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지난 2월부터 진행된 영진위의 시네마테크의 공모제건과 관련해서 3월 25일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성명서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총회에서 의결된 사항으로 전국적인 시네마테크 단체들이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공모전환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천명하는 것으로, 시네마테크를 정치적 외압에서 방어하고 부분적인 재정지원을 빌미로 관리 통제하려는 영진위, 혹은 정치적 세력들에 입장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성명서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시협은 최근 영진위가 시네마테크를 공모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시네마테크와의 문화적 합의를 깨는 중대사안이라 판단한다. 민간 영역에서 진행해 왔던 시네마테크 사업을 영진위가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보조해 왔을 뿐인데, 지금 영진위는 마치 시네마테크 사업을 그들의 자체 사업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순수 민간영역의 활동을 영진위가 사업주체가 되어 경쟁 입찰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한시협은 전국의 12개 시네마테크 단체들의 협의체로 현재 한국의 시네마테크들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대표성을 지닌 단체이다. 그런데 영진위가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사업의 정당성이 공모제를 통해서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난 10여 년간의 시네마테크의 활동을 부정하는 몰염치한 태도이다.


영진위는 이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단지 국정감사 지적 사항이라는 것만을 이유로 공모제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 영진위는 지난해 위원장의 과시욕이 화를 초래하여 다양성영화 복합상영관 추진을 좌초시킨 데 이어 이제는 겨우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국내의 민간 시네마테크 활동을 고사시키려고 나섰다.
한시협은 운영예산의 80% 이상을 공적자금으로 지원하는 서구의 시네마테크처럼 영진위가 지원 규모를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싶지 않다. 영진위의 문화적인 성숙도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네마테크의 지원기관으로서의 기본 역할까지는 망각하지 말 것을 경고한다. 공모제를 강행하는 것은 국내의 시네마테크 활동을 10년 전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되돌리는 행위임을 영진위는 자각해야 한다.

 


이에 한시협은 문화적 다양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국내 영화진흥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강한섭 위원장을 규탄하며 지금이라도 영진위가 다음과 같이 나설 것을 촉구한다.

 

   첫째, 영진위는 정치적인 외압에 스스로 굴종할 것이 아니라 비전문적인 정치인들과 관료의 일방적 주장에 맞서 시네마테크의 영화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소신 있게 관철하라!

   둘째, 영진위는 적절한 논리도,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시네마테크 지원사업의 공모 전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셋째, 영진위는 시네마테크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넷째, 영진위는 지난 해 영진위의 잘못된 시도로 좌초된 시네마테크 전용관의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라!

 


한시협은 이와 관련해 영진위가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전국 시네마테크 단체들은 물론 영화인들, 관객들과 연대하여 공동행동을 전개할 것이다. 아울러 한시협은 시네마테크를 정치나 자본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하려는 지금의 상황이 영화문화의 위기국면이라 생각해 올 한 해 동안 지속적으로 이러한 문제와 관련한 포럼과 대중적인 논의, 영화인들의 결속을 이뤄내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


 

* 최근 문화관광부는 국립오페라 합창단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2002년에 창단된 국립오페라단이 처한 상황은 시네마테크가 최근 겪고 있는 위기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와 정치를 말아먹은 한심한 이명박 정권이 이제 문화예술계 또한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한겨레: 광화문에 울려퍼진 '합창단 해체반대' 오페라  


* 영진위 노조 또한 최근 영진위의 파행과 계약직 연구원의 일방적 해고와 관련해 영진위 위원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의 기사를 참고하세요.

프레시안: 영진위 조 천막농성 돌입, "강한섭 위원장 사퇴하라" - 거듭되는 파행, 이번엔 부당하게 계약직 해고



* 성명서의 전문은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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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제 내년으로 연기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오늘(25일) "올해는 공모제 전환을 철회한다. 시기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년으로 연기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아트시네마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비공식적인 경로로 공모제 전환이 내년으로 연기될 것이라는 정보는 있었지만, 영진위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취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이로써 서울아트시네마는 공모제 전환 위기를 일단 내년으로 넘기긴 했지만, 서울아트시네마뿐 아니라 그간 지정위탁으로 운영됐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미디액트 등도 모두 내년에 공모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진위 영상문화조성팀 김종호 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초 국정감사에서 특정단체에 지정위탁을 하는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공모제로의 전환을 요구받았다. 공모제 역시 개선방향을 찾던 와중 나온 해결책이다. 일단 내년에 공모제가 시행되기는 하겠지만 그 전에 서울아트시네마나 다른 위탁업체들과도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의견들에 귀를 기울이고 보다 합리적인 대안들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것. 공모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당사자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겠다"고만 밝혔다.

