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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사라짐과 재회,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5월 이후>(20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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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짐과 재회,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5월 이후>(2012)

Hulot 2023. 2. 15. 23:36


오래전이지만, 2014년 3월 ‘시차: 동시대 영화 특별전’에서 처음 소개했던-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강연을 했더랬다-올리비에 아사야스의 <5월 이후>(2012)가 뒤늦게 개봉해, 근 10년 만에 다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내일 상영한다.


이 영화는 아사야스 감독 자신의 청춘 시절의 자전적 작품이다. 그는 1955년생이다. 청춘을 보낸 시대의 공기를, 미래를 바꾼다고 믿었던 시대의 눈부심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주듯 여름 햇빛 속에서 젊은이들이 각자의 길을 모색하던 모습을 다시 발견하는 것, 즉, 사라진 것을 다시 재림하게 하는 힘을 영화에서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5월 혁명을 열세 살에 겪었다는 것은 조숙한 것이지만 동시에 너무 이른 나이에 이미 늦었다는, 이중적 감각이 있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대사로 말하자면 그들은 현실의 혁명이 아닌 상상속에 살고 있었고, 어딘가 현실의 문을 두르리고 있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것, 무언가 행동을 일으키려는 의지가 있었지만, 어디에도 문 따위에는 없었다, 라는 인식에 있다. 아사야스는 상황주의자 기 드보르에 매혹되었지만, 상황주의 인터내셔널은 이미 해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고립감이 도리어 그를 예술로, 그리고 영화로 이끌었다. 말하자면, 이 뒤늦은 개봉이 파괴 이후에,소멸 이후에 시간과 기억을 되찾고, 다른 새로움을 위한 열린 장소를 개방하는 것으로서의 영화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제는 다른 의미의 ’시차‘가 여기에 있다.


* 예전 강연때에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다양한 책의 미장센이 등장한다. 책의 미장센은 정치담론의 전시장이다. 가령, 한 장면에서는 르네 비에네의 저작 ‘국제상황주의의 진정한 영혼‘이 등장하는데, 아사야스는 비에네의
저작과 영화, 그리고 기 드보르의 작품이 그를 영화로 이끌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기 드보르는 자신의 영화 몇 편을 영화관에서 상영한 후, 영화관의 상영은 물론이고 텔레비전에서 상영을 금지시켜 사실상 봉인했는데, 프랑스에서 2005년에 고몽사에서 기 드보르의 영화 작품 전집이 간행된 것은 오로지 아사야스의 노력 덕분이었다.

내일(목) 16h30 5월 이후Après mai / Something in the Air (2012) 올리비에 아사야스(Olivier Assayas)


* 내일부터 평일 낮 시간 동안 “굿애프터눈, 시네마테크”에서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세 편의 영화, <이마 베프>(1996), <데몬러버>(2002), <5월 이후>(2012)를 상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