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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정념삼부작 본문
밀회
평범한 주부인 로라와 중년의 의사 알렉은 기차역 작은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매주 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만남을 갖게 되면서 사랑을 느끼지만 서로의 가정에의 책임으로 죄책감에 로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헤어진다. <밀회>는 이 둘의 담백하면서도 심플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영국영화연구소(BFI)가 뽑은 ‘영국 영화 베스트 100’에서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이 영화는 영국인들, 그리고 린의 마니아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은 영화다. 영화의 중심적 문제인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열정간의 충돌은 린의 영화에서 반복되는 탐구의 주제다. 원작자인 노엘 코워드가 쓴 짤막한 ‘스틸 라이프’란 희곡이 원안으로, 기차역에서의 두 남녀의 짧고 은밀한 만남과 헤어짐이 이야기의 전부였다. 야기의 마지막에서 영화가 시작해 이전에 있었던 일이 플래시백으로 보이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영화의 시간적 구성은 린의 착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로라의 내레이션을 들으면서, 동시에 플래시백으로 과거로 되돌려지면서 우리는 그녀의 마음에 남아 있는 과거의 회환, 헤어짐으로 귀결될 사랑의 비극을 더 통렬하게 느끼게 된다. 연인들의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정념은 어둑한 기차역과 플랫폼의 공간, 지나가는 기차가 간헐적으로 비추는 빛의 파열, 그리고 무엇보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의 고상하고도 열정적인 피아노 선율로 애잔하게 말해진다. 나는 사랑에 빠진 평범한 여인이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이런 폭력적인 비극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로라는 이런 식으로 되뇐다. 연인들의 들뜬 열망이 좌절과 낙심으로 귀결되는 페시미즘의 세계가 통렬하게 그려지고 있다. (김성욱)
<밀회>, <여정>과 더불어 성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유사한 설정으로 일종의 ‘정념 삼부작’을 구성하는 이 영화는 다른 두 작품과 비교해 볼 때 부당할 만큼 오랫동안 관객이나 비평가들로부터 외면되고 무시된 영화다. 매리는 과학자인 스티븐과 한 때 사랑을 나눴지만, 열정적인 사랑이 초래할 결과를 두려워해 마음이 끌리지 않는 사교적인 돈 많은 하워드와 결혼한다. 영화는 스위스로 남편과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가는 매리를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녀가 낯선 땅을 방문하는 즐거움에 들떠 있는 장면이나 그녀가 스위스의 안시 호수와 주변의 산을 방문하며 느끼는 행복감에는 전쟁 때문에 외국여행이 금지됐던 영국인들이 전후에 느꼈던 해방의 정서가 담겨 있다. 이 장면은 또한 <여정>에서 캐서린 햅번이 베니스를 방문하는 것에서의 여행자의 낭만성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호텔을 방문한 매리가 옆방에 과거의 연인 스티븐이 묵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화는 갑작스럽게 그와 만났던 과거로 회귀한다. 2차 대전 직전의 신년파티에서 매리가 스티븐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이다. 매리는 스티브와의 열정에 다시 사로잡히고, 두 번째 플래시백은 이들이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가를 더 먼 과거인 1930년대 중반으로 되돌아간다. 20세기 전환기를 배경으로 H.G. 웰즈가 1913년에 발표한 소설을 개작하면서 린은 소설에 담긴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내용을 대폭 삭제하고, 잘못 운명된 연인들의 로맨스에 집중했다. 성인들의 이야기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연대기적인 구성을 탈피한 ‘회상 안의 회상’이라는 복잡한 구성이 비평과 흥행에서 환대를 받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슨 웰스가 <시민 케인>에서 보여준 다중적인 플래시백과 딥포커스 촬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독특한 구성과 실험적인 기법, 그리고 프랑스의 알랭 레네가 십여 년 후에 극영화에서 보여준 하나의 시간의 지층에서 곧바로 다른 시간대로 넘어가는 시간의 몽타주는 여전히 흥미롭다. 린은 매 현재마다 분기하듯 과거를 펼쳐놓는 시퀀스의 구성으로 관객들을 시간의 미로, 정념의 미로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매리의 모호한 감정과 차가운 아름다움을 담은 촬영 또한 매혹적이다. (김성욱)
여정
이탈리아 베니스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8밀리 무비 카메라를 든 한 여인이 열심히 기차 바깥의 풍경을 촬영하고 있다. 그녀는 여름휴가를 이용해 베니스에 놀러 온 노처녀 미국인 관광객 제인(캐서린 헵번). 베니스에 도착한 제인은 금색의 눈부신 산마르코 교회와 광장, 그 앞의 노점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이런 제인의 모습을 신기한 듯이 쳐다보는 중년의 남자가 있었으니. 이탈리아의 베니스를 무대로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다룬 <여정>은 산마르코 광장, 광장에 운집한 비둘기, 밤하늘에 선명하게 떠오르는 만월, 물결에 흔들리는 곤돌라 등 베니스의 모든 아름다운 풍경을 컬러 화면에 담아낸 아름다운 영화다. 제인은 8밀리 무비 카메라를 들고 베니스를 방문한다. 그녀는 베니스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늘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여기서 카메라는 낯선 땅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수단이자 제인이 베니스를 바라보는 위치, 즉 외부적인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제인은 늘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다. 선글라스는 물론 여름 한낮의 뜨거운 태양을 차단하기 위한 여행자의 필수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선글라스는 그런 유용한 수단의 기능을 넘어서 베니스의 강렬한 사랑의 빛을 차단하기 위한 일종의 차폐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제인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불필요하게 된 두 사물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제인은 선글라스를 스스로 벗을 뿐만 아니라 카메라를 우연히 운하에 빠뜨린다. ‘여름의 광기Summer Madness’라는 또 다른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정>은 논리나 이성보다는 감성의 여정을 떠나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다. 린은 이 영화에 다른 작품들보다 더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고, 이 영화의 테마가 여인의 ‘고독’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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