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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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일기

리처드 플레이셔를 기억하기

KIM SEONG UK 2011. 4. 29. 11:22




영화감독이 영화사에 이름을 알리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 칸이나 베를린, 혹은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작에 오르면 그래도 이름이 남는다. 둘째, 거대한 흥행기록을 세웠을 경우. 영화잡지이든 신문이든, 혹은 심지어 영화사와 관련한 책에도 흥행성적이 좋았던 영화들은 남게 된다. 셋째, 비평가나 저널리스트 혹은 학자들의 책에 이름을 남기는 경우. 앞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비평가들이 영화에 대해 호의적으로 쓰거나, 학자들이 영화책의 저술에 분석글을 남기게 되면 그 작가는 이후에도 의미있게 다뤄지는 법이다.
이 세 가지에 들지 못할 경우 작가가 이름을 남기긴 어려운 법이다. 그저 필름에 그의 이름이 등재되어 있을 뿐이다. 사실상 B급 영화의 감독들 상당수가 이름을 남기지 못했기에, 익명적으로 존재하기에 필름의 뚜껑을 열어보는 일이 중요하다. 작품을 상영하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리처드 플레이셔의 경우가 그러하다.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을 텐데, 가령 <바라바>나 <만딩고>, <도라, 도라, 도라>, <코난>, <레드 소냐>, <마이크로 결사대> 등 어린 시절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주말의 명화, 혹은 재개봉관에서 접했을 영화들인데,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크리스 마르케가 <알렉산드르의 무덤>에서 했던 것처럼 과거 영화인의 미래적 기억을 시도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