▲ 서울아트시네마는 일단 올해 공모제 위기는 넘겼지만, 서울아트시네마를 비롯한 3개 공간이 내년 공모제로 전환될 예정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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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의 정책과 관련해 영화평론가인 김영진 명지대 교수는 "한마디로 넌센스다. 문화학교서울 시절부터 시네마테크를 해온 역사성과 대표성, 그리고 서울아트시네마를 계속 운영해온 전문성이 있는데, 공모제를 한다는 건 이 모든 걸 모두 무시하겠다는 처사 아니냐.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 만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식의 발상을 한 건지 모르겠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체할 기관도 없을 뿐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일반 극장에서 공모에 응했을 경우 모양새가 우스워지지 않느냐는 것. 김영진 교수는 "문화관광부에서 그런 식을 종용해도 영진위가 나서서 이를 막아도 부족할 판이다. 그런데 왜 알아서 먼저 기는가. 시네마테크나 독립영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물정 모르는 소리에 왜 영진위가 부화뇌동을 하는가"라며 강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또한 그는 "이 사태에 영화계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도 문제다. 돈이 나올 데가 영진위밖에 없어서 다들 영진위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인가"라며 영화계 전반을 꼬집기도 했다.

문화 행정에 있어 '지원은 하되 간섭은 않는다'는 원칙이 필수적인 자세인 만큼, 현 영진위의 정책방향이 '열악한 지원에 지나친 간섭'으로 흐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김숙현 기자

[리포트] 위기에 처한 서울아트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가 위기에 처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 방식을 ‘위탁’에서 ‘공모’로 변경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 김홍록 사무국장은 지난 2일 2008년 사업 보고와 2009년 사업 계획을 전달하기 위해 영진위를 방문했다가 이와 같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영진위 측에선 각종 지원 사안들을 공모제로 전환하라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의 강력한 의지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진위 영상문화조성팀 김종호 팀장은 이와 관련해서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공모와 관련해서 서울아트시네마 측과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다. 그러나 공모 진행 여부와 관계없이 지원과 관련하여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실적 평가는 확실하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 제시 없이 공모제를 주장하는 영진위의 입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모든 위탁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라’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지시라고 하지만, 정작 문광부는 ‘영진위의 세세한 부분까지 지침을 내리진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확한 입장 정리조차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공모제에 대한 발상 자체가 황당하다.

영진위가 공모로 시네마테크를 선정할 경우 기존의 서울아트시네마가 공모 여부에 따라 시네마테크로서 인정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기괴한 논리가 만들어진다. 만약 다른 단체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의 위탁 사업자로 결정될 경우 서울아트시네마는 더 이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당장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2009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로 활기를 찾은 서울아트시네마에 예상치 못한 한파가 찾아온 것이다.

영화를 위한 국내 유일의 비영리 민간단체

서울아트시네마는 국내 유일의 고전 영화를 통한 교육을 목적으로 시네마테크 활동을 펼쳐온 비영리 공간이다. 즉, 영진위나 문광부가 주도하여 설립한 기관이 아니라는 얘기다. 순수하게 민간이 주도하여 만들고 이끌어 온 민간기관인 것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전국시네마테크연합’ 활동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시네마테크 활동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취지에서, 2001년 10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 시네마테크 지원 방향 마련 토론 좌담회를 시작으로 12월 18일까지 모두 5차에 걸친 전국 시네마테크 대표자 연석회의를 통해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창립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이어 2002년 문화관광부를 통해 사단법인 인가를 받고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 둥지를 틀며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현재의 허리우드 극장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지난 7년 동안 한국 영화 문화 발전을 위해 애써온 공간인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영화배우들이 시네마테크를 아끼고 응원하는 것도 이러한 시네마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는 2009년 프로그램을 모두 완성한 상태다. 이들 중 다수는 외국 시네마테크나 아카이브와 교류를 통해 진행되는 감독들의 회고전들이다. 당장 4월에는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회고전’이 잡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모로 시네마테크를 선정하겠다는 영진위의 입장이 나오자 서울아트시네마로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그간 서울아트시네마가 외국 시네마네크와 쌓아온 신뢰와 명성에 손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맬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말이다.

