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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비가 내리는 걸 지켜보다, 문득 한달 전쯤에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아시아 독립영화들을 소개하는 행사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의 상영이 있었고 감독과 간단한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허 지엔준이라는 중국의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황하강 유역의 작은 마을을 촬영했다. 고기를 잡는(그 일외에 달리 할게 없는)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 도시로 떠나려는 이야기다. 그 먹먹한 강이 떠올랐던 건 아마 비 때문이었을텐데, 사실, 지난 주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작가를 만나다'에서 상영했던 강미자의 를 보며, 이 영화를 또한 떠올렸다. 떠나는 자와 남아 있는 자의 이야기, 딱 그런 설정이 유사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문득 떠나는 일들이 그리웠던 탓일까. 아니면, 떠나지 않고 살고 싶은 것일까. 생각이..
베이유에게 중력은 인간 내부에 다른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 인간은 중력의 하강감으로 도주한다. 그런데, 은총은 굳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할 때에 발생하는 조용한 고양감이다. 이것은 상승한다. 중력과 은총은 그래서 우선 자기의 내부로 하강하는 때에 타자를 받아들이며 상승해, 거기로부터 새로운 자신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개인은 집단, 혹은 사회적 연대를 거치지 않고 상승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그것을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베이유는 그런데, 페랑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말로 친한 대화는 두 명이나 세 명의 경우 밖에 없다고, 다섯이나 여섯 명이 넘어가게 되면 벌써 집단의 말이 지배되어 악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한다. 중력만이 더 가중되어 갈뿐, 좀처럼 ..
박희순, 오광록, 이문식, 임원희 등 충무로 개성파 배우들이 정장을 빼입었다. 제일모직 이탈리아 정통 신사복 빨질레리(Pal Zileri)는 비영리 문화공간인 시네마테크를 후원하기 위해 바자(BAZAAR)와 함께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고 21일 밝혔다. 올해가 3회째 화보로 1회엔 영화감독들, 2회엔 감독과 배우들이 그 대상이었다. 3회인 올해는 한국 영화계를 빛낸 개성파 배우 15인이 주인공이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영화 문화의 다양성을 보장할 토대를 확장하기 위해 2002년 1월 전국 15개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연합해 교육과 문화를 목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비영리 민간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를 개관한 바 있다. 이번 화보 촬영에 참여한 영화배우 박희순은 "영화계를 살리고자 하는 비영리 단체 ..
지난 글에 이어 이번에는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해빙기의 러시아 영화들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러시아 영화사에서 1934년은 중요한 변화의 해였다. 그 해, 소비에트 예술을 새롭게 규정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러시아의 공식 예술 이념으로 선포되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란 19세기 사실주의에 토대를 두고 본질적으로 공산주의 계급 의식으로 무장된 영웅적인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에 몰두하는 것을 의미했다.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발생하는데, 이를테면 이 시기에 영화 스튜디오들 또한 다른 산업과 똑같이 중앙 부서에 소속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관료 조직에 통합됐다. 자연스럽게 영화 예술의 창조적 작업에 대한 통제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영화 제작이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9..
최근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제작과정을 통해 네 편의 영화가 완성되어 극장에서 개봉했다. 백승빈 감독의 , 이숙경 감독의 , 고태정 감독의 ,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 곽인근, 김일현 등 다섯 명의 감독이 만든 가 그것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와 은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초청되어 상영된 바 있다.(은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들은 CGV 무비꼴라쥬 라인의 극장들을 비롯해 시네마상상마당 등에서 개봉해 순회상영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서울 및 지방의 아트하우스들을 돌며 상영될 계획이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이 영화들을 영화제작 워크숍 프로그램의 형태로 상영한 바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프로그래머이자 프레시안에 고정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김성..
데이비드 린의 영화를 보지 않고 어린 시절을 겪은 이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올드팬들이라면 어린 시절 텔레비전을 통해 , , 같은 작품들을 보았거나, 70mm 대한극장 시절에 를, 나 를 지금은 사라진 금성극장 등의 옛 극장에서 보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다. 데이비드 린은 고전기 작가이지만, 다른 작가들의 경우와 달리 그의 영화는 세대를 넘어 동시대적인 영화 체험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데이비드 린의 '회고전'은 그래서 마치 영화의 원초적 체험, 그것의 공유의 흔적을 찾아 나가는 여정처럼 느껴진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예전 소격동 시절(아트선재센터)에 마이클 파웰의 회고전과 더불어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국시절의 영화들을 일부 상영한 바 있다. 미리 말하자면, 이번 4월 말부터 열리는 '데이비..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이 이제 중반을 넘기고 있다. 1950년대 이후의 영화들, 특히 '해빙기'라 불리는 시기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은데, 그 중의 한 편이 게오르기 다넬리야의 (1963)이다. 이 영화는 아마 이번 회고전에서 소개되는 영화들 중 과 더불어 가장 감미롭고 아름다운 작품 중의 하나에 속할 것이다. 같은 시기 타르코프스키나 미하일 칼라토초프의 장엄하고 엄숙한 주제, 탁월하고 강력한 영상과 비교하면 피아노 소품같은 작품이다. 그런데 이게 꽤나 활기차고 발랄해서 묵직한 감동과는 다른 감각적 환희를 선사한다. 모스크바의 평범한 젊은이들의 일상, 그것도 거의 하루의 이야기가 영화의 전부다. '모스크바, 도시의 교향곡'같은 식의 영화랄까. 영화가 활기차고 발랄한 것은 주인공들이 젊을 뿐만 아니라,..
[김성욱의 상상의 영화관]영화의 영원한 젊음과 미완의 소비에트 영화혁명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 기획자로서 말하자면, 러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일은 정말 오랜 숙원중의 하나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치고 젊은 시절에 러시아 영화에 빠져들지 않았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고다르가 말하듯이, 영화의 아이들은 러시아 영화와 놀기 마련이다. 이번 주부터 한 달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은 그래서 단지 한 나라의 영화를 소개하는 행사만은 아니다. 혹은, 영화 교과서에 실린 작품들을 단순하게 '회고'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1920년대 소비에트 영화들은 곧바로 영화의 젊음과 동일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1895년에 탄생한 영화가 20대를 맞이해 젊음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쳤던 것이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