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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본문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이 시작한다. 2004년 이후, 근 20년 만에 마련한 이번 회고전은 전작을 망라하지는 않지만-그것은 실로 불가능하다-,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1990년대에 발표된 몇몇 작품들—예컨대 〈지옥의 경비원〉, 〈뱀의 길〉, 〈거미의 눈동자〉—과 그의 최근작들은 오는 12월 열릴 ‘PART 2’에서 만날 수 있다.
꾸준히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온 비결을 묻는 질문에,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 만들 수 있는 것을 찍어왔다”고 답한 바 있다. 이 답변은 그의 데뷔작 〈간다천 음란전쟁〉(1983)에서부터 꽤 특이한 주문형 비디오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 <차임>(2024)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 동안, 그가 어떻게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올 수 있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는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을 억지로 찍다 보면 결국 영화 자체가 싫어지게 될 것이고, 반대로 만들고 싶은 것만 고집하다 보면 영화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찍을 수 있는 것’ 안에서도 반드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며, 그렇게 ‘찍을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찍고 싶은 것’으로 바꾸어가며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덧붙인다. 영화 일에 대한 아마도, 가장 건강한 직업적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것은 한 장의 포스터에서 비롯되었다. X에서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의 소녀가 나오는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포스터를 접한 도구치 요리코 씨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이 회고전의 포스터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물어왔다. 포스터를 보내드리며 짧은 인사말을 부탁드렸고, 그렇게 40년의 시간을 넘어 도쿄에서 서울의 관객에게 아키코, 도구치 요리코의 편지가 도착했다.
***
안녕하세요, 여러분.
도구치 요리코라고 합니다.
저의 데뷔작인 <도레미파 소녀의 피가 끓는다>를 상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는 80년대에 재일한국인 친구와 함께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이제 그때와는 많이 변했겠지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풍경도 대부분 남아 있지 않아요. (촬영지는 대부분 도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풍경은 이렇게 영화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영화란 참 멋지죠!!
부디 영화 속의 그 풍경, 그 시절의 젊었던 저의 모습,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연출을 즐겁게 봐 주시길 바래요. <인간합격>이라는 작품에도 출연했는데요, 극중과 엔딩의 노래 <Moonlight Revue> 를 불렀답니다.
작년, 저의 데뷔40주년을 축하하는 도구치 요리코 영화제 (도쿄 시부야 유로 스페이스)를 기념하여 디지털 음원도 발매했어요.
Spotify나 Apple Music으로 감상할 수 있으니 들어봐 주세요.
40년 전의 작품을 한국이라는 곳에서 상영해 주신 것, 여러분들의 눈에 가 닿을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너무나 큰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도쿄에서 사랑을 담아 ~
도구치 요리코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예전 글을 뒤적거리다 보니, 2004년 서울아트시네마를 방문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그는 미래가 현재보다 조금 앞서 지나가고 있는 태풍과도 같다고 했다. 바다로 향하는 해파리(들)은 이 태풍의 중심에 있다. 이 영화의 ‘행진하는 청춘’의 미래가 제목처럼 밝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암흑의 태풍 속의 해파리들처럼 여전히 어둠 속에서 세계를 향해 빛을 발한다.
회고전의 첫 주말인 9월 28일(일), 일본판 <밝은 미래 アカルイミライ >(2003) 상영 후에, 김병규 평론가와 함께 21세기 영화의 ‘애매한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구로사와 기요시 회고전, 파트 Ⅰ 黒沢 清 回顧展
Kurosawa Kiyoshi Retrospective, PART Ⅰ
9월 26일(금) ~ 10월 9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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