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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B급 영화에 대한 오해와 진실 본문
B급 영화의 제왕이라 불린 로저 코먼의 자서전 제목은 <나는 어떻게 할리우드에서 백편의 영화를 만들고 한 푼도 잃지 않았는가>이다. 그는 3백여 편의 이상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중 2백 80편이 이익을 남겼다고 말한다. 여기서 요점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손해를 보지 않았는가’이다. 이런 탁월한 채산성과 다산의 태도가 로저 코먼의 장인정신이자 B급 영화의 미덕이다. 돈을 버는 일은 A급 영화의 몫이다. B급 영화의 작가들은 야구선수가 타석수를 늘려 타율을 높이려는 것처럼 다작으로 영화사에 기여하고자 했다.
로저 코먼이 괴팍한 인물이거나 남달라서 B급 영화를 만들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가 할리우드 영화계에 뛰어든 1950년대 초반에 독립적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젊은 감독들은 그래야만 했다. 메이저 영화사들이 스튜디오를 매각하고 자사의 영화관을 정리하던 시절이다. 당시 영화관들은 생존전략으로 특색 있는 작품들을 찾고 있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생기는 법. 요구에 재빨리 대응해 작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복잡한 제도적 수속을 거치지 않고 영화 작가의 삶을 누릴 수도 있었다. 대신 빨리 찍고, 싸게 찍어야만 한다. 로저 코먼은 그런 시대에 부응했던 적법한 작가였다.
▲ 로저 코먼의 영화 포스터들. 그가 영화계에 뛰어든 1950년대 초반에는 빨리 찍고, 싸게 찍어야만 했다.
B급 영화에 대한 사소한 오해
B급 영화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소한, 하지만 중요한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한국어식 표현에서 ‘B급 영화’는 ‘B Pictures’를 번역한 말인데, 사실 원어에는 위계적인 의미를 지닌 ‘급’이라는 어감은 없다. B영화가 저급하거나 이류 감독의 안이한 발상으로 만든 저질의 영화(혹은, 심지어 일부러 못 만든 영화)라는 편견은 이런 ‘급’이라는 표현 덕분에 만들어졌다. B급 영화를 별난 감성의, 예외적인 감독이 만든 괴상한 영화라 치부하는 것은 B영화의 탄생의 조건, 즉 역사성을 지워버리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B급 영화는 1930년대, 대공황시기를 거쳤던 할리우드가 유효수요의 부족(관객의 감소)을 타개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2편의 영화를 동시상영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되었다. 값비싼 A영화를 개봉하면서 덤으로 저렴한 B영화를 끼워서 상영했던 것이 ‘동시상영’이었다. 하지만 B영화의 산업적 조건은 이보다 전에 구비되었다. 1920년대 말 할리우드가 무성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던 시기에 스튜디오 시스템을 정비하면서 영화사들은 구래의 촬영소를 ‘B유니트’로 편성하면서 보다 저렴한 영화들을 만들 채비를 갖췄다.
말하자면,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단지 호화로운 상품을 제조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할리우드는 영화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의 극에서 빈곤의 문제를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양산했다. B영화는 말하자면 할리우드 내의 슬럼가였다. 화려함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했던 구조적인 빈곤의 과정이 있었고, 거기서 B영화가 탄생했다. 그 대부분은 공포영화, 범죄영화들이었다.
300편의 영화의 중심에서, 로저 코먼
이번에 상영하는 리처드 플레이셔, 로저 코먼, 테렌스 피셔의 경우는 1950년대 이래로 영화를 시작한 감독들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환기의 B영화감독들이라 할 수 있다. 할리우드의 파산과 경매라는 조건에서 영화를 의식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야만 했던 감독들, 그 각자 다른 조건에서이지만 현대적인 의미에서의 B영화감독들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B영화의 작가들 대부분이 통상적인 의미의 개인적인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후대의 평가야 물론 작가라는 개인의 이름으로 이들을 추앙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B영화의 작가들은 당대에 언제나 작품의 뒤편에 위치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이름을 알리지 못한 ‘익명적’인 작가들이었다.
