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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에디토리얼] 예외없는 규칙은 없다

KIM SEONG UK 2013. 12. 15. 13:39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씨네21』에 실린 원승환 씨의 “'다양성이라는 획일적 명명이란 글을 읽었다. 다양성이라는 용어는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가 제안한 것으로, ‘다양성 영화라는 말로 통용되는 영화들은 주로 예술영화, 고전영화,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실험영화 등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자면 다양성영화는시장점유율 1% 이내인 영화 형식의 작품, 직전 3개년 평균 기준 서울지역 시장점유율 1% 이내인 국가의 작품, 영진위의 제작지원/배급지원 작품, 당해 연도 1% 미만의 스크린에서 개봉된 한국영화들이다. 원승환 씨가 지적하는 것은 다양성 영화라는 범주 안에 모든 비주류 영화의 범주를 우겨넣다 보니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마구잡이로 묶어놓은 결과 서로 다른 영화 간의 다양성이 지워져 버린다는 것. 그러므로 이 용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한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시기적으로 2007년은 정책적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 시네마테크에 대한 포괄적인 지원을 시도하려 했던 해였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들을 공통적으로 묶을 수 있는 개념을 요구받게 되었고, 이에 따라다양성 영화라는 표현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다양성 영화라는 표현은 자칫 그것이 어떤 실체의 대상을 지닌 개념처럼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류를 발생시킨다. 정책적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러한 용어로 도리어 실종되어 가는 것이 원승환 씨의 지적대로 다양성의 근간을 이루는 차이들이다. 의문인 것은다양성 미술이니다양성 음악이라는 식의 표현은 다른 예술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데 유독 영화에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질적인 측면에서 고려하기보다는 양적인 차이로 환원하기에 생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이러한 논의에서 도리어 실종되어 가는 것이 영화 예술의예외성이다.

원래다양성이란 표현 이전에 적극적으로 활용됐던예외는 문화의 획일화를 피하는 동시에 문화를 보호하여 다양한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기획에서 제기된 용어다. ‘예외라는 표현은 예술 작품에 그 생산이나 유통의 시장 논리만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하나의 법적 수단으로 작품 생산과 배급에 시장의 평가 기준과는 다른 기준을 개입시켜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다양성 영화라는 표현이 근거로 상정했을문화적 다양성이란 용어는문화적 예외에 대한 시장주의자들의 공격을 피하고자 고안된 개념이었다. 사람들에 따라서는 다양성이나 예외를 거의 같은 개념으로 받아들이지만 때로는 이 두 개념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들도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넓게 보자면 문화적 예외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예외는 문화의 다양성, 다양한 미학에 의해 작품 생산과 배급을 장려하는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전제이다. 그러므로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것처럼, 시장의 규칙에서 예외로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있는 법이다. 고다르가 말했던 것처럼 규칙은 문화의 문제이고, 예외는 예술의 문제인 것이다. (2013/ 12월 에디토리얼 '시네마테크')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