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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영화가 저에게 즉시 호소력을 발휘한 이유는, 말로 정의할 수 없는 내면의 감정을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점과, 이전에는 음악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 클로드 소테 클로드 소테 특별전의 부제는 ‘고요한 불협화음’인데, 몽파르나스 묘지에 있는 그의 묘비명 ‘불협화음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라‘라는 글귀에서 따온 것이다. 클로드 소테는 음악 애호가로 유명했다. 그의 조감독이었던 베르트랑 타베르니에는 그가 바흐 전주곡, 디지 길르시피의 ‘만테카’, 밍거스나 라벨의 곡을 분석하고 노래하는 것을 즐겼다며 영화의 대위법적 구조에서 음악적 화성 변화와 리듬 변조의 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말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클로드 소테는 감정의 리듬과 배우들의 표현에 주의를 ..

3월 8일부터 대전아트시네마에서 미장센과 영화 스타일에 관한 분석 강좌를 진행합니다. 미장센은 영화의 미적 스타일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그 정의는 물론 다양하지만, 미장센 분석은 1950년대 이래로 진지한 영화 비평과 제작에 있어서 필수적인 부분이 되었습니다. 연극적 용어에서 유래한 ‘미장센’은 일반적으로 영화 제작에서 공간, 배우, 카메라 사이의 복잡한 관계와 상호작용을 의미합니다. 미장센은 단순히 대본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넘어, 세트 디자인, 배우의 연기와 동작, 카메라 움직임, 조명 활용 등을 통해 사건과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미장센에 대한 탐구는 그러므로 영화 작가의 예술적 표현에 대한, 덜 알려진 비밀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미장센은 이렇듯 영화의 시각적 ..

지난 강의에 이어, 2월 19일부터 두 번째로 ‘다큐/에세이 영화’ 강의를 한다. 이번 강의에서는 195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해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협상하고, 몽타주의 비평적 유용성을 재고하며, 영화 제작자의 지성과 개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살펴본다. 전후 시기에 시간, 기억, 역사적 트라우마를 탐구하며 에세이 영화를 확장한 알랭 레네와 크리스 마커를 시작으로, 다이어리 필름을 통해 개인적인 방식으로 편지와 일기를 공존시키며 자신의 경험과 삶을 전달하는 형식을 시도한 요나스 메카스, 그리고 영화와 역사, 기억, 이미지들에 대한 질문을 여행 일기를 통해 에세이적으로 시도한 빔 벤더스와 호세 루이스 게린의 작품을 살펴볼 것이다. *2월 6일 현재 ,일치감치 수강생 모집이 끝나서 강좌..

새해 첫날부터 감기몸살 증상이 심상치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진단시약 결과 A형 독감이 나왔다. 주사와 수액처방을 받은 뒤 약을 복용중인데 코로나 이후, 이렇게 심한 두통과 몸살에 시달린 건 처음인 것 같다. 삶의 경험이 쌓아진다고 해서 고통에 익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통증의 형태와 강도는 다양해지는데 이를 완화할 방법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고통스러운 정보에 수동적으로 노출되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통증이 정상적인 치유 기간을 넘어서는 일들도 벌어진다. 더는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할 증상도 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리던 눈이 오후에 극장으로 향하는 길엔 어느새 녹아 거리가 질퍽해져 있었다. 느린 회복 속에서 발끝으로 세상을 조심스레 걷는 기분이다. 덕분에 이불을 덮고 소파에 앉아 워너브라..

“신비주의는 이성, 언어,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영역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그것은 영화와 매우 가까운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저는 영화가 바로 그 영역을 탐구하고 표현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는 신비주의에 끌립니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복잡한 영역입니다. 저는 종교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신자라고도 할 수 없지만, 저는 은혜와 거룩함, 신성함에 대해 믿습니다. 제게 그것들은 인간적인 가치로 다가옵니다.” - 브루노 뒤몽2025년 시네마테크의 첫 프로그램은 ‘브루노 뒤몽’ 특별전입니다. 종종 ‘도발적’인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브루노 뒤몽은 자신이 관심있는 것이 도발이 아니라,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라며, 예술가의 역할이 우리의 시선에 새로..

DMZ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발간한 ‘2024 한국 다큐멘터리 창작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읽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의 어려움에 더해, 배급의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이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영화제나 극장 중심의 배급이 아닌 다양한 배급 방식을 찾고 OTT 진출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는 의견이 많아 보인다. 극장 배급에 비용 부담이 많고, 개봉관이 적고, 관객이 적은 것이 문제다. 예전 읽었던 프랑스 다큐멘터리 제작자의 인터뷰가 생각났는데, 그는 프레데릭 와이즈만을 제외하자면 지금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와이즈만 감독은 신작 (2023)을 팬데믹 기간에 우연히 들린 레스토랑에서 셰프와 이야기를 나누다 영화 제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식사 후에 테..

이명세 감독은 앤솔로지 프로젝인 의 바탕에는 “영화에 대한 초심으로 돌아간다”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의 마지막 단편 의 시대적 배경이 1979년인 것은 그런 점에서 이해 가능하다. 이 영화는 블랙 화면에 뇌성과 같은 총성 소리와 함께 ‘1979년 한 발의 총성이 어둠을 꿰뚫었다. 그러나, 어둠은 끝나지 않았다’라는 자막으로 시작한다. 1979년은 이명세 감독이 영화학교를 졸업하고 김수용 감독의 연출부로 들어가 영화를 시작한 해이기도 하니, 새로운 시대와 영화의 시작이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누아르 풍의 이 영화에서 도시 난민, 범법자, 추방자의 거리인 지하세계 디아스포라 시티에는 핍홀(Peephole)기계가 있는데, 이 기계덕분에 에디슨의 키네토스코프처럼 그 구멍을 통해 흘러가는 연속적인 이..

황벼리 작가의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을 재밌게 읽었다. 영화관이 배경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 풀잎이 극장 노동자이기에 극장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풀잎은 처음엔 극장 영사기사로 일했다. 영사실은 보이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어둡고 답답한 곳이었다. 하지만, 웬지 아늑한 기분이 들었던 영사실이 좋아 그녀는 쭉 그곳에 있었다. 비록 필름 영사기는 구경도 못한, 이른바 ‘스위치 기사‘였지만 영사실 일은 그래도 평판이 좋은 직업이었다. 풀잎은 영사실에서 일하면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그러다 영사실이 무인화되면서 풀잎은 음료수와 팝콘을 파는 극장 매니저 일을 하게 되었다. 조용한 전락의 과정이다. 사실 극장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