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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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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실

이미지 뒤편의 세계

Hulot 2020. 2. 13. 10:42

교토에서 온 영사기사 이시이 요시토石井義人씨의 35mm 영사기 점검과 고장에 대한 대처, 유지보수에 관한 워크숍을 조금 떨어져 비좁은 영사실의 벽에 기대어 지켜보고 있었다. 영화에 관한 완벽하게 실용적인 학습법이자 살아 있는 실험실이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마침 오즈의 무성영화 ‘학생 로망스’를 보지 못했다며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싶어했다. 영화가 끝나고 영사기의 상태를 곧바로 점검하고 싶다며 영사실로 들어가서는 예정된 워크숍은 내일이건만, 이미 영사실에 들어선 이상 그의 관심, 아니 직업적 호기심은 억누를 길이 없었다. 소음 가득한 영사실에서 실제 기계들을 조작하고 뜯어보고 점검하며, 질문하고 토론하며 의견들을 교환하는, 손으로 생각하고 일하는 그런 장인들의 세계는 볼 때마다 감탄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이시히씨는 출국하는 오늘도 영사실에 들려 점검을 하고 싶다고 했다. 어제도 말씀드리긴 했지만, 정말 감사하고 고맙고 존경한다고 말하고 싶다. 직업과 공동 관심사를 통해 사람들이 결합한다.
“완벽한 쇼에서, 완벽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영화를 상영하는 영사기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말아야 합니다. 영화는 세상의 마법의 창문으로, 이미지는 저 아래 그들 앞에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들의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잊어버립니다...그래요, 영사기사는 박수를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일을 하고 있고, 그가 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면 관객들은 그가 존재하는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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