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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드 액션의 긴장감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 본문
1952년 시네라마[3대의 카메라에서 동시에 촬영한 필름을 3대의 영사기에서 횡장의 스크린에 영사해 입체적인 화면을 얻는 영화로, 스크린의 가로 세로 비율이 1:2.88이다]가 처음 선을 보인 후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앞 다퉈 시네라마와 유사한 와이드 스크린을 만들어냈다.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곳은 20세기 폭스사. 폭스는 프랑스의 발명가인 앙리 크레티앙이 1920년대에 발명한 애너모포스코프의 세계 특허권을 사들였고, 이것을 시네마스코프라 불렀다. 앙리 크레티앙이 고안한 애너모픽 렌즈는 표준 렌즈 앞에 부착해 표준 렌즈가 수용할 수 있는 영상의 2배 정도의 크기를 좌우방향으로 압축해 35mm 필름에 담아낼 수 있게 했다. 이렇게 촬영한 필름을 거대한 와이드 스크린 장비가 설치된 극장에서 펼쳐 보이는 공정을 통해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만들어진다. 기존의 화면보다 2배 넓게 보이는 시네마스코프의 화면비는 1:2.35.
일본의 경우 도호스코프는 가로 세로가 1.37:1에서 1:2.35로 도호가 이 방식을 채택한 것은 1957년 7월의 일이다. 이유는 1953년 2월, NHK 텔레비전 방송의 보급에 대항하기 위해 영화 화면의 크기를 키울 필요성이 있었던 것. 구로사와 아키라는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1958)에서 처음으로 와이드 스크린을 사용했다. 이 경향은 1970년 <도데스 카덴>까지 이어진다. 이미 일본의 영화 회사들은 1957년에 이르러 빠짐없이 자사 제작의 와이드 스크린 영화를 공개하기 시작한다. 도헤이 스코프, 닛카츠 스코프 등 등. 그러나 이러한 와이드 스크린 영화들은 영화 연출에서 문제를 양산했다. 특히나 깊이의 문제가 있다. 촬영시에 애너모픽 렌즈를 다는 것은 초점거리가 길어져 특유의 평면적인 영상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애너모픽 렌즈는 광량이 손실을 불러와 세트에서 촬영시에 전체적으로 선명한 영상을 만들기 쉽지 않았다. 와이드 스크린이 화면이 옆으로 길어진 것이 아니라 도리어 ‘세로가 좁아졌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많은 광량을 동원해 딥포커스 테크닉을 보여주었던 구로사와 아키라 또한 이 문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구로사와의 가장 효과적인 해결은 수직의 구도를 활용해 화면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요짐보>(1961)의 마지막 장면이 이를 예증한다. 저 멀리 후경으로 마지막 결투를 치르기 위해 미후네 도시로가 들어온다. 전경에는 두 명의 남자가 화면의 우편에 서 있고, 세로의 구도로 한 남자가 매달려 있다. 스코프의 수평선과 수직의 충돌. 아직 전경에 있는 이들은 후경에 등장한 미후네 도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 전경의 두 인물은 언제 저 깊이 속에서 등장한 미후네 도시로를 인식할 것인가? 결투를 예고하는 사건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잠시후, 이들은 미후네 도시로의 등장을 알게 되고 화면의 왼편으로 사라진다. 잠시 후에 저 깊이에서부터 화면의 전경으로 액션의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다. 전경의 두 인물이 일어서는 순간 카메라 또한 그들과 함께 상승하면서 왼편에 매달려 있던 사람의 존재가 드러난다. 화면의 전경을 차지하는 이는 이제 밧줄에 매달린 사람. 그는 저 후경에 등장한 미후네 도시로가 이 곳에 오게 된 이유이다. 수평으로 늘어선 악당들의 무리. 그리고 저 멀리 미후네 도시로가 서서히 걸어온다. 와이드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중층적인 프레임과 수직의 구도는 관객의 시선을 넓은 화면에서 수직의 깊이로 향하게 하고 고립과 긴장감을 증대시킨다. 구로사와의 와이드 스크린의 미학은 그런 점에서 미후네 도시로가 집단 내에서 처한 상황, 인물들과의 관계와 심리, 고독감의 테마와도 연결된다.(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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