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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본문

영화일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Hulot 2021. 5. 20. 15:37


친구 집이 어딨죠? 기사가 물었던 때는 저녁 어스름이었다
하늘이 잠시 멈췄다
행인은 어둠을 향해 전등을 비추고
버드나무를 가리키더니 말했다
저 나무에서 멀지 않아요
바로 앞에 골목이 하나 있는데
신이 꿈꾸는 것보다 푸른 정원을 끼고 있죠
사랑이 믿음과 정직의 깃털만큼 파란 곳이에요
골목 끝까지 가시면 청소년의 뒷골목이 나오는데
거기서 고독의 꽃 쪽으로 돌아서
꽃 두 발짝 앞 신화 속 영원의 샘물에 들르세요
맑고 깨끗한 두려움에 휩싸일 거예요
그 은밀한 공간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빛의 둥지에서 새끼 새를 꺼내려고 소나무를 오르는
아이가 보일 거예요
그럼 그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친구 집이 어딨니?
- 소흐랍 세피리


<여행자>(1974)에서 열두 살 소년이 고장 난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가장해 아이들에게서 돈을 벌어 테헤란행 버스에 오른 것에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에서 공책을 전달하기 위해 옆 마을 친구 집을 찾아나선 모험에도, 아이들에게는 그럴 각별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집을 떠나는 모험에 나서는 표면적인 이유가 키아로스타미 영화에서 주제론적으로 중요하게 보일지라도, 이는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사회학적 논의의 대상 이상은 아닐 것이다. 모험의 계기는 그것의 성공만큼이나 그의 영화에서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는다. 대체로 실패로 끝나는 아이들의 모험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그러므로 아이들이 어떤 목표를 선택 결정해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일으켜진 운동에 있다. 특별히 그의 영화 속 아이들은 오즈 영화의 아이들이 그러하듯 고집스럽고 단호하다. 목표를 성취하는 것보다는 목표를 고집한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문제를 사소하게 취급하거나 무관심하다. 그럴수록 이 사소한 문제에 아이들은 더 강렬한 감각을 갖게 된다. 이미, <여행자>에서 아이는 자신이 욕망을 억눌러 목표를 포기하는 것과 그것을 수행하는 것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선택해야만 하는 것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 결과가 늘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서의 불완전하고 작은 성공은 이런 실패를 동반한 모험에 뒤따른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 하나의 해결이란 영화에나 삶에서나 없을 것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매번 딜레마에 직면하면서도, 강렬함에 이끌려 움직이고 그리고 삶을 계속한다

05.20.(목) 오후 5시 30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Where Is the Friend’s House?>(1987)
상영후 영화소개 |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