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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벨라루스의 영화 본문

영화일기

벨라루스의 영화

Hulot 2021. 5. 2. 17:26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보면 누구나 떠올리는 사람들의 과묵함은 그들의 서투름 때문에 도리어 어색한 요령의 사람들에 이상하게 마음이 끌린다. 벨라루스의 신예 감독 율리아 사툰의 ‘내일’의 인물들은 그런 카우리스마키의 북구의 무표정을 느끼게 하는데, 특히 바에서의 춤추는 장면이나 흘러나오는 음악이 그러하다. 소리들은 배경 음악없이 화면의 시공간에 흘러나오는데, 텔레비전으로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도 화면은 보이지 않은채 음악과 대사만 말 그대로 흘러나온다. 장면은 보이지 않아도 워낙 유명해서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영화 끝무렵 주인공 크리스가 지구로 귀환할 때의 장면으로 희망도 없고, 남은 것은 기다림뿐, 이라는 대사가 이 영화의 주제에 울림을 준다. 이 영화는 올해 내가 본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영화를 만드는데 거대한 무언가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게 하는 그런 작품이다.

5월 1일(토) 4시 감독과의 대화
내일 Зaвтра Tomorrow(2017) 상영후
참석│율리야 샤툰(영화감독) Yuliya Shatun


함께 이야기를 나눈 두 명의 벨라루스 감독들은 영화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없어 다음 영화를 만들 자금을 모으기가 너무 힘들다 말한다. 모두 주목할 만한 데뷔작을 만들었던 재능있는 감독들이다. <둘>의 블라다 센코바 감독은 영화 제작 시스템의 어떤 변화가 있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그런 기대보다는 사회가 바뀌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벨라루스를 떠나 지금 폴란드에서 영화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영화를 기약하기 힘든 그들과 영화에 대한 말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국제영화제는 그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영화가 서울에서 상영하는 것에 기뻐하는 그들에게, 우리의 관객은 충분한 것일까.
이틀에 걸친 벨라루스 감독과의 온라인 시네토크의 마지막 날에는 <수정백조>의 다리아 주크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다. 열 여섯의 나이에 민스크를 떠나 미국 영화학교를 졸업하고는 자신의 과거로 되돌아가 소비에트 붕괴 후의 90년대 민스크를 배경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2018년, 러시아어권 최고의 데뷔작으로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Cine Talk
수정백조 Кришталь / Crystal Swan(2018)
일시| 5월 2일(일) 오후 6시 30분
참석│ 다리야 추크(영화감독) Darya Zh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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