가령, 로저 코먼은 3 백여 편의 영화에 제작자로서 이름을 올렸고, 갖은 방식으로 영화에 관여했지만 그가 관여하는 방식, 혹은 그의 주변에 몰려든 영화인들과의 관계에서 볼 때 로저 코먼은 개인이라기보다는 집단, 결합체, 네트워크 혹은 운동체로서의 작가에 가깝다. 1960년대에 그의 주변에는 영화계 입문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젊은 영화인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를 위시해 잭 니콜슨, 데니스 호퍼, 피터 폰다, 잘스 브론슨, 로버트 드 니로, 토미 리 존스, 워렌 오트, 로버트 타운, 몬테 헬만, 피터 보그다노비치, 마틴 스콜세지, 조나단 드미, 제임스 카메론, 조 단테, 론 하워드, 존 세일즈 등이 코먼의 영화학교 문하생으로 성공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 수 있었다. 코먼은 그들에게 영화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이들은 나중에 할리우드를 위기에서 구해낸 뉴시네마의 기수들로 성장했다. 코먼은 게다가 제작 외에도 해외의 예술작품을 미국에 수입하는 배급의 일에도 관여했다.
어셔가의 몰락 House of Usher
1960 79min 미국 Color 35mm 12세 관람가
출연: 빈센트 프라이스, 마크 데이먼
로저 코먼이 연출한 에드거 앨런 포 원작의 첫 번째 영화. 필립은 약혼녀를 만나기 위해 어셔 저택을 방문한다. 하지만 약혼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인데다가 그녀의 오빠는 어서 빨리 저택을 떠나라고 겁을 준다. 코먼은 60-64년에 모두 8편의 에드러 앨런 포의 영화를 연작처럼 만들었다. 포의 유명세를 빌려 코먼은 흑백 두 편의 저렴한 제작비를 컬러 영화 한 편에 투자해, 매 작품에 들어가는 세트의 비용을 축적해 갈수록 더 화려한 장면을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다. 포의 작품해석에 프로이트의 이론은 적용한 작품.
저승과 진자 Pit and the Pendulum
1961 80min 미국 Color 35mm 15세 관람가
출연: 빈센트 프라이스, 존 커, 바바라 스틸스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영화화한 두 번째 작품. 바나드는 여동생 엘리자베스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녀의 남편을 찾아간다. 그리고 바나드는 그가 엘리자베스의 환영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거대한 면도날 같은 진자를 보여주는 편집과 연출이 돋보인다. 제작비 20만 달러로 2백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입을 올린 작품.
팀 버튼이 존경한 공포 영화의 제왕, 테렌스 피셔
테렌스 피셔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팀 버튼은 <슬리피 할로우>(1999)를 만든 후의 인터뷰에서 ‘나는 50, 60년대의 해머 공포영화Hammer horror films의 열광적인 팬이었다. 이 영화는 고전 공포 영화의 이미지를 많이 차용하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슬리피 할로우>는 영국의 해머 영화사에서 만든 테렌스 피셔의 <바스커빌가의 개>(1959)와 많은 부분 닮았고, 촬영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했고 해머 공포영화의 스타였던 크리스토퍼 리가 깜작 출연하기도 했다.
사실 지금의 관객들은 ‘해머, 테렌스 피셔, 크리스토퍼 리’라는 인물들과 단어에서 어떤 이미지를 쉽게 떠올리지 못하지만, 조금만 유심히 B급 취향의 영화감독들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공통적으로 영국의 ‘해머 영화’들에 대한 언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틴 스콜세지 또한 ‘어린 시절 나는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갔다. 극장에서 해머 영화사의 로고를 볼 때마다 우린 이 영화들이 매우 특별한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머 영화들은 내게 늘 놀라운 경험과 충격을 주었다’라고 말했었다.
1930년대에 만들어진 ‘해머 영화사’는 초기에는 주로 B급 범죄영화를 만들었지만 신통치 못한 결과를 얻다가, 테렌스 피셔라는 걸출한 인물이 해머 영화사에서 일련의 공포 영화를 만들면서 일약 ‘영국의 유니버설’이라는 명예를 얻게 됐다(유니버설 영화사는 1930년대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의 영화를 만든 공포 영화의 보고였다). 테렌스 피셔는 당시 판권이 소멸된 상태였던 메리 셀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영화로 만든 <프랑켄슈타인의 저주>(57)라는 영화로 일약 유명해졌다. 그 이후 <드라큘라>(1958), <늑대인간의 저주>(1961) 등의 작품에서 피셔는 초저예산으로 대단히 빨리 영화를 만드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미라, 늑대인간,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돌연변이, 바스커빌가의 개, 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초자연적인 공포를 만들어낸 감독이었다. ‘해머 룩’이라 불린 해머 영화사의 작품들은 감독에 테렌스 피셔,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출연한 피터 커싱, 괴물 역할의 크리스터퍼 리, 음악을 맡은 제임스 버나드 등의 협연으로 유명했다.
