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CINEMATHEQUE DE M. HULOT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 마지막 상영 본문

소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 마지막 상영

Hulot 2021. 3. 26. 14:30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영화를 너무 사랑한 이 프랑스 감독을 처음(이자 사실 마지막이다) 만났던 것은 2002년 6월의 일이다. 센트럴시네마에서 열린 서울 프랑스 영화제에 그의 신작 <통행증>이 상영됐고, 주연 배우와 함께 그가 극장을 찾았다. 그의 영화가 정식 개봉된 적은 없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온통 배우에게만 집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는 영화 탄생 백주년을 맞던 해에 ‘미국영화사 50년’이라는 꽤 두툼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미국 영화광으로, 나중에는 <나의 프랑스 영화>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도 했다. 고다르가 말했듯이 그는 해방과 시네마테의 아이로, 어린 시절 봤던 영화의 기억을 희망과 비슷한 감정으로 기억한다.
이를테면 그는 1944년 고향 리용의 해방을 알리는 하늘을 뒤덮은 폭죽의 불빛을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갈때 스크린에 불이 켜지고 커튼이 걷히며 밝아지는 빛을 볼때 떠올렸다고 한다. 극장에서 공개된 그의 마지막 작품은 아마도 토미 리 존스가 주인공인 미국에서 제작한 <일렉트릭 미스트>(2009)일 것이다. 예의 <나의 프랑스 영화>라는 다큐는 그 이후의 작품이지만 극장 개봉을 하지는 않았다. <일렉트릭 미스트>는 꽤 흥미로운 작품이었지만 외면당했고, 열심히 리뷰를 쓰던 때라 이 영화에 대해 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코엔 형제(‘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미스틱 리버’), 혹은 자크 투르뇌르(‘레오파드 맨’)의 영화와 마주하며 미국이란 세계를 발견하고 이해하려 했다고 글을 썼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는 그의 영화를 <살인의 추억>과 비교하기도 했다. 어쨌든, 영화속 토미 리 존스가 말하듯이 ‘과거는 마주 보아야만 극복될 수 있다.’ 그는 언제든 과거와 마주하려 했다.

쓸데없이 길어졌지만, 이 늦은 시간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지난해 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잠에 들기전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그의 작품 <7일간의 외출>을 35mm 필름으로 상영했다. 그때는 코로나로 극장의 상황이 이렇게 나빠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채, 그럼에도 극중 나탈리 베이가 카세트 테이프로 듣던 동네 영화관의 운명에 대한 에디 미첼의 노래에 마음이 이끌렸었다. 리듬은 경쾌한데 가사는 마음 쓰린 곡이었다. 그의 부고소식을 듣고는 다시 그 노래가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 우리동네 영화관의 운명을. 그곳은 차고나 슈퍼 마켓이 될거야. 더 이상 기회는 없어. 그것은 마지막 상영이었다. 스크린의 커튼이 떨어졌다...”



'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SOS Brazil Cinemateca  (0) 2021.08.07
가끔 힘들때도 있었지만…  (0) 2021.07.12
Save the Cinema  (0) 2020.04.12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가  (0) 2020.02.28
이미지 뒤편의 세계  (0) 2020.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