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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테이블은 비어 있습니다 - 2019년의 시네마테크 본문

소실

테이블은 비어 있습니다 - 2019년의 시네마테크

Hulot 2019. 12. 30. 18:30

지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연말에는 한 해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한 영화들을 되돌아보곤 한다. 올해의 베스트를 뽑기 위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일은 극장을 하는 이들의 몫이 아니다. 다만 우리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이 필름의 추억을 통과해 남게 되기에, 매 한 편의 영화들이 영화관에 발길을 주었던 관객들의 삶에 어떤 사연들로 새겨지게 될까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름과 우리들 사이에 생성된 추억은,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감정들로, 그것에 대해 설명하고 글을 쓰는 일은 어렵고 대체로 많지 않기에, 거의 실어에 빠진 침묵 속에 놓여있기 마련이다. 좀처럼 알려지지 않는 그런 비밀에 관심을 두기에 어둠을 여전히 필요로하는 영화관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를 봤다고 해서 그가 경험한 것을 글이나 말로 표명하지 않고, 또 어떤 관객들은 빈 자리로 아직 어둠 속에 있기에, 이러한 흔적 없이 흩어진 극장에서의 영화의 체험들,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숨겨진, 상영 만큼이나 그 이후에 자리를 떠난 사람들의 발걸음에 놓인 감정들은 영화의 지식이나 이론으로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심오한 부분은 여전히 침묵안에 있고, 많은 이들과 공유되기 어렵지만, 극장을 나서는 이들에게는 개인들의 삶 사이로 그런 것들이 연결되어 퍼지고 있다고 느낀다. 영화에 서열을 부여하고, 그 자체 경쟁하지 않는 영화(관)에 상품평의 비교를 적으며 판단하고, 재단하기보다는 침묵 안에 있는 경험에, 빈 자리에 말을 부여하는 이들의 말과 글을 만나는 일은 그래서 소중하다. 영화관을 하는 일은 그렇게 전하려 해도 전달되지 않고, 표현되지 않는 영화들, 관객들의 침묵과 빈 자리와 함께 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문未聞의 체험들, 기억의 경험을 어떻게든 이어가는 것이다. 그 일이 2020년에도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에게든 지속될 수 있기를.

“우리가 함께 식사를 할 때마다, 자유롭게 자리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의자는 비어 있지만 장소는 정해져 있습니다" - 르네 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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