주객전도의 위기에 처한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영진위 지원금 30퍼센트와 관객 수입 30퍼센트, 그리고 나머지는 자체 수입 사업으로 운영을 유지해 왔다. 영진위의 지원은 2002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발족 후 서울아트시네마 오픈과 함께 시작했으며 형식적으로 매년 위탁 계약을 채결해 온 상황. 회계연도는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이며 시네마테크전용관 지원 사업에 2억 9,000만 원, 시네마테크 네트워크 사업에 1억 5,000만 원 정도가 지원되어 왔다.

영진위는 위탁이라는 방식으로 시네마테크 운영금의 일부를 지원해 온 것이지,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는 주체가 아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업 주체를 영진위가 주도하고 시네마테크를 선정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조처라는 것이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하고 있는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이는 명백한 ‘주객전도’를 노리는 행동이라 이들은 말한다. 민간기관인 시네마테크의 운영에 정부가 관여하고 통제하겠다는 의미인 것이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영진위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상태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또한 영진위의 통보에 반대 의사를 내세우면서 시네마테크를 위한 목소리를 한데 모으고 있다.

시네마테크 지원에 대한 사안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된 문제다. 지난 3기 영진위에서 진행하려고 했던 복합 상영관 건립에 대한 안건은 4기 영진위로 넘어오면서 표류 중인 상태고, 시네마테크 운영에 대한 지원 또한 적극적이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쉴새없이 팽창해 온 영화 산업 이면에는 영화의 문화적 가치와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영화 도서관을 외면한 무관심한 시선이 존재했던 것이다. 게다가 이번 공모 건은 영진위 내부에서조차 제대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당사자인 서울아트시네마와 상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절차상의 문제 또한 있어 보인다. 문광부는 답변을 회피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영진위의 결정에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 또한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영진위의 공모제 전환 통보는 영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원이 행정 편의에 따라 언제든 쉽게 변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주목된다. 시네마테크는 영화를 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게 접근할 수 있는 장으로서 한국 영화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 친구들 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은 한결같이 ‘영진위가 왜 이런 무리한 일을 시도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관객들 또한 영진위의 결정에 반대하는 서명을 진행할 예정이란다. 영진위는 이에 대해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40년 전 프랑스에서는 시네마테크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운영권을 통제하려 했던 관료들에 영화인들이 반발해 ‘랑글루아 사태’가 일어났었다. 그 이후로 시네마테크에 관료들의 통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됐다. 영진위의 결정이 한국판 ‘랑글루아 사태’로 비화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무비위크 |2009.02.24 16:28 입력

서울아트시네마, 관객이 나섰다

[이슈 인 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 지키기 관객서명 운동

기사입력 2009-02-23 오후 12:31:43

서울아트시네마 지키기에 관객들이 나섰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이하 '친구들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의 로비 한쪽에서는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들른 관객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이 한창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올 2월 초 갑작스레 시네마테크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한 후, 공모제 전환에 반대하는 관객들이 21일(토) 직접 서명부스를 차린 것.

서명부스를 지키고 있던 김보년, 이후경 씨는 평소 서울아트시네마를 열심히 드나들던 열혈 관객들로, 이들은 이번 친구들영화제에서 웹데일리팀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그 중 이후경 씨는 자신을 "아트선재센터 시절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 다녔던 관객"이라 소개했다. 이들은 주말인 21, 22일 양일간 약 3백명 가량의 서명을 받았으며 현재 목표를 천 명으로 잡고 있다.

▲ 서울아트시네마에 온 관객이 서명용지에 서명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

이들은 '서울아트시네마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우리의 시네마테크를 지키려 합니다"라는 제목 하에 A4 한장짜리 홍보물도 자체 제작하여 부스에서 배포하고 있다. "시네마테크는 관객들의 것이다, 시네마테크 공모제 전환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홍보물은 뒷면에 1968년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앙리 랑글루아 해임 사건과 2003년 활력연구소 지원 중단 사건의 예를 소개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영화 <몽상가들>이 묘사하고 있듯 다수의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이 시위를 벌인 끝에 앙리 랑글루아가 복직되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역시 독립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이 시위는 그해 5월 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3년 당시 활력연구소는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지원을 중단한 뒤 결국 그해 말 폐관되고 말았다. 서울아트시네마 역시 활력연구소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

실제로 관객서명운동의 제안자 중 한 명으로 서울아트시네마의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객(아이디 : '이키리아')은 이 상황을 '한국의 랑글루아 사태'로 명명했다. 서명부스를 지키고 있던 이후경 씨는 "영진위가 그러는 건 기존의 시네마테크를 인정 안 하겠다는 얘기 아니냐. 이 공간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공모제 전환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영진위는 공모제 전환을 둘러싼 잡음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숙현 기자