해머 공포영화는 1920-30년대 전성기를 구가한 미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부활이자, 70년대 이후 새롭게 만들어진 공포영화들, 예를 들어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악마의 씨>, <엑소시스트> 등의 공포 영화에 자극적인 영향을 주었던 선구적인 영화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공포의 명가도 70년대에 들어서는 고전적인 공포영화에서 탈피해 섹스와 누드가 첨가된 일련의 뱀파이어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해 변화를 겪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The Curse of Frankenstein
1957 82min 영국 Color 35mm 12세 관람가
출연: 피터 쿠싱, 헤이젤 코트, 크리스토퍼 리
컬러로 촬영된 테렌스 피셔의 첫 번째 프랑켄슈타인 영화이자 해머 공포영화의 신기원을 이뤄낸 영화다. 해머 영화의 대표적인 배우 피터 쿠싱이 처음 주연으로 출연했고, 핏빛을 실감할 수 있는 컬러의 사용으로 놀랍다. 테렌스 피셔는 이 영화를 시작으로 모두 다섯 편의 프랑켄슈타인 영화를 만들었다.
<늑대 인간의 저주> 1961/91분/컬러
감독: 테렌스 피셔
출연: 클리포드 에반스, 올리버 리드, 캐서린 펠러
스페인의 한 마을에서 강간당한 하녀의 아이로 태어난 레온은 늑대인간이다. 그는 주인의 딸인 크리스티나를 사랑하게 되지만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해 마을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프랑켄슈타인과 드라큘라에 이어 피셔가 만든 고딕풍의 몬스터 영화로 유니버설이 만든 <늑대인간>(1941)과 비교되는 작품이다.
B영화의 혁신적인 장인, 리처드 플레이셔
리처드 플레이셔는 조금 다른 경우다. 그는 커크 더글라스가 주연한 <바이킹>(58)이나 조 단테가 리메이크를 해서 유명해진 <마이크로 결사대>(66), 성서영화인 <바라바>(61), 쥘 베른의 고전 과학소설을 영화화한 <해저 2만리>(54),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원래 연출을 하기로 했던 <도라! 도라! 도라!>(70), 그리고 아놀드 슈왈제너거가 출연한 <코난>(84), <레드 소냐>(85)와 같은 후기의 작품들은 상업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뒀던 작가였다. 하지만 B영화의 작가들 대부분이 그랬던 것처럼 리처드 플레이셔라는 작가의 이름은 아직까지 망각의 영역에 있다. 비평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부여받은 적 또한 없다.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을 간과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전속되어 장르를 넘나들며 잡다한 영화를 양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그의 작가적 개성에 대한 파악은 아직까지 숙제처럼 남아있다.
이번에 상영되는 영화들은 플레이셔의 영화들 중에서 B필름 누아르에서 연원한 범죄에의 세심한 탐구(<난폭한 토요일>, <강박충동>, <보스턴 교살자>, <릴링턴가의 살인>, <라스트 런>, <두목은 죽었다>), 시대극의 재건축(<바이킹>), SF적 상상력의 현실화(<소일렌트 그린>)로 유명한 작품들이다. 그의 영화들 대부분은 교훈적인 주제를 전달하는데 냉담하고, 대신 문명사회의 인간적 질병, 고독한 인간의 삶, 사회적 부적응을 보이는 (그리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들의 병리학적 행태에 주목한다. 그런 점에서 그의 뛰어난 작품들 대부분은 범죄영화들이다. 가령, <시민 케인>의 오슨 웰즈가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강박충동>(59)에서는 사회적 도덕적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자본가 계급의 두 학생이 니체 이론에 매혹을 느껴 자신들의 우월함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소년을 살해하고 경찰과 게임을 벌인다. 실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릴링턴가의 살인>(71)에서는 전쟁을 치른 고독한 노년의 남자가 어떻게 끔찍한 살인을 거듭하는가를 보여준다.
