로운 영년’을 선언하는 것은, 시네마테크가 영화를 보는 즐거움과 관객과의 교감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을 포함해 더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영화의 역사를 해석하고, 과거의 영화들을 통해 미래의 영화를 이야기하며, 또 새로운 영화의 탄생을 기원하는 소망의 피력이기도 합니다. 피아니스트 몽라의 연주와 함께 개막작 <셜록 주니어>가 상영된 뒤에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후원의 밤’ 행사도 열릴 예정입니다. 

무성영화 시대 극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 <셜록 주니어>는 지금 이 곳의 시네마테크 공간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할 것입니다. 또, 피아니스트 몽라의 연주와 함께 상영되어 관객들이 새로운 영화 체험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개막식 이후에는 1월 14일(월)에 한 번 더 상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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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에 소격동 시절의 시네마테크에서 대대적으로 버스터 키튼 회고전을 개최했었다. 장편 전작과 단편 대부분의 작품들을 35미리 필름으로 상영했던 기획이었다. 버스터 키튼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프리츠 랑, 또는 장 뤽 고다르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20세기의 영화, 특히 세기 초의 영화가 어떠한 것이었는지, 그리고 영화가 모던한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키튼은 영화가 탄생한 1895년에 태어났다. 그는 1920년대에 서커스와 마임에 기원한 무성영화의 근본적인 장르인 익살희극(뷔를레스크)의 창시자로 전성기를 구가했고, 유성영화가 도래하던 20년대 후반에 서서히 영화계에서 사라져, 30년대 이후에는 완전히 망각된 존재가 되었다. 그는 1933년 이후에 대략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대중들의 기억에 남는 영화는 고작 <선 셋 대로>나 <라임 라이트> 정도였을 뿐이다. 이들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미미한 조연에 불과했다. 그런 키튼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다시 소개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기회 덕분이다. 1954년 어느 여름밤. 버스터 키튼은 아내와 함께 <제너럴>이 상영되는 L.A.의 코로넷 극장을 우연히 방문합니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자신의 옛 영화를 결코 보려하지 않았던 키튼이기에 이 방문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습니다. 당시 극장의 지배인이었던 레이먼드 로하우어는 키튼에게 무성영화의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고, 키튼은 자신의 차고에 몇 편의 영화가 있다며 필요하다면 가져가라고 말합니다. 다음 날 키튼의 집을 방문한 로하우어는 그의 주차장에서 <세 가지 시대>, <전문학교>, <셜록 주니어>, <항해자> 등의 질산염 프린트를 발견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파산한 ‘버스터 키튼 프로덕션’의 유실된 영화들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그 덕분에 할리우드 무성영화의 80% 이상이 소실되었음에도 키튼의 영화는 이례적으로 1950년대 극장에서 다시 새로운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60-70년대에 새롭게 조명을 받았고, 영화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던 1995년(마찬가지로 키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던 해)에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95년. 키튼의 탄생 100주년에 맞춰 새로운 ‘버스터 키튼의 예술’이란 세 박스 세트의 디비디가 출시됐는데, 11편의 극영화, 19편의 투 릴 영화들이 수록되었다. 대중적으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였다. 



