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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조선, 영화를 보는 여인들 - <유령>(2023, 이해영) 본문
이해영 감독의 신작 <유령>(2023)의 한 장면에서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쥰지(설경구)는 마를렌 디트리히 주연의 <상해특급>(1932)을 상영하는 황금관 극장주에게 경성에서 조선인이 운영하는 극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말한다. 영화 초반, 쇼와 8년(1933년) 식민지 조선에서 영화를 보는 두 여인(이하늬, 이솜)의 모습이 인상적인 것은, 이런 관객의 모습에서 1930년대 영화관을 찾아 토키 영화를 본 한 여인이 남긴 “이 넓은 서울에서 나를 위안해 주는 것은 저-서적들과 극장뿐이다. 나는 간혹 극장에를 갑니다.”( 『女性 』, 1936)라는 감상을 떠돌리게 하기 때문이다.
디트리히 영화는 실제로 기록에 따르면 <푸른 천사>(당시 공개 제목은 ’탄식하는 천사‘)의 흥행 성공 이후에 <모로코>(1930), <불명예>(당시 공개 제목은 間諜X27, 1931)>, <상해특급 上海特急, 1932)>, <블론드 비너스>(1932)가 식민지 조선 관객에게 소개되어 1930년대 초중반에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유령>의 마지막에 나오는 포스터는 <장화홍련전>(1924)으로, 이 작품은 제작, 연출, 출연 그리고 기술에서도 전부 조선인의 손으로 이루어진 첫 번째 영화다. <유령>의 ‘유령(들)’은 모두 식민지 조선에서 독립과 자신들의 영화를 상상한 이들로, 그들에게 떨어진 작전명은 “성공할 때까지 멈춰서는 안 된다”이다.
*사족이지만, 황금관 극장에 내건 차기작 포스터로 나오는 <드라큘라>는 토드 브라우닝의 <드라큘라>(1931)가 아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결코 볼 수 없는 일종의 ‘유령’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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