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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서울시네마테크 성명 본문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은 단순한 건물 조성 이상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민간과 공공의 협력이 하나의 이상적인 모델로 그 건물에 실현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21세기 초에 들어서, 캐나다의 TIFF 벨라이트 박스, 뉴욕의 아메리칸 링컨 센터,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각 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서울시네마테크 건립 역시 이러한 국제적 사례들과 유사하게, 서울아트시네마(시네마테크)를 포함해 독립영화전용관(인디스페이스), 미디어센터(미디액트) 등 독립 문화 주체들이 함께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하기 위한 공동의 프로젝트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프로젝트는, 그 추진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서울시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인해 좌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해외 기관들의 이전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년에 걸친 준비와 협의, 충분한 논의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2017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캐나다 TIFF 벨라이트 박스의 대표 피어스 핸들링을 초청해 시네마테크 건립과 관련한 워크숍을 이틀에 걸쳐 개최하며 그런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피어스 핸들링 대표가 강조한 ‘벨라이트 박스’ 건립의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과 단계들은 여섯 가지 였습니다다. 1)민간/공공 협력의 좋은 거버넌스 구조의 확립, 2)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비전, 3)명확한 의사결정 절차, 4)공유 책임과 책임 분담, 5)건물을 실제로 운영할 사람들과의 협의, 6)미래 성장을 위한 계획 수립. ‘서울시네마테크’에서 ‘서울영화센터’로의 변경은 이러한 과정이 무시된 결과입니다.
서울시네마테크 국제 설계공모가 마무리된 이후, 2018년에는 영화인들이 주축이 된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준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시와 함께 여러 사안을 논의하며 협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1년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2022년부터 ‘건립준비위원회’의 활동은 사실상 중단되었고, 서울아트시네마를 비롯해 그간 논의에 함께해온 독립영화전용관, 미디액트 등 다른 운영 주체들과의 협의 역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서울시는 별도의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으나, 해당 위원회의 구성원이나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TIFF 벨라이트 박스의 건립 과정과 비교하자면, 2023년 서울시는 민관 상설 위원회를 없애고, 모든 논의를 서울시의 임시위원회에서 수행한 셈입니다.
서울시네마테크 건립은 민간의 주도로 시작되었고, 서울시는 이에 화답하며 민관 협력의 모범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긴 여정을 함께해왔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은 단순히 하나의 건축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민간과 공공이 함께 만드는 지속 가능한 협력 구조를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부산의 ‘영화의 전당’이 그러한 모델의 사례로 종종 언급되지만, 서울시네마테크는 그보다 더 진일보한 민관 협력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었습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당초 기획대로 완공과 개관의 마지막 단계까지 충실히 이행되었다면, 전례 없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문화적 랜드마크로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 공간은 그저 서울시가 내세우는 작은 ‘센터’에 불과하며, 서울시 문화행정의 무능을 새롭게 보여주는 대표적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서울영화센터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합니다.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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