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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타인의 삶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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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Hulot 2021. 6. 4. 08:38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어느 누구의 집에도 아주 쉽게 들어간 적이 없습니다. 먼저 신발을 벗어야 합니다.”

타인의 삶에 대해 손쉽게 말하고 글을 적고 촬영하고 판단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말하자면 남의 집에 신발을 벗지 않고 들어가는 무례한 침입자와도 같은데, 물론 요즘에는 텔리비전이든 소셜 미디어에든 스스로 자신의 집을 드러내보이고 전시하는 이들도 없지는 않으니, 누군가의 집 안에 이미 손쉽게 들어서고 있고 때론 그것을 권리처럼 주장하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타인의 집에는 벽도 있고 문도 있기에 그 안에 들어서려면 누구나 문턱을 넘는 시도를 해야한다. 때로 누군가 떠난 빈 집이거나 재난으로 벽도 문도 없는 폐허가 된 집이라도 그렇게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90년, 이란을 강타한 지진 이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의 촬영지를 방문하는 여정을 그린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서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는 미디어-저널의 기자들이 보도라는 명목으로 쉽게 타인의 집에 들어가는 무례를 범하는 것과 달리, 어느 누구의 집에도 아주 쉽게 들어가지는 않는다. 누구도 이방인 취급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누군가의 집 앞에서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자리를 잡게 만드는 것은 타인의 삶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와 인물, 그리고 관객은 누군가의 집 안으로 들어갈 길을 찾지 못하는, 타인의 삶의 집에 들어설 수 없는 낯선 사람들이다. 그래서 친구도, 친구의 집도 손쉽게 찾을 수는 없다. 친구가 되기 전까지는.

“나는 내 영화가 유럽과 미국의 영화들과 몇 광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스펙터클과 액션 면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관객들이 <텐>같은 작품을 덜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이 사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제 영화는 <스타워즈>의 10초만큼의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돈을 잃는 영화를 만들지 않으려하고, 자유롭게 실험하고, 다른 대안적인 영화적 해결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게다가 <텐>에서는 DV를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비용을 줄이고 더 적은 스태프들과 일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배우가 아마추어입니다. 요점은 돈과 제작이 내 영화의 시작이나 실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험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이고, 단 세 사람만이 제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