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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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새로운 작가전략이 필요하다

KIM SEONG UK 2011. 3. 20. 01:32





새로운 영화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어떤 영화감독들은 무인도에서도 영화를 만들거라 말했다지만, 사실 거의 모든 감독들은 대중들이 자신의 영화를 보아줄 거라 여기며 영화를 만든다. 물론 영화를 만든 이후에 관객과 만날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마치 상품이 교환의 곡예를 넘어야 실현될 수 있듯이, 영화 또한 관객과 만날 때 성립될 수 있다. 아니 극장에서 상영의 기회를 잡아야 그 이미지가 펼쳐질 수 있다.


그러나 상품의 곡예보다 심하게 영화의 성립과 실현은 영화를 보는 사람과의 심각한 거리를 노정한다. 이 거리를 좁히기 위해 감독들은 새로운 장치들과 전략들을 고안한다. 관객들에게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를 예상하고 그것에 변화를 주기 위해 그리피스는 평행편집을, 에른스트 루비치는 생략의 마법을, 그리고 히치콕은 관객들의 정서적 참여를 증진시키는 서스펜스를 구상했고(슬쩍 관객들의 참여를 경멸하듯 맥거핀을 집어넣기도 했지만), 파스빈더는 동일시와 거리두기의 새로운 전략을 멜로드라마에서 찾았다. 로셀리니와 고다르는 그들 각자의 교육학을 구상했고 남미의 정치영화감독들은 정치적, 이념적 관점을 영화에 부여하기도 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감독들은 관객과 만나는 새로운 이미지의 배치와 전략을 생각해야만한다.  


3월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최근에 개봉한 새로운 한국영화들을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는데, 이는 새로운 영화들을 소개하는 기회이자 그 작품의 작가와 만나는 자리이고, 동시에 새로운 작가전략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영화들은 모두 2009-2011년까지의 그들 각자의 데뷔작들이다. 이 행사는 그런 점에서 무언가의 질문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다. 묻고 싶고 확인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작가들이 영화의 지배적인 제도성에 어떤 방식으로 거리를 취하면서 동시에 새롭게 관객의 기대에 접근하고 있는가이다. 즉, ‘새로운 작가 전략’을 살펴보려는 것이다. 그것이 의도된 것이던, 혹은 무의식적인 것이든, 전혀 의도가 없었던 간에 지금에 있어서 영화는 새로운 전략을 필요로 한다. 


물론, 당연하게도 작가들의 전략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보는 이들 또한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어떤 영화를 보는가, 어떤 영화를 새롭게 확인하고 가치를 부여하는가는 고스란히 관객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그러니까 최종적으로 영화를 성립시키는 것도 관객의 눈이다. 그들이 없다면 영화는 실현될 수 없다. 영화 상영과 더불어 진행되는 매일의 관객과의 대화, 토요일(26)과 일요일(27), 두 차례 진행되는 포럼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찾는(최소한 답변의 단서라도 찾는) 기회다. 


이제 더 이상 자국에서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지난 해에 부산국제영화제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의 강연 도중 한국에서 그의 영화가 제작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최종적으로 그는 일본에서 영화를 제작중에 있다) 현재의 영화를 둘러싼 위기적 상황이 글로벌한 문제라며, 어디에서나 문화 활동에의 예산이 줄고 문화인이 아닌 사람들이 예산에 대한 결정권을 잡고 있기에 영화계가 어중간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키아로스타미는 그런 상황이기에 도리어 영화인이 자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디펜던트 영화 제작자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의 진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영화를 지켜내지 않으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주류 영화가 점점 심심한 작품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새로운 관객과의 만남을 이뤄낼 수 있는 호기가 도래할 것이라 말한다. 그럴 수 있기를. (김성욱) 


* 한국영화, 새로운 작가전략 Korean Cinema Now: New Director's Strategy (2011. 3.2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