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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보이치에흐 예지 하스 탄생 백주년 회고전 본문

“객관적 현실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할까? 그것을 다루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인가? […] 텔레비전의 영향으로 인해 영화는 19세기 문학의 정신을 닮은 현실적이고, 서술적이며, 도식적이고, 평면적으로 변해하고 있다. 텔레비전은 분위기와 형식을 죽이는데, 바로 그것-분위기와 형식-이야말로 내가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이다.” - 보이치에흐 예지 하스
보이치에흐 예지 하스는 1925년 폴란드의 옛 수도인 크라쿠프에서 태어났다. 부르주아와 인텔리겐치아, 예술의 전통이 살아있는 이 도시는 그의 성장 과정에서 감수성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고, 하스는 생에 여러 차례 이 사실을 강조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미술, 음악, 문학에 깊은 열정을 보였던 하스는 미술은 공간과, 음악과 문학은 시간과 연결 지었다. 또한 연극과 가상 세계 창조에도 매료되어 독일 점령기 동안 회화를 공부했다.
바로 그때, 회화적 공간과 음악·문학의 시간성을 결합할 수 있는 매체로서 영화를 발견했고, 결국 미술을 뒤로하고 영화에 전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을 시도했으나, 곧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교육 영화, 단편 다큐멘터리, 스케치 영상을 제작했고, 1957년 충격적인 장편 데뷔작 <올가미>를 선보였다. 표현주의와 누아르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알콜 중독자의 하루 24시간을 그려낸 실존적인 이야기였다.
데뷔작에는 이미 훗날 하스 영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을 요소들이 담겨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문학의 영화화였다. 하스의 14편 영화 가운데 무려 13편이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하지만, 그는 이를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자신만의 자율적 변주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는 책 속의 비(非)영화적인 부분, 즉 더 깊은 심리적·은유적 의미에 주목했다. 그리고 이를 영화 언어로 옮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구축한 시각적 공간에서 촬영감독·미술감독과 긴밀히 협업했다.
그렇게 완성된 화면 속에서 모든 디테일과 사물은 자신을 넘어선 다른 의미를 가리켰다. 또 하나의 핵심은 시간에 대한 성찰이었다. 영화는 시간 속에서 존재하는 동시에 시간을 붙잡아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 매체라는 인식이다. 개인적 차원과 집단적 차원의 주관적이고 비동시적인 시간 경험이 빚어내는 비극적 충돌은 그의 영화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가 되었다. -카롤 샤프라니에츠 Karol Szafraniec (평론가)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모래 시계 요양원>의 기차 여행의 모티프와 시간 여행에 대한 성찰이 홀로코스트라는 가장 끔찍한 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유령 열차는 시간의 역설적 핵심, 즉 통제를 벗어난 시간, 파괴와 붕괴, 죽음을 드러내는 어둡고 생명 없는 시간을 드러낸다. 그것은 인간의 시간 너머의 시간 경험이기도 하다. 하스의 유령 열차, 즉 영화는 시간의 맥박, 시간성의 핵심으로 탑승자를 안내한다. 우리는 그것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미로 속에서 길은 우리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09.07. 15h30 모래시계 요양원(Sanatorium pod klepsydrą (1973) 보이치에흐 하스(Wojciech Jerzy Has)+ 시네토크|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

보이치에흐 하스 회고전의 마지막 날에는 그의 60년대 걸작 <사랑받는 법>(1963)을 상영하고 김희정 감독의 토크가 열린다.
영화는, 비행기 여행 중, 한 유명 라디오 여배우가 점령기 동안의 고통스러운 사랑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등 뒤를 되돌아보는 영화다. 주인공이 말하듯, 이 영화는 일종의 영화적 장면으로 기록된 일기라고도 볼 수 있다. 그녀는 “언젠가 일기를 쓴다면 제목은 오필리아에서 펠리치아까지, 즉 ‘사랑받는 법’이라 하겠다”고 말한다. 그녀는 자기 고백, 혹은 내면 일기라는 수동적인 관찰자다.
하지만, 마르타 메사로시의 영화처럼 이는 단순한 사적 기록으로서의 일기를 넘어, 타인을 향한 증언으로 확장된 의미를 지닌다. 즉, 자기 고백일 뿐만 아니라, 타인을 위한, 그리고 세대를 잇는 증언의 형식을 띠게 된다는 것이다.
동시대 알랭 레네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같은 해 공개된 안제이 뭉크의 <승객>(1963)과 함께 전쟁으로 상처 입은 개인이 새로운 형태의 폭력과 직면해야 했던 ‘불안의 시대’의 흔적이기도 하다. 뒤를 돌아보는 시선은 단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은 아닌, 그녀를 공포에 빠뜨리는 하스 영화의 특권적인 차갑고, 잔혹하고, 공허한 텅빈 공간-열린 창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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