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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위대한 실패자들의 세계 - 존 휴스턴 존 휴스턴의 후기작인 (1972)는 인생에서 정말 특별할거라고는 거의 없어 보이는 두 명의 권투선수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는 걸작이다. 그 한 명은 과거의 링 위에서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나이든 실패자이고 또 다른 한명은 눈앞의 미래가 불확실한 젊은이다. 이들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에 처한 인물들인 셈인데, 그럼에도 결코 꿈꾸기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첫 장면이 대단히 인상적이다.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이란 노래가 나오면서 캘리포니아의 스톡턴의 거리가 보이고 할 일 없이 거리에서 나이든 사람들이 소요하는 거의 무료한 일상이 보인다. 이어 카메라는 침대에 누워 있는 주인공을 ..
정말 한 세기를 살아온 거장이 있다. 영화의 역사와 함께 살아왔다고 말할 수도 있겠고, 그의 걸음걸음에 영화의 산 역사가 호흡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테고. 심지어 이제 그가 영화를 만드는 것은 인간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고, 신의 숨결이 그의 육신을 빌어 예술을 만들고 있다고 그렇게 허풍을 떨어도 고개를 끄덕여 주어야 할 법한 사람이다. 2005년 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 그에 관한 글을 쓰면서 '관 짜고도 남았을 97세의 나이에 매년 한 편씩 신작을 내놓는 괴력의 소유자다'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정말 포르투칼의 영화감독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이 올 해 100세를 맞았다. 그는 1908년에 태어났다. 이거, 축구감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백세의 나이는 영화 탄생의 순간을 경험하..
인상파를 대표한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그의 아들인 장 르누아르 감독은 프랑스의 예술사에 있어서 이름을 남긴 두 명의 거장이다. 이 두 거장의 예술세계를 아버지의 회화와 아들의 영화를 통해 함께 조망하는 행사가 2005년 파리에서 개최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는데, 이는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미술박물관이 함께 개최한 공동의 행사였다. 일본에서도 지난 2월에 화가 르누아르와 영화감독 르누아르의 공통의 테마를 근거로 자화상과 가족의 초상, 모델의 표현방식, 자연으로부터의 영향, 그들의 공통의 기호, 화면의 구도와 파리의 일상적인 광경에 대한 묘사 등의 다양한 관계성을 살펴보는 기획전이 열렸다. 가족의 초상’, ‘모델’, ‘자연’, ‘오락과 사회생활’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두 작가의 작..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의 영화가 찾아온다.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이자 수많은 거장들이 주저함 없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이라 칭송한 장 르누아르는 쾌활한 순간의 신랄함과 슬픔의 익살스러움이라는 인간사의 희비극을 세밀하게 그려낸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대부분 유머러스하지만 그들의 삶의 현실에는 항상 비극적인 감성이 스며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미셸 시몽과 장 가뱅의 멜랑콜리한 연기가 그의 영화에서 빛을 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 장 르누아르의 영화를 어떤 단일한 범주로 묶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영화는 영화 이론으로 정밀하게 포착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삶의 불확실성과 우연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감독들이 ..
빈센트 미넬리 회고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끝난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지금 한창 '빈센트 미넬리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미 일주일의 상영이 지났고 이제 상영의 후반부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 글은 남은 시간 동안 혹시나 미넬리의 영화를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 이 뛰어난(게다가 재밌기까지 한) 작가의 영화를 놓치는 것이 얼마나 아쉬운 일이 될까를 미리 애석해하며 서울아트시네마로 '춤 한 번 댕기러' 오시라는 일종의 발길을 재촉하는 글이다. 빈센트 미넬리 하면 '뮤지컬 영화의 제왕'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조금만 그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게 일종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넬리는 그의 영화적 삶을 통해 40여 편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에서 뮤지컬은 16편으로 대부분 그의 ..
현재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는 과거의 이미지들 대부분은 불가피하게 사라질 운명에 처한다. 심지어 조금 전에 본 영화조차도 그러하다. 아니 한 편의 영화에서 하나의 영상이 다른 영상으로 대치될 때 이미 처음의 영상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 조차 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우리가 보았던 이미지들이 어디에 보존되는가를 떠올릴 때가 있곤 하는데, 그럴 때면 제대로 보기 위해 혹은 기억하기 위해 더 이상 보지 말고 눈을 감아야만 할지도 모를 일이다. 1월 초에 시작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이제 마지막 날을 고하고 있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만약 축제의 날들이었다면, 의미 있는 날들이었다면, 그것은 우리가 무엇보다 단지 영화를 보며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 아니라 영화들..
시네마테크, 우리들의 영원한 사랑 시네마테크 후원회 감독들을 만나다 2006.01.25 / 편집부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기 쉽지 않은 감독과 배우들, 영화평론가들이 뭉쳤다. 서울 유일의 시네마테크 아트시네마의 지속적인 재정난을 안타까워하던 이들은 ‘친구들’이라는 이름의 후원회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중 박찬욱 감독, 오승욱 감독, 류승완 감독과 김성욱 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를 초대해 대화를 나눴다. 영화를 보고 만든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와중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들에게 시네마테크는 왜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 대담 참석자 박찬욱 감독, 오승욱 감독, 류승완 감독, 김성욱 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진행 김용언, 허지웅 기자 FILM2.0 ‘시네마테크..
특별기고 | 우리의 마지막 방어선을 지켜야 한다 시네마테크의 후원자 정성일의 헌사 2006.01.25 / 정성일(영화평론가) 서울 유일의 시네마테크 아트시네마는, 한 마디로 서울 유일의 영화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이 아니라면 우리는 영화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시네마테크를 안정적으로 보존하려는 영화계의 움직임이 2006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네마테크의 후원자 ‘친구들’ 중 한 명인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진심 어린 헌사를 싣는다. 짧은 글의 헌사. 그러므로 여기서는 문제를 간단하게 말하자. 시네마테크는 우리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만일 이게 무너진다면 이 땅에서 영화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 개소리다. 과장하는 것이 아니다. 시네마테크 없이 영화를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