당장은 유보됐지만 내년에 불씨 커질 수도… 영진위와의 관계부터 규명해야

서울아트시네마의 존립위기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서울아트시네마에 지정위탁해온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려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 때문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지난 2002년 5월 설립된 곳으로 그동안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매년 영화진흥위원회의 국고지원을 받아 운영해왔다. 만약 공모제가 강행돼 서울아트시네마 공모에서 탈락한다면 서울아트시네마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으로서의 자격을 잃고 극장임대료 등을 지원받지 못하게 된다. 전용관의 자격을 지키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당장 짐을 빼야 하는 세입자의 처지가 된다.

 

 

2009년은 일단 지정위탁형태로

서울아트시네마의 김홍록 사무국장이 영진위로부터 공모제를 통보받은 것은 지난 2월2일이었다. 이날 영진위쪽 담당자는 “영진위가 위탁사업을 하는 미디어센터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회계연도가 1월까지라 2010년부터 공모제를 통해 운영주체를 선발할 예정이지만, 회계연도가 2월인 시네마테크는 올해부터 공모제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록 사무국장에 따르면 당시 영진위가 공모제 전환 배경에 대해 취한 입장은 “모든 위탁사업에 공모제를 실시하라는 게 문화관광체육부의 방침”이라는 것과 “공모에 응할 다른 주체가 없을 테니 오히려 서울아트시네마에 유리하다”는 정도였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이 문화관광체육부 담당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또 달랐다. “영진위 같은 큰 조직의 사업시행일까지 관여하지도 않고 해서도 안된다고 하더라.”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영진위가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납득이 될 만한 명분을 밝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월19일 현재, 이 사안은 일단 2009년에 한해 기존의 지정위탁형태로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을 진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영진위의 김병재 사무국장은 <씨네21>과의 전화통화에서 “강한섭 위원장과 여러 영화계 종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는 예년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잠정적인 재고이기 때문에 2010년부터는 또 다른 논의가 필요할 예정이다. 게다가 김홍록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영진위는 올해 6월부터 공모심사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에 내년이 아니라 당장 올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도 당연히 자유롭지 않다.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원승환 한국독립영화배급센터 소장은 “우리는 공모제가 구체화되기 전인 지난 1월2일, 앞으로 1년간의 지원협약을 체결했지만, 내년부터는 공모제가 실시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의 위탁사업에 대한 영진위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내년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 김병재 사무국장은 “이제부터라도 의견을 수렴하고 대화하면서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형평성 위해 무리하게 서두르나

논란은 잠잠해지는 분위기이지만, 영진위가 전용관 사업을 지정위탁에서 공모제로 전환하게 된 배경은 여전히 의문이다. 김병재 사무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부분의 개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서울아트시네마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작성한 2008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영진위는 “단체지원사업이 독립영화협회, 영화인회의, 제작가협회, 영화인협회등 소수단체에 40%가 집중지원되고 있으므로 형평성 차원에서 단체지원 사업의 추진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받았고, 이를 위해 “공모사업 수행시 특정 단체에 편중하여 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공모사업 및 위탁사업의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받았다. 김병재 사무국장은 “국민들이 만들어준 기금을 여러 부문에 안배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무시할 수 없는 게 영진위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의 지적사항을 개선해야 하는 영진위의 입장에서 볼 때, 사실상 가장 명확한 공모제 전환의 배경은 ‘형식적인 절차’이다. ‘누구를 뽑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단지 ‘지적사항을 개선했다는 명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영진위에서는 시네마테크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이 시네마테크협의회밖에 없으니 상관없지 않냐며 법적인 형식을 갖추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고 했다”는 김홍록 사무국장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영진위가 공모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를 했다는 점도 그렇다. 서울아트시네마가 공모제 전환을 통보받은 2월2일은 운영지원재계약을 2주 앞둔 날이었다. 그런데 영진위가 2월17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09년도 영상문화조성팀 세부사업계획’에 따르면 시네마테크전용관 위탁운영자 선정 공고를 2009년 2월에 발표해 2월 말에 심사 및 선정을 실시하고, 2009년 3월에 위탁운영 약정체결 및 지원금 지급을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4억5천만원이나 되는 지원사업의 운영자를 선택하는 공정을 1년 중 가장 짧은 달인 2월에 모두 끝내려 했던 것이다 김홍록 사무국장은 “공모제가 이런식으로 추진될 경우에는 제3자가 보기에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이 공모제 자체가 2009년 국정감사장에서 지적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진위는 후원자인가 설립자인가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의 쟁점은 공모제 전환의 배경이 아니라 ‘과연 영진위가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주체에 대해 공모제를 실시할 법적 근거가 있는가’란 의문이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시네마테크는 애초에 영진위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민간기구에서 출발한 곳”이라며 “어떻게 운영비 지원 명목으로 운영주체를 결정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공모제를 통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개선하겠다고 할 때, 서울아트시네마는 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김홍록 사무국장의 말에 따르면, 영진위는 “관련 근거를 찾았다”고 했다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한 상황이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담당자인 영진위의 김종호 영상문화조성팀장도 “영진위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설립될 때부터 위탁계약을 통해 운영뿐만 아니라 공간임대를 비롯한 많은 부분을 지원하기 때문에 위탁을 어디에 맡길지를 공모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는 정도다. 이미 관련 근거에 대해 답변서를 요청한 김홍록 사무국장은 “가장 크게 지원받는 게 극장임대료이기 때문에 서울아트시네마가 민간영역에 고유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있지만, 서울아트시네마가 영진위의 직접적인 사업범주 안에 포함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주객전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영진위와 서울아트시네마의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이 사안을 푸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누구의 것인지. 영진위는 시네마테크의 후원자인지, 아니면 설립자인지. 하지만 아직 영진위는 이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글: 강병진<fuggy@cine21.com>
사진: 최성열
2009.02.24
http://www.cine21.com/Index/magazine.php?mag_id=55105

