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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빔 벤더스 (5)
CINEMATHEQUE DE M. HULOT

지난 강의에 이어, 2월 19일부터 두 번째로 ‘다큐/에세이 영화’ 강의를 한다. 이번 강의에서는 195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해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협상하고, 몽타주의 비평적 유용성을 재고하며, 영화 제작자의 지성과 개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살펴본다. 전후 시기에 시간, 기억, 역사적 트라우마를 탐구하며 에세이 영화를 확장한 알랭 레네와 크리스 마커를 시작으로, 다이어리 필름을 통해 개인적인 방식으로 편지와 일기를 공존시키며 자신의 경험과 삶을 전달하는 형식을 시도한 요나스 메카스, 그리고 영화와 역사, 기억, 이미지들에 대한 질문을 여행 일기를 통해 에세이적으로 시도한 빔 벤더스와 호세 루이스 게린의 작품을 살펴볼 것이다. *2월 6일 현재 ,일치감치 수강생 모집이 끝나서 강좌..

호사다마라 해야할까.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상영에 문제가 생겨, 상영을 취소하고 대신 원래 상영하고 싶었던 ‘룸 666 Room 666/Chambre 666’을 상영할 수 있게 됐다. 아쉽지만, 또 기쁜 일이기도 하다. 게다가 무료 상영이다. 칸 영화제가 개최되던 1982년. 벤더스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호텔 마르티네즈 666호에 감독들을 초대해 영화의 미래에 대해, 영화는 죽어가는 예술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이 작업에 고다르, 스필버그, 안토니오니, 몬테 헬만, 수잔 세이들먼, 헤어조그, 파스빈더 등이-파스빈더는 한 달 후 세상을 떠났다-참여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영화의 미래에 대한 같은 질문은 올해도 제기됐고, 벤더스의 작업을 계승해 미국에서 ‘Room H.264: Quarantine, A..

일부러 찾았던 것은 아니지만, 베를린을 한 두달 돌아다니다보면 벤더스의 천사가 머물렀던 곳들을 지나치지 않을 수 없다. 극중 피터 포크가 파괴된 역이 있는 공터를 지나며 “기차가 멈추는 역이 아니라, 역이 멈춰지는 역"이라 말할 때의 Berlin Anhalter Bahnhof, 혹은 좋아하는 장면 중의 하나인 천사들이 쇼원도우를 통해 연인들의 키스를 바라보는 장면의 Maison de France, Cinema Paris 그리고 Kaiser-Wilhelm-Gedächtniskirche 등. 서커스 공연이 있던 빈 공터는 지금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천사의 날개는 영화박물관이 아니라 68혁명 기념 사진전을 보러 갔던 Charlottenburg-Wilmersdorf Museum에 있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

지금 벤더스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 그 하나가 여행이 중지된 세상에서 신선한 공기의 흐름, 다른 시간, 다른 곳으로의 여행을 가능케하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그 반대로 멈추어서서 다시 영화를 생각해보는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테면, 팬데믹이라는 감염병의 범지구적 유행은 우리를, 영화를 어떤 변화로 안내할까. 생전에, 오즈 야스지로는 작가로서 삶의 태도와 관련해, 아무래도 좋은 것은 유행에 따르고 중대한 것은 도덕에 따르고, 예술은 자신에 따른다고 말했다. 어쩌면, 벤더스는 퐁피두 센터가 그에게 ‘세계의 유행’에 대한 이 작품을 의뢰했을 때, 오즈의 말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벤더스는 유행보다는 이 세상에 관심을 두었다고 말하는데, 그럼에도 유행은 영화(산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벤더스는 ..

70년대 이래 빔 벤더스의 문제의식은 이러했다. 더 이상 영화에서 도움을 얻을 수 없다. 점점 영화들이 광고의 트레일러처럼 되고 있다. 의미 없는 이미지들의 범람 맨 앞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그것이 뿜어내는 것은 광학 독소들이다. 이미지와 적대적인 시대(혹은 적대적 이미지의 시대)가 시작하고 있다. 세상은 점점 영화 없는 세계가 되고 있다. 텔레비전과 소비(생산이 아니라!) 시장의 이미지가 지배하는 세계. 관객이 아니라 소비자의 품평과 기호가 지배하며 자기 말을 반복하는 세계. 벤더스의 상황 인식은 이미지를 통한 세상과의 접촉이 끊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3)에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촬영하는 필립은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증명하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지만 완성된 사진과 현실의 비교에서 접촉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