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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어느 것도 밤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본문

시네마테크 이야기

어느 것도 밤을 채우려 하지 않았다

Hulot 2021. 2. 5. 10:53


정부 발표에 따르면 현행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설연휴까지 2주 연장된다고 한다. 거리두기 완화를 고려해-비록 소망이었지만- 마지막 상영을 9시를 넘겨 잡아 두었던 시간표를 수정해야만 한다. 이를테면 2월 2일, 2월 9일 상영작의 시간대가 각각 한 시간씩 일찍 시작될 예정이다.


오후 9시 이후에도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제한의 예외적 적용을 받는 공연장처럼 영화관도 시간이 연장되길 바랐는데, 그래야 영화를 좋아하는 직장인 관객들이 평일 퇴근후에도 식사를 하고 영화 한 편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을텐데,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영화관의 상영 시간제한이 벌써 두 달을 넘겼다. 극장은 우려대로 올해가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관이나 문화, 공연시설에 대한 거리두기 완화를 요구하고-이번 발표에서 일부 완화된 부분도 있지만, 이를테면 동반좌석 허용의 경우-, 제한 조치에 따른 문화예술 지원 요구가 지난해 내내 있었지만, 이렇다할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몇 가지 통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가령, 지난 1월 27일에 발표된 일본 영화산업 결산통계를 보면 일본의 경우 2020년 영화관 관객수가 전년대비 54.5% 감소한 1억 613만명으로 보고되었다. 참고로 2019년 일본 관객수는 1억 9천 4백만명이었다. 한국의 경우 정확한 산업결산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최근 기사들을 보면 2020년 관객수가 5천 9백만명이었다고 한다. 2019년 관객수가 2억 2668만명이었으니, 70%이상 감소했다. 참고로 한국의 관람객 수는 2013년 이래로 늘 2억 명을 넘겨 왔다.


일본과 비교할 때 K방역이 더할 나위없이 성공적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화관 관객수는 일본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일본은 심지어 4월 긴급사태 선언후 두어달 모든 극장이 휴관했다. 그럼에도 한국 관객수가 일본보다 적은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이유들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럴 때 다들 플랫폼을 옮길 궁리를 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관객의 감소에 대처하고 극장의 영화관람을 독려하고 극장을 방문할 여건을 조성하고, 영화를 보러 다니는 평범한 즐거움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렇다고 헛된 일은 아닐 것이다. 영화보러 가자, 라는 말을 하고픈 것이다.

“우리는 크게 열린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홀은 밝은 조명을 받고 있었고 더 바깥쪽은 어떤 빛도 멈출 수 없는 밤이었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고 특별히 묘사할 만한 것도 없었다. 조용한 밤이었고 비는 그쳤다…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팔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따뜻한 편이었고 내 뒤에서는 누군가의 담뱃불이 빛나고 있었다. 발걸음을 다시 옮겼다. 어떤 것도 그 밤을 소진시킬 수 없을 것 같았고 어느 것도 그 밤을 채우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02.01.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