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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마를렌 후치예프의 아름다운 영화 는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내게는 동시대 이오셀리아니, 혹은 무라토바나 스콜리모프스키의 영화처럼 시대의 공기를 평범한 일상에서 포착하는 탁월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갑자기 음악을 비집고 나오면 모든 것이 멈추어 선다. 여름 소나기가 내리고 카메라는 모스크바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가사성의 미래를 중단하는 비의 갑작스런 개입은 새로운 감각 경험, 중단-지연의 정신성을 탁월한 기후 감각으로 표현한 흔들리는 현실의 이미지다. 이런 일시 정지의 감각은 영화의 매 순간 개입하는 얼굴들에도 있다. 후치예프는 모스크바 거리의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을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그림과 동등한 가치가 있는 초상화처럼 포착한다. 시대의 비밀을, 그들의 운명과..
‘이해할 수 없는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독창성이 풍부하고 대담한 개념으로 가득찬 영화’라 찬미한 사무엘 풀러의 (1957)에 대한 고다르의 1957년 비평글에는, 이미 그가 데뷔작 (1960)에서 인용한 그 유명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있다. 비평과 영화 제작…..고다르의 인용과 관련해 부언하자면, 영화에서 이미지의 인용은 도덕적, 미적, 경제적, 그리고 작가의 권리와 관련한 문제를 야기한다. 고다르는 영화적 영향을 인식해 자각한 세대로, 영화를 보고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이미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그의 영화는 늘 타인의 영상, 타인의 음향, 타인의 말에 의해 활성화되고, 그런 점에서 가 예시하듯, 작가는 가장 모범적인 관객, 혹은 비평가이다. 고다르의 인용은 그러므로 단지 미적 전략이나 예술..
‘검거’라는 영어 제목과 달리, 이 영화의 원제 Szegénylegények는 불쌍한 사람들, 혹은 ‘희망 없는 자들'을 의미한다. 이 제목은 헝가리 푸슈타(대초원) 한 가운데에 있는 기묘한 수용소 또는 강제 수용소에 갇혀 있는 익명의 수감자들을 가리킨다. 모든 공포는 이 대초원의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일어난다. 얀초는 자신의 주제가 늘 어떤 사람들이 항상 다른 사람들을 착취하려는 사회 상태에 대한 탐구라 말했는데, 이는 구 공산권 국가만이 아닌 특별한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점에서 사실 현재적이다. 피억압 계급 출신이라고 해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그들은 변하고 지배 계급이 사용하던 기술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려 한다. 이런 역사 수업은 정치적 무브먼트를 반영하는 영화의 다양한 움직임과 스타일로 표현..
2023년은 와이드스크린 프로세스인 시네마스코프(Cinema Scope)가 도입된지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영화는 탄생 이래로 끊임없이 삶보다 더 큰 스크린을 확장하려 했고, 이 넓고 확장된 와이드스크린의 대중화는 1953년부터 시작되었다. 영화인들은 이 프로세스를 1950~60년대 뮤지컬부터 서부극, SF, 애니메이션, 멜로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에 사용했고, 오토 프레밍거, 니콜라스 레이, 더글라스 서크 등 다양한 작가들이 와이드 스크린으로 실험을 시도했다. 회화의 전통과 닮았고, 자연을 그대로 표현하고, 현실감을 강화하는 효과를 지닌 와이드 스크린은 실물보다 더 큰 화면을 통해 우리 삶을 보다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극장에서의 영화 관람 환경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7월 21..
무주산골 영화제의 카탈로그가 집에 도착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상영한 마틴 스콜세지의 (2012)에 관한 짧은 리뷰를 썼는데, 오래 간만에 영화를 다시 들춰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글에서 썼지만, 고전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는 나로서는 가능한 신작을 늦게 보려하는 편이다. 영화는 신상품이 아니다. 일부러 시류에 맞춰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렇다고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봉하는 첫 주에 극장을 찾게 하는 영화들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를 뒤늦게, 그것도 극구 2D로 보았던 것과는 다르게 마틴 스콜세지의 (2012)는 개봉하던 날에, 그것도 3D 영화로 보았다. 극장에서 처음 본 3D 영화다. 이유가 있다. 영화 탄생의 아버지 조르주 멜리에스에 관한 감동적인 영화였기 때..
이오셀리아니 회고전의 주말 일요일, 오래 간만에 상영 후에 토크를 합니다. 제목 그대로 월요일 아침, 공장으로 돌아가는 노동자의 짧은 주말이나, 우여곡절 끝에 떠난 잠깐의 휴가는 얼마나 덧없는 일일까?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이런 덧없음이 매일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영화관에 들려 시간을 보내고 극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의 생의 감각이 ‘월요일 아침’의 기분과 비슷하기 마련이다. 매일 극장에서 나와 월요일 아침의 시간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우울한 즐거움.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냈던 일들이 이 영화를 보면 떠오른다. 이 영화가 매혹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해도, 그런 월요일 아침으로 매번 되돌아가는 세계에서 빛을 응시하고, 친구와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리..
“영화는 시간 속에 흐르는 예술입니다. 그런 점에서 춤이나 음악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춤과 음악에는 리듬과 템포가 있습니다...인간에게는 맥박이 있고, 그것이 삶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본격적인 여름, 게다가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극장에서 영화 보기는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매년 여름에 개최하는 시네바캉스 전에, 시네마테크가 준비한 프로그램은 조지아 출신의(1934년생입니다) 영화감독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회고전”이다. 2023 유라시아 영화제의 일환으로 열린다. 2009년 시네바캉스 영화제때 작은 특별전으로 대표작 네 편을 상영한바 있지만, 이후 이번처럼 국내 미공개 단편을 포함해 12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국 조지아를 떠난 자신을 ‘샹트라파’(2009년작 영화 제목이..
“아이에 관해서라면 영화 애호가들은 오즈의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저는 동시대 감독인 시미즈 히로시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영화의 아이 전문가였습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시미즈 히로시 회고전 마지막 주말인 24일(토)에 (1948) 상영 후에 ‘아이들의 영화, 영화의 아이들’이란 주제로 시네토크를 합니다. 파시즘 사회의 유산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관객에게 어떤 사전 결정도 없는 현실을 읽어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아이를 영화의 중심에 가져온 전후 네오리얼리즘의 영화들과 동시대 오즈 영화의 아이들, 그리고 이어지는 원폭의 아이들까지. 길위의 아이들을 따라가는 독특한 로드무비 을 중심으로 영화의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영화 속 아이들이 시모노세키역부터 오사카까지 걷는 여정은 단지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