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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

SOS Brazil Cinemateca

Hulot 2021. 8. 7. 00:01


무주산골영화제가 출간한 작고 예쁜 보라색 표지의 ‘정치와 저항의 시네아스트-클레베르 멘돈사 필류’를 오늘 받아 읽다가, 올해 칸 영화제서 그가 했던 발언과 지난주 브라질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일에 대해 덧붙여 말하고 싶어졌다.  

올해 칸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멘돈사 필류는 기자회견에서 브라질 시네마테크가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언급하며, 세계 영화인의 관심을 촉구했다. 지난해 브라질 시네마테크는 재정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았다. 모든 기술자와 전문가가 해고 됐고, 시설은 방치되었다. 멘돈사 필류는 이러한 상황이 문화와 영화에 대한 경멸의 증거라며 정부에 보존의 사원인 시네마테크에 지원을 요구했다. 그의 경고와 우려가 지난 주에 현실로 벌어졌다. 지난 7월 29일 목요일, 상파울루의 브라질 시네마테크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2,000편의 영화가 화재로 소실되었다.

1940년에 설립된 브라질 시네마테크는 가장 오래된 영화 기관 중의 하나로 250,000롤의 필름과 100만 개의 영화 관련 문서를 보유한, 남미에서 가장 큰 필름 아카이브다. 사건은 지난해 우파 정권이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벌어졌다. 2018년, 15년 만에 집권한 우파 정권은 문화와 예술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모든 종류의 예술 지원을 자원 낭비로 간주하면서 시네마테크에 대한 지원을 삭감했다. 그들은 대부분의 예술과 교육을 좌파가 장악한 수상한 활동으로 보고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 감염확산으로 시네마테크가 폐쇄됐고, 아울러 지원이 중단되면서, 월급이 4개월이나 밀려있던 직원 62명이 6월에 해고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Trabalhadores da Cinemateca(시네마테카의 노동자)를 조직해 정부에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브라질 영화인들은 아카이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자원이 부족해 언제든 화재 등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불과 몇년 전까지 브라질 영화계는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2002년 룰라가 대통령에 선출된 후 13년간 집권한 노동당 정권은 영화 및 시청각 산업을 촉진하기 위한 공공정책을 시도했다. ‘시청각 부문 기금(FSA)’를 창설해 장편 영화의 제작, 텔레비전 시리즈의 제작, 극장의 건축·개축·설비 갱신 등의 다양한 지원 사업을 했다. 2007년부터 2018년 말까지 FSA 프로그램은 브라질 영화 역사상 거의 볼 수 없었던 가장 풍요로운 영화 문화를 구축했다. 특히, 전국에 다수의 영화제가 개최되어 새로운 영화 문화가 강화되어 새로운 제작의 발판이자 신진 영화인들의 만남, 관객과 폭넓은 대중의 접근이 가능한 장소가 되었다. 브라질 영화의 국제적 소개도 확대되어, 지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만 19편의 새로운 브라질 영화가 선보였다. 이는 전례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이 시절의 수혜를 누렸다. 2006-2007년에 시네마테크에서 두 차례 ‘브라질 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활발했던 문화 교류 덕분이었다. 2006년에는 시네마 노보의 대표작인 <마꾸나이마>(1969)를 상영하며 영화 관계자와 배우가 직접 방한했다. 2007년에는 글라우버 로샤와 넬슨 뻬레이라 도스 산토스의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마쿠나이마>나 글라우버 로샤의 영화들이 모두 브라질 시네마테크에 보관되어 있다.

1922년, 터키 그리스 전쟁의 막바지에 스뮈르나는 며칠간 지속된 화재로 파괴되었다. 사람들은 황폐한 땅을 남겨둔 채 배를 타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프랑스로 향하는 배의 갑판에서 여덟 살의 소년은 화염에 휩싸인 땅이 멀리 사라지는 것을 보며 사진을 찍어달라 말했다. 어릴때 모든걸 화재로 잃은 후에, 필름에 담긴 모든 것이 재로 변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이의 노력으로 시네마테크가 시작됐다. 한 세기가 지난 후, 재에서 살아 남은 영화들이 다시 화염에 휩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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