[영화는 묻는다]영진위는 왜 ‘시네마테크’를 흔드나
ㆍ‘실물보다 큰’

영화의 신(神)은 어디에 삽니까.

칼 같은 겨울 바람이 불던 10일 오후, 영화의 신전에 다녀왔습니다. 누린내 나는 돼지머리 고기집을 지나, 전기 기타가 새 주인을 기다리는 악기상을 넘어, 종로 낙원상가 4층에 올랐습니다. 한국에서 영화의 신은 이 누추한 신전에 모셔져 있습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2005년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한적하고 깔끔했던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건물에서 3년을 보낸 뒤였습니다. 그 이전에는 사당동 등지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한국의 젊은 영화 신도들은 그렇게 장소를 옮겨가며 앞서간 영화의 신들을 사모하고 경배해 왔습니다.

추운 평일 오후였지만, 극장에는 70여명의 관객이 모였습니다. 대부분의 관객이 혼자 온 듯 보인다는 점도 여느 극장과 다른 풍경입니다. 이들의 목적은 친교, 유희가 아닙니다. 이들은 영화의 신과의 직접 만남을 추구하는 ‘근본주의자’이자, 영화 예술의 전위를 음미하는 ‘얼리어답터’이고, 잊혀져가는 영화 유산을 기억하는 ‘고고학자’입니다.

이날 제가 만난 신은 니콜라스 레이. 그의 대표작 <실물보다 큰>(원제 Bigger Than Life)이 스크린에 투사됐습니다. 가정과 직장에 충실한 가장 에드는 희귀병으로 쓰러집니다. 의사들이 실험 중인 신약을 투약하자 에드는 병석을 털고 일어납니다. 그러나 신약에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성실했던 가장은 어느새 공포의 폭군으로 변합니다. 제작사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20세기 폭스. 스튜디오 시스템이 허술했던 것일까요, 스튜디오 간부가 개방적인 사람이었을까요, 아니면 당대 관객의 감수성이 전위적이었을까요. 이 광기어린 가족극이 1956년도에 제작됐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습니다.

연중 최고 행사인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갓 열린 2월초, 서울아트시네마는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습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위탁 사업을 공모제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년 간의 지원 기간이 1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었죠.

지난해의 경우 서울아트시네마는 영진위 지원금 4억5000만원을 받았습니다. 이 돈은 공간 임대료, 운영비 등 연간 예산의 30%에 해당합니다. 영진위 측은 지난해 국감에서 비공모제의 문제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고전·예술 영화를 보유하고 상영하는 시네마테크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를 보고 싶고, 영화를 나누고 싶은 청년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자발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쌓여온 시네마테크들의 역량이 2002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로 뭉쳤고,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시네마테크에 후원하는 것은 한국의 영화문화와 예술에 투자하는 것”(유현목 감독), “우리의 영화팬들이 지난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때 우리 영화는 좀더 풍부해지며 탄탄한 전통을 쌓아갈 수 있을 것”(배우 안성기) 등은 시네마테크를 위한 헌사입니다.

