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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나고야 시네마테크 폐관 본문

소실

나고야 시네마테크 폐관

Hulot 2023. 5. 22. 12:15


2주전에 들었던 소식이지만, 이제야 간략하게나마 글을 적을 마음이 생겼다. 나고야 시네마테크가 7월 28일 폐관한다고 한다.

지난해 도쿄의 명화좌 이와나미 홀이 문을 닫았던것과 이유는 다르지 않다. 계속된 적자와 경영 위기 때문이다. 폐관을 알리는 안내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코로나 감염확산 이후 적자가 누적되고 지난해 정부, 행정의 지원이 끊기면서 적자폭이 크게 확대되어 폐관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네마테크라지만 나고야 이마이케역 근처 평범한 주상복합빌딩 이층에 세들어 운영하는 사십석 규모의 미니시어터다.
2016년 2월 28일, 시네마테크의 지역 친구들과 함께 이 곳을 방문해 지배인 히라노 유지와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는 1982년 개관 당시에 직원으로 참여해 1987년부터 근 30년 넘게 나고야 시네마테크의 지배인으로 활동했다. 2019년 1월, 그는 세상을 떠났다. 나고야에서 그를 처음 만났고 그날 나눈 대화가 마지막이었다. 57세의 이른 나이다. 지배인이 떠나고 이제는 극장도 문을 닫는다. 빛이 소멸되고 있다.


나고야 시네마테크 극장 로비의 벽에 걸린 액자에는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친필 사인이 있었다. 그날 히라노 유지씨에게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극장을 방문한 적이 있냐고 묻자, 즐거운 표정으로 사연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2003년.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텐>을 상영하던 때에 갑자기 극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나중에 그가 쓴 글을 통해 그 사연을 제대로 접할 수 있었다. 당시 <텐>을 개봉중이던 평일,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극장을 방문할 예정이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평일 낮에 열명도 안되는 관객들이 있을거라는 조심스런 말에 그는 상관없다며 불쑥 극장을 찾아와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몇 명의 관객들에게 “이 영화의 감독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극장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감독들에게 미안한 일인지 느끼곤 한다. 미리 무대인사가 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관객들이 더 찾아왔을텐데, 라는 말에 키아로스타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미리 무대인사를 하겠다고 하면 손님이 들 것이다. 하지만 그곳에 오는 사람은 나를 보고 싶어, 혹은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것은 키아로스타미 본인은 없어도 된다, 그냥 내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인 관객들이다.”

그저 자신의 영화를 좋아해 찾아온 관객들에게 이보다 더 깊은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극장을 하는 나는 이 일화를 늘 되새기곤 한다. 이제 키아로스타미도, 지배인도, 그리고 극장도 사라지면, 유일하게 그날 우연한 행운을 얻었던 관객의 추억에만 극장의 시간이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극장일을 하다보니 더는 할 수 없는 날이 오기 마련이란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난 사십년, 극장도, 직원들도, 관객도 수고 많았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