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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시네바캉스 서울2013- B급 연출의 폭식가 헤수스 프랑코를 기억하며 본문
딱히 공포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헤수스 프랑코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여행길의 서점에서 샀던 것을 떠올려보면 그에 관한 관심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꼭 책을 읽겠다고 샀던 것은 아니었다. 책이란 친구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족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헤수스 프랑코의 영화는 마치 어린 시절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일부러 먼 길을 돌아가야만 했던 골목길 어느 낡은 집과도 같은 인상이다. 피해가면서도 계속 시선이 머물던 곳 말이다. 그러니 두 권의 책을 내가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적당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한 권은 파리에서 구입한 것으로 『판타즘의 에너지』라는 제목의 제법 진지한 분석이 담긴 근사한 책이다. 도쿄에서 샀던 또 한 권은 이런 작가에 관한 책이라면 언제나 한 권쯤은 있기 마련인, 그래서 몇 페이지만 들처봐도 “흠, 이 저자는 매니아임이 틀림없어”라 확신하게 되는 그런 류의 책이다. 제목은 『이형의 감독 : 헤수스 프랑코』이다. 두 권의 책이 나왔던 시점이 각각 2004년과 2005년 무렵임을 감안하자면 전 세계적으로도 헤수스 프랑코를 그래도 새롭게 조명하려 했던 것이 21세기에 들어서였음을 직감할 수 있다. 물론 그건 여전히 다른 나라의 사정이다. 책을 구입하면서도 그의 영화를 상영할 날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올해 ‘뱀파이어와 영화’라는 테마를 시네바캉스의 한 섹션으로 떠올리며 이 기회에 슬쩍 헤수스 프랑코의 작품을 한 편이라도 상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영이 결정되고 나서 얼마 후 뒤늦게 그가 올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헤수스 프랑코에 관한 한 사람들은 그의 영화를 분석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그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평이 자동 반응하는 로봇 같다고 비판했었다). 어떤 이들은(가령 다네의 경우) 그의 작품을 보지는 않았지만 황당무계하여 모순적이기까지 한 그의 영화가 그나마 정직함을 지니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그는 너무 많은 제작에 이름을 올려 비평가들이 도리어 작품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다. 그는 영화 연출의 폭식가로(생전 200편이 넘는 영화를 만들었다!), 혹은 소매치기식 연출(그는 주어진 제작비와 일정을 잘 지키면서 돈을 남겨 같은 제작진들과 두 번째 영화를 만들곤 했다)로 유명하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만든 영화의 질에 관심이 없었고, 가명으로 여러 버전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게다가 그는 고아가 될 법한 영화들의 아버지를 자처했다. 영화가 사양길로 접어들던 6-70년대에 헤수스 프랑코는 마치 1930년대 할리우드 B급영화 감독들처럼 시대착오적인 황금기를 살았다.
그는 평생 어떤 터부에서도 자유로운 영화를 만들었고 고전주의, 언더그라운드, 아방가르드를 대중영화와 접목해 내러티브와 시각적 실험을 도모했다. 말 한 마리로 웨스턴을 찍었던 B급영화 감독들처럼 날림으로 한 편을 해치우는 작가들도 공을 들이는 작품이 있고 가볍게 치부할 수 없는 작품을 남기는 법이다. 그는 걸작을 만들려고 의도했던 작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흥미로운 작품들을 남겼다. 그는 “우리는 먼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그것은 걸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부분의 감독들은 처음부터 걸작을 만드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쇼트들은 완벽한데, 정작 그 결과는 참을 수 없는 영화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었다. 헤수스 프랑코의 모든 영화가 걸작으로 귀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옥석을 가려야만 하는 작품들이 숨겨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 일부러 피해갈 필요도 없다. 한여름의 시네바캉스가 이제 시작했으니 즐기시기를 기원한다.(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이번 '시네바캉스 서울 2013'에서는 '뱀파이어 섹션'에서 헤수스 프랑코의 <레즈비언 뱀파이어>를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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