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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오 나의 캡틴! - -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본문
2003년 여름에 첫 선을 보인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는 새로운 세기의 관객들에게 테마파크에서나 즐길법한 흥겨운 모험과 여흥을 선사하며 조니 뎁이 연기한 해적 잭 스패로라는 아주 독특한 반영웅을 창조해냈다. 해적 잭 스패로는 18세기 드넓은 바다를 장악하며 제국주의의 확산에 기여한 다국적 동인도 회사의 탐욕과 맞서 싸우는 자유의 대변자이자 신대륙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개척자를 상징한다. 두 번째 이야기인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은 이런 설정에 뱃사람들 사이에서 떠도는 유명한 전설과 신화를 뒤섞어 보다 환상적인 세계로 관객을 안내한다.
모험에서 돌아온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와 윌(올랜드 볼룸)은 행복한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때마침 탐욕스런 동인도 회사의 하수인인 커틀러 베켓 경(톰 홀랜더)의 음모로 결혼은 무산되기에 이른다. 해적 잭 스패로를 도운 것이 화근이었던 탓이다. 엘리자베스와 윌은 왕국에 대항했다는 죄목으로 사형될 위기에 처하는데 베켓은 윌에게 잭이 지닌 나침반을 찾아오면 죄를 사면해주겠다고 꼬득인다. 베켓은 나침반의 도움을 빌어 실은 ‘망자의 함’을 얻고자 한 것이다. 전설에 따르면 ‘망자의 함’을 손에 넣는 자는 바다를 지배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잭 스패로(조니 뎁)는 되찾은 자신의 배 블랙 펄을 타고 새로운 항해를 떠나지만 이내 공포에 사로잡힌다. 바다를 지배하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호의 선장 데비 존스(빌 나이 분)에게 그가 생명의 빚을 지고 있는 몸이기 때문이다. 잭은 가혹한 노예계약에서 벗어날 방편으로 ‘망자의 함’을 찾아 나선다. 서로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망자의 함’을 얻기 위한 모험이 벌어지고 불가피하게 엘라자베스, 윌, 잭을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은 점점 첨예화된다.
고통의 심장
전편과 비교하자면 <망자의 함>은 좀더 어두운 영화로 각각의 인물들은 겉모습 뒤로 다른 마스크를 쓰거나 어두운 그림자를 숨기고 있다. 평면적인 인물들에 내면의 무게가 실리면서 인물들의 행동에 음험한 욕망이 도사리고 있기에 모험은 이제 외부세계만이 아니라 정체성을 둘러싼 투쟁의 양상을 보인다. 엘리자베스, 윌, 잭은 탐욕스런 동인도 회사와 공포의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과 맞서 싸울때는 한 팀을 이루지만 이들 각각은 또한 자신의 욕망과 마주하면서 점점 어둠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간다. 동남아시아의 바다, 식인 원주민들이 거주하는 섬, 끔찍한 외모의 유령해적, 음침한 주술사, 바다괴물 크라켄 등과 만나면서 이들은 데비 존스의 심장이 담긴 상자를 얻기 위해 때론 서로를 속이기도 하면서 대립한다. 윌은 엘리자베스를 구하기 위해 잭을 찾아 나섰지만 이 여행길에서 악당 데비 존스 밑에서 괴물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엘리자베스는 거추장스런 드레스를 벗고 남장차림으로 때론 칼을 들고 때론 잭에게 술책을 부리면서 윌을 구하는 모험에 나선다.
‘망자의 함’을 얻기 위한 갈등이 이처럼 복잡한 양상을 보이면서 엘리자베스, 윌, 잭, 그리고 노링턴 제독은 결국 최종적인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이들의 투쟁은 아주 유머러스하게 표현된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18세기의 ‘로렐과 하디’ 콤비처럼 보이는 어리버리한 두 명의 해적 핀텔과 라게티는 넷이 벌이는 다툼을 지켜보며 마치 생중계를 하듯 각각의 인물들에 드리어진 어두운 욕망을 설명한다. 노링턴 제독은 상자로 잃어버린 명예를 얻고자 하고, 잭은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윌은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상자를 차지하려 다툰다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핀텔과 라게티는 ‘상자가 치명적인 유혹을 지닌 것이라며 그 상자를 치운다면 드리운 유혹도 없앨 수 있지 않을까’라며 상자를 처분하기로 작정한다. 이들의 판단은 무척 순진해 보이긴 하지만 영화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요약하고 있다. 이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상자에 담긴 데비 존스의 심장인데, 정작 데비 존스는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자신의 심장을 도려내어 특별한 상자에 가둬두었다. 욕망의 대상인 심장은 고통의 상징이기도 한 것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협작꾼으로 온갖 술책을 부리는 해적 잭 스패로가 미워할 수 없는 반영웅이라면 수염처럼 마구잡이로 뻗은 문어다리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쉬며 나름 우아하게 파이프 오르간을 치는 악인 데비 존스는 공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고독한 인물이다. 바다 위를 끝없이 떠돌아다녀야 하는 ‘플라잉 더치맨’의 운명처럼 그는 바다에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자유에의 갈망
괴물 크라켓,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과 벌이는 해상 전투장면들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망자의 함>이 제공하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거북스런 치장을 벗어던지고 모험의 세계로 떠나는 자유로운 기상이다. 영화의 거대한 줄기는 자유로운 삶에 대한 갈망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엘리자베스의 드레스가 물속으로 가라앉는 환상적인 장면에서 상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녀는 모험의 세계로 떠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옥죄는 코르셋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데, 이 또한 그녀의 정체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드레스를 버리고 윌을 구하기 위해 나선 엘리자베스에게 잭은 ‘당신은 자유를 갈망해. 원하는 대로 사는 삶을 갈망하는 거지. 언젠가 당시도 그것을 거부할 수 없을 거야’라 말한다. 한편 엘리자베스는 잭에게 ‘올바른 일을 할 기회가 있어요. 용감한 행동을 보여주고, 존경을 받으며 명예로움을 드러낼 그런 기회를 당신도 거부할 수 없을 거예요’라고 맞받아친다. 이들의 대화처럼 영화는 문명과 야만, 억압과 자유의 충돌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용기와 미덕을 발견하는 모험을 그린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거대한 문어 크라켓과 마지막 결전을 벌이는 잭의 모습은 아주 느린 화면으로 보이면서 잭의 영웅적인 몸짓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엘리자베스, 윌, 그리고 해적선의 선원들이 괴이하고 유령이 출몰하는 바다를 항해해 블팩펄 호와 잭을 구하는 모험에 모두 나설 것을 결심하면서 끝을 맺는다. 잭은 술책을 부리면서 사람들을 곤경에 처하게 하지만 문명세계의 탐욕과 초자연적 세계가 충돌하는 거대한 대양을 가로질러 자유로운 삶과 모험을 떠나려는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유일무이한 ‘캡틴’이다. 도덕적으로 다소 불완전하고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는 인물이지만 재치 있고 쾌활한 성격에 멋 부린 치장을 한 이 음험한 영웅은 슈퍼맨과는 다른 또 다른 초인인 것이다.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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