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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오래전이지만, 2014년 3월 ‘시차: 동시대 영화 특별전’에서 처음 소개했던-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강연을 했더랬다-올리비에 아사야스의 (2012)가 뒤늦게 개봉해, 근 10년 만에 다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내일 상영한다. 이 영화는 아사야스 감독 자신의 청춘 시절의 자전적 작품이다. 그는 1955년생이다. 청춘을 보낸 시대의 공기를, 미래를 바꾼다고 믿었던 시대의 눈부심을 영화로 만드는 것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보여주듯 여름 햇빛 속에서 젊은이들이 각자의 길을 모색하던 모습을 다시 발견하는 것, 즉, 사라진 것을 다시 재림하게 하는 힘을 영화에서 발견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다. 5월 혁명을 열세 살에 겪었다는 것은 조숙한 것이지만 동시에 너무 이른 나이에 이미 늦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함께하는 ‘2023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가 2월 16일부터 시작합니다. 올해 개막작은 (2020)를 만들었던 수잔나 니키아렐리의 신작 (2022). 13세기 실존했던 아시시의 성녀 클라라의 삶을 그린 작품입니다. 감독의 말을 빌자면 이 작품은 ‘급진적인' 그녀 삶의 정신적 측면이 아닌 정치적 측면을 재발견하는 것으로, 신앙과 종교의 신비가 아닌 프란치스코회의 신념과 실천이 세속적 사상에 끼친 영향, 재생의 에너지, 젊음의 전염적 열의, 그리고 혁명의 비극적 성질을 전합니다. 수산나 니키아렐리는 팬데믹의 시기에 집에 갇혀 있으면서 두려움, 질병, 고립이 있던 중세 이야기의 긴급성과 급진성, 공동체 개념에 대한 재고, 집단의 일부로서의 삶에 대한 생각과 주제가 오늘날의 세계와 밀접..
알랭 레네는 자신이 아니라 영화 그 자체가 팀의 전체, 촬영 기사, 배우, 미술 스태프, 그리고 연출가를 끌어간다고 말했다. 영화는 그에게 ‘개인’ 작가의 예술이 아니라 ‘아틀리에‘ 혹은 ’스튜디오 예술’로, 늘 집단을 구성해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는 작업이다. 누보로망 작가들의 문학, 희곡의 영화화는 물론이고 엠마누엘 리바, 델핀 세리그, 사빈느 아제마, 피에르 아르디티 등의 무대 배우들을 영화에 기용했고, 오페레타와 뮤지컬, 만화, 범죄 영화, 멜로드라마 등의 장르를 적극 활용했다. 레네는 게다가 의 음악을 듣고 마음에 들어 마크 스노우와 유작 (2013)를 포함해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했고, 를 시작으로 유작까지 세트 디자인을 설계한 미술감독 자크 소르니에와 오랜 세월 작업을 함께 했다. 연극성은 레..
이해영 감독의 신작 (2023)의 한 장면에서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는 마를렌 디트리히 주연의 (1932)을 상영하는 황금관 극장주에게 경성에서 조선인이 운영하는 극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말한다. 영화 초반, 쇼와 8년(1933년) 식민지 조선에서 영화를 보는 두 여인(이하늬, 이솜)의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이런 관객의 모습에서 1930년대 영화관을 찾아 토키 영화를 본 한 여인이 남긴 “이 넓은 서울에서 나를 위안해 주는 것은 저-서적들과 극장뿐이다. 나는 간혹 극장에를 갑니다.”( 『女性 』, 1936)라는 감상을 떠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디트리히 영화는 실제로 기록에 따르면 (당시 공개 제목은 ’탄식하는 천사‘)의 흥행 성공 이후에 (1930), (당시 공개 제목은 間諜X27, 1..
이상한 일이지만, (박홍열, 2022)의 오프닝과 마지막의 텅빈 공간과 건물이 마음이 남았던 것은, 생각해보면 그 곳이 지극히 평범하기 때문이다. 경험의 장소가 모두 기억의 장소로 남는 것은 아니다. 이런 범용한 공간은 그럼에도 진지한 사람들의 노력과 고민, 다양한 감정이 남겨진 기억의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좋은 영화는 늘 미지성을 동반하는 친밀한 곳으로 관객을 다가가게 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은 주로 도토리마을 방과후 건물 지층에서 뛰어노는데 오프닝과 마지막에서 우리는 그런 아이들이 사라지고, 비어있는, 텅 빈 공간과 마주한다. 오프닝에서, 이 비어 있음은 심지어 유일한 장면전환 효과인 디졸브로 시각화되어, 기억의 잔상을 남긴다. 이때 잔상이란 앞서 말했듯, 실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특이적이지..
특별히 기억하는 토크 중의 하나가 2010년 2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석한 홍상수 감독이 칼 드레이어의 (1955)에 대해 말했던 날이다. 그 당시 매년 나는 그에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참여해 달라고 제안했고, 그는 주저 없이 한 편의 영화를 선택했다. 에리히 본 스트로하임의 , 장 비고의 , 부뉴엘의 , 그리고 그 해에는 를 꼽았다. 상영 후 토크에서 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내게 이상적 표본이 된 영화 중 하나다. 이후에 가끔 이 영화를 다시 떠올리면 카메라의 수평운동, 계속되는 카메라의 느린 움직임과 긴 기다림이 기억난다. ‘긴 기다림이 있어야만 이 결말이 믿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카메라 움직..
(2022)의 오프닝을 우연히 다시 보다가 서울극장에서 정동길로 이어지는 플래시백 장면에서 마찬가지로 우리들 기억 속의 시간이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경험이 만들어내는 가시화된 이미지의 경험, 즉 특이한 기억을 낳는 힘에 대해서 말이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에 감독은 서울극장이 폐관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 오프닝과 라스트에서 영화속 인물들이 극장 앞에서 과거의 만남과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시간은 흘렀지만, 그들의 기억을 공유할 영화(관)은 여전하다. 아니, 그럴 거라 믿었을 것이다. 죽음과 부활의 기획. 하지만, 정작 2022년 이 영화가 공개될 때에 서울극장은 폐관했고, 기억을 떠올릴 장소가 사라졌다. 인간적 관..
1940년대 할리우드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를 분석한 스탠리 카벨은 이 장르를 특별히 ‘재혼 희극’이라 불렀다. 같은 반려자와의 두 번째 결혼으로 끝맺는 영화들로, 불화를 거친 커플이 서로 관계의 올바름을 재확인하는 이야기다. 조지 쿠커의 (1940)가 그런 재혼 희극의 대표작이다. 이야기는 이중적 과정을 거친다. 그 하나가 타인에 대한 불신과 불관용을 극복하는 것이라면, 다른 하나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불확실성을 넘어서는 일이다. 재혼 희극은 그러므로 질서와 불화의 가능성을 생각하게 하고, 불화를 넘어가는 창조적인 방법을 고안하게 한다. 불화를 용인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는 자크 랑시에르의 말을 상기한다면, 이런 영화를 정치의 알레고리로 읽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가령 의 크레딧에 차례로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