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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6월 10일부터, 로만 폴란스키의 60년대 대표작을 상영한다. 원래는 6편 정도의 작품들을 예정했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세 편으로 확정됐다. 60년대 만든 대표작인 , , 가 상영된다. 작품에 대한 간략한 정보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만 폴란스키의 60년대 영화는 을 포함해 심리적 공포영화가 주를 이루는데, 그 중 는 가장 기이한 공포영화라 할 수 있다. 1965년작인 는 일종의 사이코 서스펜스 영화로 한 여성이 조용히, 그러나 아주 충격적으로 광기로 미끄러져들어가는 과정이 흑백화면의 차가운 질감과 금욕적 구성에 쉬르 리얼리즘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루이스 부뉴엘의 에서 매혹적인 자태를 선보인 카트린느 드뇌브가 광기에 빠진 주인공으로 출연해 대담한 연기를 보여준다. 런던의 뷰티..
이번 '9주년 개관기념 영화제'에서 상영하는 브루노 뒤몽의 에서 폭력이 이 세계에서 자연스런 것이라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럼 순수한 사람들은 어떡하지’라고 묻는다. 그는 정색을 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순수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 너 또한 세계에 가해진 굴종에 책임이 있는 거야’라 말한다. 고다르의 에서 나나가 자신의 손을 들어 '내가 손을 드는 것은 내 책임이야'라며 세상의 모든 책임을 말했던 것처럼, 이 순간 남자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에 우리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손으로(혹은 선택의 잘못으로) 그런 전쟁과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에게 정치적 힘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삶의 조건이자 모럴의 조건이다. 삶에서 본질적인 것..
9번째 시네마테크의 생일잔치가 5월 10일 열린다. 2002년 5월 10일에 서울아트시네마가 아트선재센터 지하에서 문을 열었으니, 올해가 횟수로는 10년째이고 만으로는 9주년이다. 오래 이 곳을 유지해왔다는 것에 자랑질을 할 때가 생일날이 아닐까. 개관 9주년 기념 영화제9th Anniversary Cinematheque Film Festival, 를 하는데 작년과 마찬가지로 최근작들 8편과, 올해 4월 9일 세상을 떠난 시드니 루멧 감독을 추모하는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시드니 루멧의 경우는 원래 5편 정도를 예상했는데('네트워크', '개같은 날의 오후', '허공에의 질주'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초기작 한 편과 그의 유작을 상영하게 됐다. 1959년작인 '뱀가죽 옷을 입은 사나이'는 말론 브란도와..
영화감독이 영화사에 이름을 알리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 칸이나 베를린, 혹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작에 오르면 그래도 이름이 남는다. 둘째, 거대한 흥행기록을 세웠을 경우. 영화잡지이든 신문이든, 혹은 심지어 영화사와 관련한 책에도 흥행성적이 좋았던 영화들은 남게 된다. 셋째, 비평가나 저널리스트 혹은 학자들의 책에 이름을 남기는 경우. 앞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비평가들이 영화에 대해 호의적으로 쓰거나, 학자들이 영화책의 저술에 분석글을 남기게 되면 그 작가는 이후에도 의미있게 다뤄지는 법이다. 이 세 가지에 들지 못할 경우 작가가 이름을 남기긴 어려운 법이다. 그저 필름에 그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상 B급 영화의 감독들 상당수가 이름을 남기지 못했기..
B급 영화의 제왕이라 불린 로저 코먼의 자서전 제목은 이다. 그는 3백여 편의 이상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중 2백 80편이 이익을 남겼다고 말한다. 여기서 요점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손해를 보지 않았는가’이다. 이런 탁월한 채산성과 다산의 태도가 로저 코먼의 장인정신이자 B급 영화의 미덕이다. 돈을 버는 일은 A급 영화의 몫이다. B급 영화의 작가들은 야구선수가 타석수를 늘려 타율을 높이려는 것처럼 다작으로 영화사에 기여하고자 했다. 로저 코먼이 괴팍한 인물이거나 남달라서 B급 영화를 만들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가 할리우드 영화계에 뛰어든 1950년대 초반에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젊은 감독들은 그래야만 했다. 메이저 영화사들이 스튜디오를 매각하고 자사의 영화관을 정리하던..
새로운 영화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어떤 영화감독들은 무인도에서도 영화를 만들거라 말했다지만, 사실 거의 모든 감독들은 대중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아줄 거라 여기며 영화를 만든다. 물론 영화를 만든 이후에 관객과 만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마치 상품이 교환의 곡예를 넘어야 실현될 수 있듯이, 영화 또한 관객과 만날 때 성립될 수 있다. 아니 극장에서 상영의 기회를 잡아야 그 이미지가 펼쳐질 수 있다. 그러나 상품의 곡예보다 심하게 영화의 성립과 실현은 영화를 보는 사람과의 심각한 거리를 노정한다. 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감독들은 새로운 장치들과 전략들을 고안한다. 관객들에게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예상하고 그것에 변화를 주기 위해 그리피스는 평행편집을, 에른..
‘피 흘리는 샘’ 혹은 ‘폭력의 피카소’라 불린 샘 페킨파는 6-70년대 아메리칸 시네마의 감독들 중에서 서부의 신화를 의문시하면서 가장 전복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 작가이다. 페킨파 영화의 독특한 시학은 베트남 전쟁, 정치적 암살 등으로 표출된 아메리카의 폭력적 에너지를 역사의 죄의식과 연결하는 것이다. 미국적 프런티어는 이제 물리적 여정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이며 움직임의 선 또한 내부화된다. 방황하는 인물들의 폭력 또한 몸을 파괴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영화적 이미지, 즉 표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폭력의 경향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 말미에 보이는 극단적인 커팅, 수천 개의 쇼트로 구성된 장렬한 총격전은 줌 렌즈와 느린 화면들의 활용으로 폭력의 잔상을 관객들에게 ..
지난해 에릭 로메르의 부음을 접하면서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2001년 7월 29일. ‘문화학교 서울’ 주최로 아트선재센터 지하에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에릭 로메르의 17편의 작품을 상영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했었다. 당시 문화학교서울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기획한 두 번째 회고전이었다. 지금에야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에서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작가이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가 개봉당시 천명의 관객을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그는 소수의 시네필들에게만 알려져 있던 인물이었다. 그러니까 2001년의 회고전은 로메르를 국내에 처음 온전하게 알리는 행사였다. 회고전에 즈음해 로메르의 영화사인 ‘로장주 필름’(로메르는 누벨바그 작가 중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영화사를 설립해 40년 동안 거의 전작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