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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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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

Save the Cinema

Hulot 2020. 4. 12. 22:52

가모 강변에서 도시샤 대학을 향해 걸어가다 시장거리에서 우연히 들린 곳이 ‘데마치 좌’라는 교토의 영화관이다. 벚꽃이 만발하던 4월 이맘때다. 세타 나츠키의 <파크>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1층에는 다양한 영화서적이 구비되어 있고, 가볍게 커피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라운지 카페가 있고, 2층 계단을 올라가면 상영관이 있는 작고 예쁜 영화관이다. 별도의 매표소 없이 일본의 라멘집처럼 자동판매기로 표를 구입할 수 있다.

최근, 이 극장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 확대로 나날이 심각한 상황에 빠져 수익이 70%나 감소해,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3개월 이내에 폐관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왕래하는 영화관은 지금은 사람들이 피해야 할 장소가 됐다. 영화관은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초대할 수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도 없다. 폐관을 막고, 당장 급한 운영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이 극장은 자구책으로 유럽이나 미국의 예술영화관들이 지금 그러하듯, 극장에 오지 못하지만 상황이 개선되면 극장에 올 관객들에게 일종의 선매권인 '미래권'을 판매하고 있다. 먼 미래에 만날 소망을 담아 영화권, 서적권, 카페권 등 3종의 ‘미래권’을 발행하고 있다. 2백만 엔을 목표로 했는데 이틀 만에 초과 달성, 현재 516명이 참여해, 3백4십만 엔의 미래권이 판매됐다.

새삼 느끼지만, 일본 영화관객 커뮤니티의 저력은 대단하고 고귀하다. 공적 지원이 부족해도 일본의 미니시어터들이 유지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영화관이 시민의 힘으로 위기를 넘겨 그 자리에서 ‘삶의 버팀목이 되는 문화의 등불’을 여전히 밝힐 수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