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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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영화관

[리뷰] 지옥의 프랑켄슈타인

KIM SEONG UK 2012. 4. 21. 15:25

<프랑켄슈타인과 지옥에서 온 괴물
Frankenstein and the Monster from Hell>
: 지옥의 프랑켄슈타인

 

원혼들이나 괴물들만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간혹 작가들도 귀환한다. 시작한 사람이 무언가를 종결짓기 위해 작가들은 되돌아온다. 가령, 프리츠 랑은 세 가지 시대(무성, 유성, 텔레비전의 시대)에 서로 다른 마부제 박사를 영화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것을 변화하는 시대에 완결하려 했다. 마찬가지로 <프랑켄슈타인의 저주> (1957)로 영국 해머 공포영화의 시작을 알렸던 테렌스 피셔 Terence Fisher는 프랑켄슈타인의 일곱 번째 작품이자 유작인 <프랑켄슈타인과 지옥에서 온 괴물> (1973)에서 시작한 것을 끝내려 했다.

 

 

남자두명과 여자한명이 프랑켄슈타인을 만들고있다

 

 

테렌스 피셔는 1950년대 공포영화의 산실이었던 해머영화사의 간판 감독이었다. 영화를 빨리 찍고 싸게 찍는 것을 미덕으로 테렌스 피셔는 미라, 늑대인간,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돌연변이, 배스커빌가의 개와 같은 독특한 캐릭터를 창안했다. 특히,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는 ‘해머 룩’이라 불리는 전거를 마련한 영화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로 출연한 피터 커싱, 괴물 역할의 크리스토퍼 리, 음악을 맡은 제임스 버나드는 이후 대부분의 해머 공포영화에 참여해 열광적인 팬을 거느렸다.

 

 

피셔는 1969년 <프랑켄슈타인이 죽이기> 를 마지막으로 잠정적으로 스튜디오를 떠났었다. 해머영화사가 변화를 시도하던 시기였다. 70년대 초부터 해머영화사는 고전적인 공포영화에서 탈피해 젊은 층들을 겨냥해 섹스와 누드가 첨가된 일련의 뱀파이어 영화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뱀파이어 연인들>(1970), <버진 뱀파이어>(1971), <뱀파이어 서커스> (1972) 등이 이 시기의 주요작품들이다. 피셔의 귀환은 이런 식의 영화들에 대한 냉혹한 반응의 표현이다.

 

 

프랑켄큐타인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고있다

 

 

영화가 시작하면 무덤가에서 누군가 땅을 파고 있다. 경찰이 그를 심문하자 재빨리 그는 도주한다. 이윽고 경찰은 젊은 의학도 시몬이 사체를 의학 실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시몬은 재판에서 자신이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흠모자임을 숨기지 않고 의학적 탐구의 중요성을 역설하지만 판사는 그를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거기서 그는 음흉한 소장과 만나게 되는데, 사실 이 정신병원의 실질적 지배자는 죽었다고 알려졌던 프랑켄슈타인 박사이다. 여전히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창조하려는 강박에 사로잡혀있다. 완벽한 신인간을 창조하려는 그의 시도는 이미 무용한 것으로 판명되었기에, 그의 손을 거친 작품들은 괴물들로 가득하다.

 

 

마지막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가 울적한 정신 병원을 무대로 하고 있다는 점은 징후적이다. 정신병원은 불온한 영혼들의 집적소이며 세계에서 격리된 곳이다. 사회성을 상실한 창조자의 열정은 여기서 광기로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게다가 그는 양손에 화상을 입었기에 자신의 손을 사용할 수 없다. 젊은 시몬이 그를 대신해야만 한다. 통합되어야 할 모든 것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여기서 요점이다. 창조자와 손의 분리, 사회와 공간의 분리, 몸과 영혼의 분리 등이 그러하다.

 

 

닫힌 공간에서 정신 병원 환자들을 실험대에 올려놓고 부질없는 생명 창조에 정열을 태우는 프랑켄슈타인의 광적인 모습은 피셔가 만든 시리즈 중에서 가장 냉혹하고, 구제의 순간을 찾아볼 수 없다. 뇌를 절개하는 차가운 의술의 장면을 길게 담아내는 장면이나 예술가의 뇌를 이식받았지만 고릴라의 몸에 합지증의 손을 지닌 괴물이 바이올린을 더 이상 연주하지 못해 울적한 상태에 빠져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괴물은 이제 프랑켄슈타인 박사 그 자체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의 제목은 이런 식으로 읽혀져야만 하다. 영혼에 사로잡힌 괴물들과 지옥에서 온 프랑켄슈타인! (김성욱)

 

* 2012 전주국제영화제의 '파멸'이라는 섹션에서 상영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