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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 우리, 발타자르 본문
당나귀, 우리, 발타자르
로베르 브레송의 <당나귀 발타자르>는 그의 영화 중에서도 꽤 예외적인 작품처럼 보인다. 전작들의 긴밀하게 연결된 구조와 비교하자면 이야기가 분산적이고 산만하다. 이런 느슨한 구성은 그의 유작 <돈>과 비교해 볼 만하다. <돈>이 말 그대로 돈의 순환을 그렸다면, 이 영화에서 순환되는 것은 당나귀이다. <당나귀 발타자르>에서의 우연적 연결들은 그러나 작품의 주제와 무관하지 않다.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당나귀이다. 원제 ‘Au hasard, Balthazar’에는 ‘우연 hasard’이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 영화는 우연히, 그때그때 주인의 사정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양도되는 발타자르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당나귀 발타자르는 영화 대부분의 장면에 모습을 보인다. 발타자르는 주인공이자 사건의 진정한 증인이다. 그는 이 영화의 특권적 시점을 반영한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발타자르의 눈의 클로즈업은 그런 시점을 예시한다. 발타자르는 인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의 추이에 따라 꼼짝없이 고초를 겪는 수동적인 존재이다. 그는 물론 인간의 해석과 이해를 넘어선 존재이다. 그의 울음소리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가 발타자르의 시선을 차용하는 것은 우연처럼 진행되는 영화의 불가해한 연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자초지종을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연결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발타자르의 시점에 설 때 알몸의 생생한 현실로 납득될 수 있다. 발타자르의 시선의 도입은 그러므로 인간과 동물을 공명하게 하면서 인간의 이해 불가능한 행동이나 사건을 그대로 경험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수동적 시선은 브레송의 영화에서 종종 등장한다. <잔다르크의 재판>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개의 시선이나, <돈>의 끔찍한 라스트에서 이곳저곳을 돌다다니는 개의 시선이 그러하다. 발타자르는 우연적인, 하지만 그런 이상한 일이 저기서 벌어지고 있음을 그대로 꼼짝없이 보고 경험한다. 무기력해 보이지만 그런 발타자르는 브레송이 생각한 스크린에 육화된 우리 관객의 진정한 모습이기도 하다.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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