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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윌로와 친구들 -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파티>(1968) 본문

영화일기

윌로와 친구들 -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파티>(1968)

Hulot 2023. 3. 8. 19:21



이번 ’자크 타티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타티의 작품만이
아닌, ‘윌로와 친구들‘ 섹션에서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코미디의 확산성이다. 하나, 둘, 셋, 넷…채플린, 키튼, 로렐과 하디, 막스 브라더스, 그리고…한 명의 캐릭터에서 시작해 모든 사람으로 확산되는 코미디의 역사가 있다. 타티는 주로 엑스트라나 아마추어 또는 무명 배우를 사용해 작가 자신 외에 다른 스타가 없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전파와 확산. 혹은 코미디의 민주주의. 그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물의 코미디를 만들려고 했다. 점점 더 윌로를 적게 보고 평범한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것. 그는 윌로를 자신의 작품에서 다른 이들로 복제 시켰을 뿐마 아니라, 다른 감독의 영화에 출연시키려했고, 이에 트뤼포는 드와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부부의 거처>에 윌로를 초대했고, 타티는 윌로의 분신을 출연시켰다.


원래 계획만큼 많은 작품을 상영하지는 못했지만-코로나 이후 상영료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래도 지난해 탄생 백주년을 맞았던 블레이크 에드워드의 <파티>(1968)를 상영하는 즐거운 기회가 있다. 자크 타티의 <플레이타임>(1967)을 좋아한다면, 다음 해 할리우드에서 나온, ‘핑크 팬더’시리즈로 유명한 요절한 희극배우 피터 셀레스의 이 작품 또한 매력을 느낄 수 있으리라. 영화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티 장면은 <플레이 타임>의 후반부 레스토랑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저택 전체가 거대한 거품으로 사라져버리는데, 이는 할리우드의 허식이 거품이 되어버리는 운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이 작품이 생소한 분들을 위해, 예전 2012년 전주영화제 상영시 썼던 <파티>에 대한 짧은 소개글을 덧붙인다.


버블 할리우드 -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파티>(1968)

‘핑크 팬더’시리즈로 유명한 피터 셀레스는 불과 5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요절한 희극배우였다. 그의 천재성은 철저한 변신술에 있다. 그의 생애를 그린 <피터 셀레스의 삶과 죽음>(2004)이란 영화의 한 장면에는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셀레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 자신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무채색이기에 무슨 색으로도 어떤 모양으로도 물들일 수 있다.” 블레이크 에드워즈의 <파티>는 이 말의 완벽한 예증이다. 피터 셀레스는 여기서 할리우드에 불시착한 인도인을 연기한다. 그가 전형적인 영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파티>는 인물에서 시작해서 인물로 끝나는 영화다. 하지만 정작 인물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주저하게 된다. 제대로 아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자크 타티의 <플레이 타임>에서 윌로에 대해 말하는 것과도 같다. 일단 그는 초대받지 못한, 아니 초대받았다고 착각하는 인물이다. 인도의 배우 바크시(피터 셀레스)는 영화출연을 위해 할리우드의 파티에 초대받는다. 아니, 그의 초대는 전적으로 오해에 근거한 것이다. 사소한 실수로 초대장이 잘못 전달되어 할리우드 관계자들만이 모이는 파티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가 문을 들어서는데 상당한 시간과 곤경을 겪는다는 점을 영화에서는 확인할 수 있다. 셀레스의 개인기가 여기에서 빛을 발한다.  



바크시는 할리우드의 서부극을 동경해 멀리 인도에서 건너온 배우다. 현관에서 로비로 건너가기 위해 흐르는 물을 건너야만 하는 상황은 이를 코믹하게 풍자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부족한 영어로 그는 자주 실수를 저지른다. 이미 그는 영화 촬영 중에 수습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 세트를 파괴하는 등의 소동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 촬영소장은 그를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하지만, 사소한 실수가 그를 비버리힐스의 파티로 안내한다. 최신식 시설로 구비된 저택은 그에게는 할리우드 영화만큼이나 화려한 세계로 비쳐진다. 말하자면 파티회장은 영화의 첫 장면만큼이나 화려한 할리우드의 이면이다. <파티>는 그런 바크시가 파티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대소동극을 코믹하게 그린다.

파티 (1968) 블레이크 에드워즈

플레이타임(1967) 자크 타티


두 가지 흥미로운 설정이 있다. 피터 셀레스가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 인도인을 연기한다는 점이다. 신분계층집단의 차별에 근거한 카스트 제도가 엄연히 존재하는 인도사회와 엄격한 차별과 배제로 구성된 할리우드는 여기서 친밀한 풍자적 관계를 맺는다. 할리우드의 중역들이 포진해 있는 파티 회장의 모습은 이러한 차별성의 전시장이다. 바크시는 할리우드의 문에 들어설 수 없는 인물이기에, 이 파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는 절멸의 천사이다. 단지 내용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크 타티가 <플레이 타임>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 영화는 코미디의 민주주의라는 형식으로 이러한 차별을 넘어선다. 영화의 장소에 입회한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평등하게 처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레이 타임>의 레스토랑 장면에 필적하는 엄청난 파티장면이 여기에 있다.

둘째. 두 가지 상징의 충돌이 있다. 바크시는 자국의 상징인 코끼리가 더렵혀진 것에 분노해 코끼리의 몸을 세척하려 하고, 이 때문에 파티회장은 거품으로 뒤덮인다. 저택 전체가 거대한 거품으로 사라져버리는데, 이는 할리우드의 허식이 거품이 되어버리는 운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듯하다. 할리우드가 버블이 되어가는 상황. 이 영화는 할리우드의 파국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성욱 영화평론가)



3월 9일, 저녁의 상영 후에 타티의 영화와 비교하는 간단한 해설을 진행한다.

03.09. 19:40 파티 The Party (1968) 블레이크 에드워즈 Blake Edwards
+ 영화 소개 |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
자크 타티 회고전 | 윌로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