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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믿을 수 없는 영화관 - 사라지는 극장의 영사기사 본문
황벼리 작가의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을 재밌게 읽었다. 영화관이 배경일 뿐만 아니라, 주인공 풀잎이 극장 노동자이기에 극장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풀잎은 처음엔 극장 영사기사로 일했다. 영사실은 보이지 않은 곳에 숨어 있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어둡고 답답한 곳이었다. 하지만, 웬지 아늑한 기분이 들었던 영사실이 좋아 그녀는 쭉 그곳에 있었다. 비록 필름 영사기는 구경도 못한, 이른바 ‘스위치 기사‘였지만 영사실 일은 그래도 평판이 좋은 직업이었다. 풀잎은 영사실에서 일하면서 어떤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그러다 영사실이 무인화되면서 풀잎은 음료수와 팝콘을 파는 극장 매니저 일을 하게 되었다. 조용한 전락의 과정이다.
사실 극장일 대부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기에 사라짐도 고요하게 진행된다. 필름 영사기사의 사라짐 또한 보이지 않던 사람이 사라지는 조용한 변화였다. 그만큼 극장에서의 작업의 리듬과 이 공간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일들은 주시되지 못하는 노동이다. 그런 점에서 황벼리 작가의 ‘믿을 수 없는 영화관’은 예외적인 작품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감염확산의 때에 크리스토퍼 놀란은 극장 노동자에 관한 감동적인 글을 썼던 적이 있다. 대형 영화관이 휴관하고 2,000여 명의 극장 노동자들이 해고되자, <테넷> 개봉을 준비하던 놀란은 ‘워싱턴 포스트’에 장문의 편지글을 기고했다. “사람들은 영화라고 하면 가장 먼저 스타 배우들, 스튜디오, 화려한 것들을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비즈니스는 모든 사람들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매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기자재를 운용하는 사람들, 매표를 하고, 영화를 가져오고, 광고를 판매하며, 극장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사람들입니다…영화제작자로서 내가 하는 일은 이런 노동자들과 그들이 환영하는 관객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지난 해 후쿠오카에서 처음으로 열린 한일영사기사 워크숍이 생각난다. 2020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개최한 필름영사 워크숍에 일본의 영사기사 이시이 요시토씨를 초대했었는데, 그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수 년간 준비해 마련한 자리였다. 시네마테크 네트워크의 관계자들과 함께 나는 포럼에 참여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의 필름 영사에 관한 발표를 했다. 얼마전, 올해 12월에 마찬가지로 필름영사 워크숍이 개최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해 영사기사 워크숍이 끝난 후에 이시이 요시토씨는 이 모임이 아시아 영사기사 네트워크로 확장되기를 기대했었다. 사정을 들어보니 소망대로 진행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영사기사 토크 세션을 포함한 행사가 열린다.
지난 해 후쿠오카의 포럼에서 발표한 내 글의 첫 문장은 좋아하는 고다르의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단조롭지만 작은 소음이 항상 존재하는데, 이 소음은 영화를 상영하는 영사기 소음입니다. 우리의 책임은 이 소음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올해도 그곳을 찾으면, 극장에서 조용히 사라진 필름 영사기사들의 손길로 필름 영사기가 돌아가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단조로운 소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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