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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부다페스트에서 온 여인 - 유디트 엘레크 회고전 본문

유디트 엘레크는 마르타 메사로시와 함께 그는 1960년대 이후 헝가리 영화의 부흥을 이끈 대표적인 여성 창작자 중 한 명이다. 지난 ‘가보르 보디 특별 상영’에서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그는 가보르 보디, 이스트반 자보 등과 함께 헝가리 영화의 주제와 미학을 근본적으로 갱신한 실험적 영화 제작 스튜디오, ‘벨라 발라즈 스튜디오’의 핵심 인물이었다.
지난해 마르타 메사로시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올해는 그간 한국에서 소개될 기회가 없었던 유디트 엘레크의 작품을 상영하는 첫 회고전을 열자는 생각을 했다. 데뷔작 단편 <만남>과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여인>과 같은 대표작에서 느껴지는 인간 삶에 대한 특별한 성찰과 특유의 멜랑콜리한 느낌을 좋아했다. 국내에서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고, 다큐멘터리 작품이 많아 번역에도 어려움이 있었기에 일부 작품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되었지만, 그녀의 놀라운 작품을 처음 소개하는 회고전을 개최하는 기쁨이 있었다. 그녀의 부고 소식을 듣고 나니, 뒤늦은 안타까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1937년생인 유디트 엘레크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였고, 전쟁이 끝나고 1년 반 동안 사실상 ‘고아’와 같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자전적 경험은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하는 <각성>(1994)이라는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십대 시절, 그는 가진 돈을 모두 영화에 쏟아부었고, 벨라 발라즈의 영화 관련 서적을 읽으며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여성이 연출과에 입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시절이지만, 그는 부다페스트 국립영화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희망 없는 데이트를 그린 데뷔작 단편 〈만남〉(1963)은 이후 그의 대표작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여인〉에서 드러나는 내면의 고독을 이미 예감케 하는, 쓸쓸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삶에서 무엇인가 빠져 있고, 누구에게도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 속에서 한 여인은 인간이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함께 살아가는 일 또한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라는 그의 작품 제목처럼, 유디트 엘레크는 인간 삶의 가능성에 근원적 질문을 품고, 평범한 사람들의 다층적이고 정밀한 삶의 모습을 담아내려 했다. 무엇보다 그의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다큐멘터리적 기법과 허구적 서사의 자유로운 결합, 그리고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여인>의 마지막 장면처럼 섬세한 제스처와 멜랑콜리로 가득한 분위기다.

“내가 영화감독이 된 것은 내 주변에서 내 눈에 보이는 것들, 내가 살아온 삶, 이 ‘외풍이 심한’ 좁다란 관문 같은 나라에서 내 윗세대가 살아온 삶에 대해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사람들이 바라는 공정함과 정의로움과는 거리가 먼 힘이 언제나 존재하지만, 사람들은 세상이 다 그렇다고 믿으며 그러한 권력을 참아낸다. 내 경우는 여자 돈키호테처럼 항복하지 않고 풍차에 달려들어 싸우고 있고, 또 그렇게 죽기를 희망한다. 영화 인생 60년이 지나고도 나의 가장 오래된 영화가 여전히 살아남아 사람들에게 상영될 기회가 있고 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보면서, 그 또한 내게 계기가 되어 주고 있다.
결국 나는 사랑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내 영화들을 통해 나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유디트 엘레크의 영화 가운데 고독의 서정이 가장 깊고도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은 〈인간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와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여인〉이 아닐까 싶다. 2023년 칸 클래식 부문에서 이 잊혀진 영화의 디지털 복원판이 상영되며, 유디트 엘레크의 이름을 다시금 세상에 알린 사건이 되었다. 이번 회고전의 부제인 ‘부다페스트에서 온 여인’ 역시 자연스럽게 이 작품의 제목에서 비롯되었다.
1969년작인 〈콘스탄티노플에서 온 여인〉은 부다페스트에 사는 60대 여성의 일상을 섬세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린 영화다. 그 일상은 샹탈 아커만의 〈잔느 딜망〉을 이미 예감하게 하는 정교한 리듬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제 Sziget a szárazföldön은 ‘육지 위의 섬’을 뜻하는데, 그것은 곧 그녀가 도심 한복판에서 고립된 섬처럼 살아가는 존재임을 암시한다.
영화는 끊임없이 과거를 소환한다. 젊은 시절의 기억, 아버지와 함께했던 평온하고 다정한 시간들이 파편처럼 떠오른다. 그녀의 기억은 물건과 음악, 낡은 소리와 빛의 결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며, 그 풍요로움 속에서 삶의 덧없음과 고독의 그림자가 점차 짙어진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세밀한 제스처와 멜랑콜리의 분위기는 잊기 어렵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처음 만나는 매혹적인 순간을 경험하기를 추천한다.

현실의 연출을 통해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유디트 엘레크의 시도는, 픽션의 약화와 위기 이후 새로운 표현 형식을 모색하려는 실험 못지않게, 예술을 민중에게 되돌려주려는 루카치의 이상과도 맞닿아 있다. 즉, 비엘리트적 예술로서 민중의 현실을 담아내고, 민중의 시선을 회복하려는 영화적 실천이다. <헝가리의 마을>은 이러한 시도의 결실이라 할 수 있겠다.
인구 2,300명의 작은 마을 이슈텐메제예에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삶의 길이 갈라진다. 소년들은 광산으로 향하고, 소녀들은 열다섯 살 무렵 결혼하거나 어머니를 따라 일터로 나선다. 영화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밭일과 학교, 결혼과 도시로의 이주 사이에서 갈림길에 선 두 소녀의 초상을 그린다. 삶은 그들에게 무엇을 준비해놓았을까. 그리고 인간은, 과연 얼마나 다르게 살 수 있을까. 내일(일) 영화 상영 후에, 다큐멘터리 영화 연구자인 이승민 평론가와 엘레크의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10월 26일(일) 16h 헝가리의 한 마을 Istenmezején 1972-73-ban (1974) 유디트 엘레크(Judit Elek)
+ 대담 | 유디트 엘레크와 다이렉트 시네마, 참석│이승민 영화평론가,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
2025 헝가리 영화제 | 10월 24일-11월 2일
부다페스트에서 온 여인-유디트 엘레크 회고전
Judit Elek Retrospec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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