영화를 ‘진흥’한다는 영진위는 뒤늦게 끼어들어 몇억원의 돈으로 시네마테크의 역사를 흔들려 합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이미 올해 20개 이상의 행사 계획을 세워 놓았습니다.

설령 공모를 통해 서울아트시네마가 탈락해 정체모를 누군가가 시네마테크 운영 주체로 나선다 하더라도, 영화의 신도들은 새 신전을 찾지 않을 것입니다. 신이 아니라 신전의 규모에 반해 종교를 가지는 신도가 진정한 신도입니까.

“기껏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분들께서 기억할 만한 역사의 사건이 있습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앙리 랑글루아 관장이 해임되자, 이에 반대한 장 뤽 고다르, 알렝 레네 등 당대의 혁신적인 젊은 감독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학생, 노동자가 뒤를 따랐습니다. 서구 사회의 가치관, 시스템을 송두리째 뒤흔든 68혁명의 시작입니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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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서울아트시네마

[충무로 이모저모] 영진위, 지원 정책 재검토 들어가

기사입력 2009-02-13 오후 6:45:35







국내 시네마테크를 대표하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위기에 처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지원 사업의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진위는 그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개관해 운영하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에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을 위탁하는 형식으로 서울아트시네마를 지원해 왔으나, 올해 시네마테크 전용관 위탁을 공모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한시협과 서울아트시네마 측에 일방적으로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아트시네마 김홍록 사무국장에 의하면 서울아트시네마가 영진위로부터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2일. 영진위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거친 뒤 2009년 사업보고와 설명을 하기 위해 영진위 담당자를 만난 자리에서다. 담당자는 "다른 사업체와 달리 서울아트시네마만 회계년도가 3월부터 익년 2월까지라 아직 2008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서울아트시네마 측은 영진위 측에 "위원장도 알고 있는 사실인가" "영진위의 공식 입장인가"에 대해 반복적으로 확인을 요구한 결과 결국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는 것. 또한 김홍록 국장은 "영진위에 의하면 모든 위탁사업에 대해 공모제를 실시하라는 게 문화관광체육부의 강력한 의지"라는 말도 전했다. 그러나 문화관광체육부의 대답은 다르다. 문화관광체육부의 김덕수 사무관은 "영진위의 구체적인 사업과 방식에 대해서까지 문화관광체육부가 참견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영진위의 공모제 전환 결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7년째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운영하면서 한국 영화문화에 큰 공헌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사업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와 평가도 없었고, 우리 쪽과의 의견 조율이나 사회적 합의를 모을 공청회 등 최소한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갑자기 공모제로 전환하라고 통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 서울아트시네마의 입장이다. 공모제 자체에 대한 판단은 차치하고, 공모제로 전환하는 데에 대한 상식적인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이를 따르라고 하는 것부터 문제라는 것이다.

만약 공모제가 시행되면 서울아트시네마는 매년 공모제에 참가자 중 하나로 응해야 하며, 다른 단체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사업에 위탁 사업자로 결정이 되면 지원을 받을 수가 없게 된다. 문제는 서울아트시네마가 지원받고 있는 금액이 공간 임대료와 장비 임대료 등 극장 운영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부분을 구성하고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당장 극장의 존립에 위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영진위 측 담당자는 "어차피 공모에 응할 다른 주체도 없는데 빨리 할수록 오히려 서울아트시네마에도 유리한 것 아니냐"란 말로 설득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형식적인 공모가 더 문제가 아니냐는 게 서울아트시네마의 답변이다. 올해 사업의 기획이 모두 완성된 데다 그 중 상당수는 주한 외국 대사관들과 공동주최를 하는 프로그램이고, 3, 4월 프로그램도 이미 준비를 진행중이다. 브라질영화 특별전의 경우 브라질 대통령의 방한시기와도 겹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공모전에 떨어졌을 때 진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그러할 경우 그간 서울아트시네마가 쌓아온 신뢰와 활동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진다는 게 김홍록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현재 영진위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되는 곳은 서울아트시네마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그리고 미디어센터인 미디액트 등 세 곳으로, 서울아트시네마의 경우 영진위로부터 지원되는 금액은 전체 예산의 30% 정도로 알려졌다. 미디액트나 인디스페이스 역시 전액지원을 받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공모제로 전환하겠다는 공식적인 결정을 들은 곳은 서울아트시네마 한 곳뿐이다. 미디액트의 경우 초기에는 공모제 얘기가 나오기는 했으나 이미 올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액트의 이주훈 사무국장은 "서울아트시네마나 미디액트나 인디스페이스나, 모두 나름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는 곳이다. 과연 경험도 없고 준비도 없는 다른 민간업체가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을 대체할 수 있겠는가. 공모제 자체는 좋을 수 있지만 서울아트시네마의 경우 정당한 평가나 절차도 없이 갑작스럽게 진행하는 이유가 오히려 의아스러울 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김숙현 기자


