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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멜로드라마, 서크, 파스빈더, 페촐트 본문

영화일기

멜로드라마, 서크, 파스빈더, 페촐트

Hulot 2023. 4. 15. 12:15



크리스티안 페촐트는 파스빈더 영화의 독특함에 끌려 더글라스 서크의 멜로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무 살, 그가 처음 본 파스빈더 영화는 ’오늘‘ 상영하는 <사계절의 상인>이다. 부드러움, 잔인함, 춤, 음악이 있는 너무 재밌는 영화였지만, 당시에는 <택시 드라이버> 같은 영화를 좋아해서 거슬렸다고 한다. 멜로드라마는 퀴어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대체로 사색적인 백인 남자의 문제적 영화를 보던 때다. 그러다 파스빈더가 더글라스 서크의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길을 찾았다는 글을 읽고는 서크의 모든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멜로드라마를 진정으로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슬픔은 그대 가슴에>에서 울었습니다. 흑인 엄마가 백인 딸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려고 클럽에 들어가지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녀는  옆문으로 가도 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서크는 장면 전체를 옆에서 촬영합니다. 라나 터너는 스타이지만 서크는 흑인 모녀의 드라마가 주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녀를 옆에서 촬영합니다. 감정적으로 지능적입니다. 영화적이죠. 그래서 저는 멜로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그는 자신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독일에 더 이상 영화가 없었고, 장르 영화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장르는 말하자면 텔레비전에만 있었다. 해체가 아니라 장르의 재구성이 그래서 그의 작업에서 중요했다. 일종의 장르의 고고학적 작업. 지금이라면 어떤 상황일까. 해체인가 재구성인가? 파괴인가 균형인가. 혹은, 페촐트의 영화에 매혹을 느낀 스무 살의 관객이 파스빈더나 더글라스 서크, 혹은 클래식이나 B급 장르 영화에 빠져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