할리우드의 이방인이었지만 방랑자 ‘찰리’의 캐릭터를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채플린이 냉전의 시기에 할리우드에서 추방되면서 상징적인 인물로 남은 것과 달리 키튼은 할리우드의 시스템의 화려한 조명 아래 그림자속으로 조금씩 느리게 일식되어버렸다. 이는 키튼의 불가피한 운명이었을 런지도 모른다. 언제든지 모던한 세계를 떠나 자유롭게 방랑할 수 있던 찰리와 달리 시스템에 순응하는 것을 일찌감치 습득했던 키튼은 자신의 몸을 모던한 세계의 기계화된 리듬에 최대한 적응시키려 했고, 그 비인격적인 시스템에서 자신의 안정적인 위치를 발견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벌였다. 키튼의 영화속 캐릭터는 그러므로 그의 운명이다. 키튼의 영화는 채플린의 낭만적인 방랑자와는 대조적으로 모던 사회의 인간이 처한 복잡한 조건, 시스템에 대한 현대적인 예리한 통찰이 있다. 그의 전설적인 ‘여백의 얼굴’ 표현은 실제로 그가 통제하기에 너무나도 거대하고 너무나도 복잡한 시스템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려는 사람의 필사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키튼은 말하자면 인사이더가 되고자 했던 타고난 이방인이다. 운명과 필연, 기계적 리듬과 필사적 노력이 만들어내는 웃음들. 예를 들어 <제너럴>(1926)에서 기관사인 키튼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애인을 납치한 북군병사들을 쫓아 기관차 ‘제너럴’을 몰고 추격전을 벌인다. 키튼은 기관차에 탑재된 대포에 불을 붙여 전방의 기관차를 겨냥하는데 이 순간 대포의 포신이 갑자기 주저앉아 오히려 키튼의 기차를 겨냥한다. 위험에 빠진 키튼. 당황한 키튼은 기차의 운전좌석으로 대피하지만 포탄은 이제 막 발사될 직전이다. 이 순간 기관차는 커브에 접어들고, 수평으로 발사된 포탄은 정확하게 직선으로 날아가 북군병사가 탄 기관차에 명중한다. 대포는 키튼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에서 키튼의 의도를 따라온 것이다. 기계를 통제하려는 키튼의 몸, 자율적인 대포기계, 이탈하는 선로와 포탄의 궤도. 이렇게 웃음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계열의 각 요소는 기능 없다. 목표에의 관계성도 없다. 그러나, 기능도 관계도 없는 다른 요소와 관계안에서 무언가가 계혹 획득된다(들뢰즈)'. 키튼의 영화에서 사랑과 결혼 또한 이와 유사한 패턴을 반복한다. 영화 속에서 키튼은 매번 채플린과 마찬가지로 한 여인을 사랑하지만 그녀와의 연애의 성공은 늘 예상치 않은 방식으로 갑작스레 다가오고, 둘의 사랑은 매번 결혼식이란 최종적인 절차를 요구받는다. <스팀보트 빌 주니어>에서 갑작스런 태풍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지만 키튼은 아버지, 연인을 차례로 구한 뒤에 급기야 조난중인 목사를 물에서 구조해 결혼식을 치른다. 이는 낭만적인 사랑과-할리우드 시스템이 요구하던 결말- 거리가 멀다. 가령 <전문학교>와 <셜록 주니어>의 마지막 장면의 결혼식은 이미 죽음을 예고하고 있다. 키튼의 액션-개그는 영화(라는 기계)에 불안한 생체역학을 도입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인간은 모던-타임즈의 자동주의에 걸맞는 새로운 리듬으로 사랑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가피한 순응이라 불러야할 이런 노력은 키튼에게 기대보다는 거대한 의혹을 불러왔는데, 이는 <셜록 주니어>의 마지막 순간, 그가 영사실 창문으로 스크린 위의 영화를 바라볼 때의 미심쩍은 표정에서 감지될 수 있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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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소개
몽라 Live Performance of Monla
헤이리 페스티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등에서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으며 우리나라의 최초의 여성 테레민 연주자로서 일본, 프라하 등 국내외에서 활동 중이다. 프랑스 파리 에꼴 노르말 등 정통 음악학교에서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월드, 유로피언, 재즈, 뉴에이지, 라운지, 보사노바, 샹송, 블루스, 랙타임에 심지어는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대안적인 뉴에이지를 한껏 그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발매된 첫 앨범 ‘꿈꾸는 아이 몽라’에 이어 곧 출시될 2집 앨범에서 영화, 사진, 미술, 전시, 무용, 인형극 등 다양한 예술문화에 대한 관심을 음악으로 표출하려 하는 젊은 ‘씨네마틱 크로스오버(Cinematic Crossover)’ 뮤지션이다.

연주의도
“초창기 무성영화 시절에는 스크린 앞에 오케스트라나 소규모 악단이 자리해서 화면에 맞춰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사는 없이 다른 음향들은 모두 있는 상태로 만들거나 혹은 음악만 집어넣는 형태로도 상영되었죠. 이번 <셜록 주니어>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부분의 절충된 실현과 함께 영화의 해석을 도울 수 있는 '음악과 함께 보는 영화'로 감상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화면에 맞춰 영화의 테마를 곳곳에 장식하며, 특별히 장면에서 대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우에는 음악 또는 음향의 의도에 따라 영화의 흐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즉흥적으로 연출될 피아노 연주,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일렉트로닉 효과, 1924년경에 개발한 고주파 합성장치로 두 개의 안테나 사이에 흐르는 미세한 전파를 이용한 독특한 악기인 테레민 등의 효과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흑백 무성영화의 대표적인 감독 버스터 키튼의 비현실적 공간인 ‘꿈’을 매개체로 하여, 음악과 함께 영화 속 캐릭터들을 일반적인 틀에서 벗어난 휴머니즘에 대한 시각으로 바라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