실험적인 정신과 스타일이 가장 돋보이는 작품은 단연 <보스턴 살인마>(68)이다. 이 영화에서 프레이셔는 연쇄살인범을 체포하기 위한 경찰이 탐색은 다큐멘터리적인 터치로 상세히 그려내고, 후반부에 살인마의 도덕적 딜레마와 심리학적 문제는 지극히 주관적인 상상의 세계로, 서로 이질적인 방식으로 그려냈다. 당시로서는 가히 혁신적이었던 분할화면의 도입은 브라이언 드 팔머의 전매특허라 여긴 활용을 앞서는 것이었다. 그는 살인마로 분한 토니 커티스의 연기 지도에 비디오를 적극 활용했고, 라스트의 취조실의 방을 환상적인 터치로 그려내기 위해 벽에 조명을 설치해 백색의 공포를 구사해냈다. 플레이셔의 탁월함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나 소재의 능수능란한 연출, 기술적 혁신에 있었다. 동시에 그는 언제나 인물들의 모호한 감정의 깊이를 드라마로 표현하는데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었다.
강박충동 Compulsion
1959 103min 미국 B&W 35mm 18세 관람가
출연: 오슨 웰스, 브래포드 딜먼, 딘 스톡웰
1924년, 젊은 부르주아 청년들이 아이를 무참하게 살해해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니체의 초인이론을 들먹이는 청년의 이상심리와 오슨 웰즈가 등장해 법정에서 벌이는 긴 연설장면이 인상적이다. 시드니 루멧의 <12인의 성난 사람들>(57)과 더불어 1950년대 새롭게 시작된 법정 영화의 새로운 형식을 선보인 작품.
릴링턴 가의 살인 10 Rillington Place
1971 111min 영국 Color 35mm 18세 관람가
출연: 리처드 아텐보로, 존 허트
2차 대전이 막바지에 달한 영국, 한 남자가 평범한 중년 여성을 지하실에서 유독가스로 기절시킨 후 살해한다. 종전 후, 이 남자는 자신의 집에 세 들어온 부부에게 다시 살해 충동을 느끼는데. 고립된 장소에서의 압박감이 느껴지는 카메라의 배치, 임상실험에 가까운 인물의 행태를 담아내는 무서운 시각으로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소일렌트 그린 Soylent Green
1973 97min 미국 Color 35mm 18세 관람가
출연: 찰튼 헤스턴, 리 테일러 영
2022년의 뉴욕은 인구 과잉 상태로, 빈부의 격차가 심해 빈자들은 제대로 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다. ‘소일렌트’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화학 음식이 식사를 대신하게 되는데, 어느날 소일렌트 회사의 사장이 살해되면서 이 음식의 정체가 밝혀지게 된다. <혹성탈출>의 찰튼 헤스턴이 다시 한번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에서 주인공을 연기했다.
B급 영화는 여전히 유효한가?
왜 우리는 B급 영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까? 무언가 색다른 감성을 찾기 위함인가? 아니면 이미 지나가버린 컬트영화에 대한 일시적인 열광처럼 시대착오적인 것일까? 이번에 소개되는 세 명의 감독들은 B영화의 소멸기에 영화를 시작해 B영화를 계승한 장인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A와 B의 구별이 무의미해진 시기에 B영화의 시스템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시도를 벌였다. 소재와 장르를 불문하고 다층적인 의미와 깊이를 담아내는 탁월한 화면의 구성과 제한된 조건에서의 기술적 혁신들이 B영화의 미덕이었다. 이들의 영화를 보는 것은 그런 점에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역사적인 조건을 재검토하는 것이자 현재의 제작 조건을 상대화해볼 수 있는 기회다. B급 영화란 한계적인 상황에서도 그 조건에 저항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들이다. B급 영화의 작가들 또한 그러하다. 그들은 영화사의 유명 교과서에 제대로 등재되지 못한 인물들이지만, 실제로는 영화를 위기에서 구한 숨은 공로자들이었다. (김성욱: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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