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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사우라 - 파두, 이 슬픔이 그대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본문
영화에 관한 나의 기억은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에 그리움을 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을 보려는 욕망과도 닮았습니다. 이는 내가 좋아하는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영화제목처럼 '세상의 시초로의 여행'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번도 가 본적이 없는 곳인데 그곳에서 살았다는 느낌이 들때. 그런데 그 곳에서 먼 곳으로 추방되어 내가 떠돌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 그러다 불현듯 그곳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를 때. 서글픔이 화산의 용암처럼 되살아날 때. 어떻게 그런 일들이 생길 수 있을까요. (1) 조금은 텅 빈 극장에서 카를로스 사우라의 <파두>를 보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더군요. 눈을 감고 시인처럼 노래하는 한 노인의 얼굴에서 늙은 여인의 도취된 표정에서 시각의 유혹을 잃어버린 맹인처럼 눈물이 흘러나옵니다. 그들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마음의 평화가 달아나버리네,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네, 가슴속 깊이 자리한 그 무엇이 멈추어버리려 하네. 어쩌면 그건 나의 영혼. 삶의 무게에 짓눌렸을 테지. 아마도 이 고요함만이 내 영혼을 되살릴 수 있을 텐데. 모진 바람이 부네. 생각에 잠기기가 두렵네. 명상 가운데 길을 잃은 나, 의구심만이 깊어져 가네. 명상 가운데 길을 잃은 나, 의구심만이 깊어져 가네. 지나가고 잊혀지는 바람. 일어났다 잦아드는 먼지. 아아, 슬프도다, 내 안의 일을 깨달으면 좋으련만'
슬픔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아니 그 노래의 아름다움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들은 노래합니다. 언제든 그 노래를 듣는다면 우리의 가슴 속이 눈물로 차오를 것이라고. 그런데 정말 왜 그럴까요. <파두>는 이런 노래로 끝을 맺고 있습니다. '내 조국의 동포들아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지닌 이 슬픔이 그대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그 슬픔을 위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한을 풀어낼 수 있다면 나의 노래도 덜 울적할 텐데. 오 내 조국의 동포들아 이제야 깨달았다. 내가 지닌 이 슬픔이 그대들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노래가 그러하듯 영화의 슬픔도 그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리라. 사우라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듯합니다.
카를로스 사우라의 회고전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까마귀 기르기>가 필름상영이 아니라 아쉽지만, <사촌 앙헬리카>나 그의 초기작 <사냥>을 관심을 갖고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그의 음악 영화들이나 플라멩코 영화들 또한 무대공간을 빌어 영화의 잠재력을 드러낸다는 점으로 흥미를 끕니다. 그저 마음으로 추천하자면 <파두>를 놓치지 말고 꼭 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이들은 그저 긴 뮤직비디오를 본다고 여길 수도 있을 테지만. 한 편의 영화가 뜻하지 않은 12월의 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카를로스 사우라 회고전 정보는 아래를 확인하세요. (http://www.cinematheque.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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