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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집안의 주인 MASTER OF THE HOUSE, 칼 드레이어 Carl Th. Dreyer, 1925, 106 min 덴마크 필름 인스티튜트 Danish Film Institute가 지난해부터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덴마크 무성영화에의 접근이 가능해졌다. 서비스 목록 중에는 칼 드레이어의 보석같은 작품 (1925)도 있다. '남편의 억압을 자각하는 한 여성에 대한 탐구'를 다룬 주제에서나 형식에서 당시로서는 선구적인 작품으로, 실내공간의 탁월한 미장센,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드레이어는 이 작품으로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덕분에 프랑스의 초청으로 을 만들 수 있었다. 아래의 사이트를 방문하면, 드레이어의 영화뿐만 아니라 1910년대에서 20년대, 이른바 '덴마크..
영화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게 하지만, 이는 텔레비전이 보여주는 것과는 다른, 차라리 아직 볼 수 없는, 때론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이미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가령, 지난 10년의 크루즈호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2010년, 고다르는 에서 지중해를 항해하는 크루즈호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를 배경으로 유럽의 정치적 이상의 파국을 지난 세기에 사라진(것으로 말해지는) 두 가지 것들, 필름Film과 소셜리즘을 결합해 그려냈다. 2012년, 고다르가 촬영한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이탈리아 질리오 섬의 해안에서 세계의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중계로 지켜 보는 가운데 침몰한다. 2018년, 폴 그리바스는 고다르의 의 메이킹 장면과 콩코르디아호 침몰 사건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한..
초등학교 3학년때, 언덕배기 빼곡한 집들로 오르는 계단 위 좁은 골목 옆 이층집에 살던 친구 집에는 귀엽지만 실은 난폭한 강아지가 있었는데, 어느날 반가운 마음에 슬쩍 내민 손을 강아지가 덥썩 물어, 살갗에 붉은 잇자국을 선명이 남겼다. 어린 마음에 ‘소년생활’에 연재중이던 ‘강가딘’이란 만화에서 우연히 봤던 ‘공수병’에 걸린게 분명하다며 근거없는 망상에 사로잡혀, 당시 유행하던 영화속 시한부 인생 주인공마냥 몇 달을 마음 졸이며 강아지는 멀쩡한데 내가 물을 무서워하며 집 앞을 지날 때마다 마지막 잎새를 새어갔던 두려움의 근원지였던 곳이 이제는 건물더미와 콘크리트 덩이들로 변해, 파괴후에도 변하지 않는 유년기의 신중한 자취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가
나는 영화 그 자체보다 나와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더 관심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영화제작은 이 일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포함하는 것이다. - 존 카사베츠 카사베츠는 한 편의 영화에서 가장 창조적인 일이 돈 부족과 우연한 일에서 발생한다고 말했었다. 물론, 그에게 우연성은 수없이 많이 준비된 계획들-가령, 리허설-에서 나온 것이다. 레오 카니가 지적하듯 카사베츠의 인물들은 불완전한 형상을 지닌 불완전한 세계의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에 놓여있다. 불확실성의 세계. 여기서 그의 독특한 작업방식, 즉 공동체적communal 영화가 만들어진다. 그가 뉴욕 인디펜던트 영화의 기수가 되었던 것은 그가 영화에 대한 어떤 이념이나 관념이 확고하게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인디펜던트의 스피릿이 있다면..
특정한 시기의 영화정책은 미래의 합당한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제도적, 물질적 현실에 대한 판단과 정책수단을 결정하는 미묘하고도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상의 실천에는 물리적 제약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테렌스 데이비스의 (1988)은 작품 만큼이나 당시의 영화정책과 관련해 흥미로운 사례로 남았는데, 왜냐하면 긴축재정과 민영화, 복지정책의 축소를 통해 작은 정부를 구현하려 했던 80년대 대처리즘 시기에 이 영화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테렌스 데이비스 뿐만 아니라, 데릭 저먼, 피터 그리너웨이, 등 80년대 영국의 개성적인 작가들의 작품들, 이른바 ‘브리티쉬 (소셜) 아트 시네마’라 칭한 작품들이 이 시기 등장했는데, 제작의 배경에는 당시 공공 자금, 복권 수익, 텔레비전 금융을 끌어온 BFI의 새로운 ..
들을 수 없는 음악과 알려지지 않은 관계. 일종의 무성영화의 역설적 순간. 지난 1월, ‘미지의 오즈 특별전’의 연속선상에서 무성영화 세 편을 ‘F 시네마’로 상영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내일(화) 마지막으로 (35미리 필름으로) 상영하는 는 오즈의 미국적 영향의 초기 모던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미제 통조림이나 코트, 이브닝 드레스, 권투 경기, 미국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편집 스타일 등만이 아니라 모던걸(モガ)의 행동주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런데, 결말 못지 않게 이 멜로 범죄물은 어딘가 부자연스럽고-이를테면 자주 언급되는 스턴버그의 영화가 아닌 삼각관계를 다룬 루비치의 과 비교해볼 때- 그 중심에는 다나카 기누요라는 특별한 배우가 있다. 그녀에게 모가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
지난 수요일에 F 시네마 포럼을 하면서, 일본 영화보존협회(FPS)의 이시하라 카에씨와 현재의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들었던 몇 가지 생각들을 적고 싶다. 일본의 경우 대체로 2012-2013년을 디지털 영사의 전환점의 시기로 보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이를테면 2013년 12월 4일, 예술영화관 시네큐브가 필름영사기를 모두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했다고 발표했다. 제일, 허리우드, 세방, 그리고 서울필름현상소가 문을 닫았고, 2010년에 이미 롯데시네마는 영사기를 모두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했다. 2012년에는 메가박스가, 2013년에는 CGV가 연이어 모두 상영을 디지털로 전환했다. 고전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긴 하다. 포럼을 준비하며 과거의 자..
교토에서 온 영사기사 이시이 요시토石井義人씨의 35mm 영사기 점검과 고장에 대한 대처, 유지보수에 관한 워크숍을 조금 떨어져 비좁은 영사실의 벽에 기대어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에 관한 완벽하게 실용적인 학습법이자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마침 오즈의 무성영화 ‘학생 로망스’를 보지 못했다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했다. 영화가 끝나고 영사기의 상태를 곧바로 점검하고 싶다며 영사실로 들어가서는 예정된 워크숍은 내일이건만, 이미 영사실에 들어선 이상 그의 관심, 아니 직업적 호기심은 억누를 길이 없었다. 소음 가득한 영사실에서 실제 기계들을 조작하고 뜯어보고 점검하며, 질문하고 토론하며 의견들을 교환하는, 손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그런 장인들의 세계는 볼 때마다 감탄에, 존경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