토요일 오후, 극장에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황폐한 삶>을 보신 분들이라면 결코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순간들을 아마 함께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본 후에 "아! 이건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장면이야."라고 묻게 되는 영화들이 가끔 있는데, <황폐한 삶>이 그런 영화입니다. 믿기지 않는 장면들로 보는 내내 숨이 막힐것 같은, 마치 기적의 순간을 함께 체험하는 흥분을 느끼는 그런 영화 말입니다. 이런 영화는 예술도, 기술도 아닌 미스터리(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나 나무 그늘아래 있던 꼬마아이가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 나무 담장위로 올라가 수풀 사이로 사라진 말을 호기심에 쳐다보던 그 침묵의 순간이나 영화 후반부에서 그늘을 찾아 조용히 눈을 감는 강아지의 모습은 잊기 힘듭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작렬하는 태양 아래 부부와 두 어린아이가 화면의 앞으로 걸어오는 긴 롱테이크는 마지막 장면과 울림을 만들어내면서 또한 출구가 없어 보이는 지옥의 풍경을 그려냅니다. 아이는 연신 '지옥이 뭐야'라고 부모에게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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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오락영화라 치부하며 간과하는 영화들이 있다. 혹은 지나칠 정도로 모든 미국영화를 정치적인 영화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테면, 9.11 테러 이후의 미국영화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모든 할리우드의 제작자들, 감독들은 그럴 경우 시대의 현실을 영화에 담아내는 민감한 정치영화감독들로 둔갑한다. 미국영화를 미학적으로 바라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회정치적 시각으로 영화들을 바라보는 이런 편중된 시선은 대신 아시아 영화들이나 유럽영화들을 볼 때는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한국영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상할 정도다. 반대로 말하자면, 미국영화는 그렇다면 유럽영화가 그러지 않았던 것과 달리 언제나 시대의 민감한 표상작용을 했던 것일까.    

일단 <트랜스포머>이야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트랜스포머>를 보며 들었던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 영화가 매직 랜턴이래로 영화가 관객들에게 제공해 왔던 환상성의 즐거움을 순수한 형태로, 그러니까 기계와 영성의 기괴한 결합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환상성은 물론 현실에 불가능한 상상을 추가하고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상상이라 여긴 것을 현실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 상상은 그러나 현실의 일부라 말할 수 있겠는데, 이를테면 주로 어린 시절의 달콤했던 기억처럼, 유년 시절에 잠자리에 들 때 머리 맡에 두었던, 혹은 놀이의 대상이자 소망의 대상이기도 했던 장난감들과 맺었던 친근한 감정들 같은 것이다. 언제든 만지작거리며 상상의 세계를 키워나갔던 장난감 로봇들 말이다.

머리 맡이라는 친근한 거리가 표현하듯 이런 장난감들은 우리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주변에 머물러 있는 애완동물같은 것으로 가끔은 유모처럼 우리를 위험에서 보호해 줄 것만 같은 보호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사물들과의 친근한 거리는 유년시절과 같은 순수성의 상태에서 가능한 것으로, 일찍이 스필버그는 <E.T>에서 그 극한을 보여주었다. 그가 <트랜스포머>의 제작에 참여한 것은 꽤나 어울리는 일로 블록버스터 영화의 귀재라 불리는 마이클 베이는 그 친근한 꿈을 금속성의 기계와 결합한다. 유년성의 흔적을 영화의 한 장면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디셉티콘의 로봇들이 신비한 에너지의 원천인 ‘큐브’를 손에 넣으려는 시도를 좌절시키려 오토봇이 지구를 방문하는데 이들은 마치 천사들의 강림처럼 거대한 빛줄기를 타고 대지로 하강한다. 이를 본 꼬마아이가 탄성을 내지르며 한 말은 영화의 핵심적인 유년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혹시, (당신들은) 장난감의 요정이 아닌가요.’
 
