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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기보다는 감정 - 엠마누엘 무레의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본문
사랑이라기보다는 감정.
...이를테면, 영화의 초반부 장면에서 지금까지는 번역 일을 해왔지만, 이제는 자신의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 소심한 막심은 형수 다프네가 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물음에 ‘감정에 관한 이야기’라 말한다. 다프네는 재차 ‘사랑 이야기'냐 되묻는데, 막심은 ‘네, 근데 감정 이야기라 말하고 싶네요’라 말한다.
엠마누엘 무레의 신작 (가)제목에 분명 ‘러브’라는 말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원제 'Les Choses qu'on dit, les choses qu'on fait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행하는 것’에 충실하자면,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막심의 말을 떠올리자면, 이 영화는 무엇보다 감정에 충실한 드라마다. 감정에 관한 한 무레에게 중요한 것은 부드러움과 섬세함-그런 점에서 인물의 감정을 가시화하는 풍요로운 클래식 음악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음악은 인물의 억압됐지만 명백한, 또 다른 목소리다-, 그리고 복잡성이다. 그가 로메르의 상속자라 불린다고 하지만, 그래서 이 영화를 로메르의 ‘도덕 이야기’와 비교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 터이지만, 무레를 누군가의 에피고네로 치부하는 것은 아마도 손쉽고, 게으른 해석이 될 것이다. 그 만의 독특한 재능 중의 하나는 인물의 복잡한 감정의 관계를 엮어가며 연인들의 유토피아에 대해 성찰하는 데에 있다. 그것의 딜레마는 언제나 (사랑의) 감정이 사람들 관계의 규칙을 어떤 식으로든 깨뜨리기에,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될 때 다른 이의 행복이 종종 위태롭게 되고, 고통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딜레마 앞에서 무레의 인물은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언제나 순진하고 서투른데,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이 아름다운 영화를 토요일의 첫 상영에 만나보세요.
04.10.(Sat) 오후 6시 30분.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 Les Choses qu'on dit, les choses qu'on fait (2020) 엠마누엘 무레 Emmanuel Mou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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