<트랜스포머>에서 흥미로운 것은 아이의 환상과 같은 상상의 세계에 디즈니세계의 달콤한 생명체들이 거주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좀더 날카롭고 경직된 움직임의 기계 로봇이 자리를 차지한다. 금속의 삐꺽거림이라는 지극히 기계적인 것에 매혹과 신비함, 더 나아가 영성을 부여한다는 점이 흥미를 끈다. <E.T>와 같은 상상에 <터미네이터>나 <로보캅>과 같은 기계-표피를 입었다고나 할까. 경직된 근육, 하드한 신체성을 지닌 로봇을 전면에 내세우며 그것의 기계적 분절적 움직임에 초자연성과 정신성을 기입하는 것이다. 가령, 영화 초반부에 샘은 그가 흠모하는 미카엘라를 어렵게 자신의 차에 태우는데 그 때 그녀는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내가 좀 근육질 남자에게 약한 것 같애. 가슴이 울퉁불퉁한 그리고 알통이 있는 남자에게 약하단 말이야”라고 말한다. 미카엘라의 말은 이 영화의 본성을 짧게 요약한다. <트랜스포머>의 매혹성이 바위처럼 단단한 신체성, 금속 기계의 ‘하드’한 바디에 있다는 점이다.

대단히 흥미로운 장면 하나를 더 언급하고 싶다. 영화의 초반부, 카타르에 있는 미군기지가 미확인 괴물체에 의해 습격을 당하는 순간 기지에 있던 일군의 용맹한 병사들은 괴물에 대항해 격렬한 저항을 벌이는데, 전투가 끝난 후에 이들 중 한 명은 이상한 경험을 느꼈다며 동료들에게 토로한다. “난 그런 종류의 무기 시스템은 일찍이 본 적이 없어. 온도 감지센서로 봤는데 그 녀석에게는 보이지 않는 포스들이 골격 주변을 덮고 있어 이상한 아우라가 느껴지더군.” 카메라는 실제로 그가 괴물과 조우했던 순간에 온도감지기계를 관통하는 그와 괴물체의 시선의 교환을 다소 혼란스럽게 표현한다. 다른 친구가 그의 말에 동의 할 수 없다는 듯이 “그건 불가능해. 그건 만화책에나 나오는 이야기야”라고 핀잔을 주자 그는 “‘어머니가 그런 능력이 있었지. 나도 그 힘을 물려받은 거야. 마법과도 같은 주술적 힘이라 할 수 있지”라 덧붙인다.
 
주술적 힘과도 같은 신비로운 체험은 주인공인 샘 윗윅키가 중고자동차를 사러 갔을 때 보다 분명한 표현의 기회를 얻는다. 중고차 판매인은 샘에게 “사람이 차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차가 사람을 고른단다. 인간과 기계의 신비로운 결속이 여기에 있지”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영화의 주제를 핵심적으로 요약한다. 기계와 인간의 신비로운 결속은 영화가 진행될 수록 샘과 가디언 덤블비의 교감에서 오토봇과 병사들의 교감으로 확장된다. 영화의 라스트에서 오토봇의 로봇들은 희생이 따른 전투를 끝낸 후에 “우리는 용맹한 전사를 잃었다. 하지만 새로운 용사들을 얻었다”고 근엄하게 말한다.

희생과 용기, 그리고 믿음의 결속으로 이어지는 <트랜스포머>의 서사는 사실 극단적인 구석이 있다. 인간과 로봇의 교감은 유년기적 상상에 근거하는데 이는 영화의 모토이기도 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과 연결된다.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기계의 형상으로 모습을 숨기다가 위기의 순간에 인간을 지키는 거대 로봇으로 변신하는 이야기가 영화의 거대 줄기인데, 이런 ‘비가시적 유대’는 희생이 뒤따르는 전투를 벌인, 이른 바 전우애라 할 수 있다. 가령, 범블비가 비밀경찰에 끌려갈 때 오토봇의 기동전사들은 “그는 용맹한 전사다. 그를 구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다치게 할 수 밖에 없다. 그도 이 사실을 이해할 것이다.”라며 덤블비를 구출할 생각을 포기한다. 디셉티콘과의 최후의 결전에서 오토봇의 리더인 옵티머스 프라임은 샘이 죽음을 불사하고 ‘큐브’를 사수하려는 행동을 본 후에 크게 감동을 받아 자신을 희생할 결심을 한다. 이런 결속은 유년기적 교감의 표현이라기보다는 생사를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나 있을 법한 전사적 유대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이런 전사적 유대와 가장 먼 거리에 있는 인물이 대통령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영화는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이 그러했듯이) 정치적 대변자로서의 대통령의 위치를 조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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