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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HEQUE DE M. HULOT

스즈키 다쿠지의 <란덴> 본문

영화일기

스즈키 다쿠지의 <란덴>

Hulot 2021. 3. 17. 16:03

스즈키 다쿠지의 <란덴>을 보고 있으면 지난해 회고전으로 소개한 오바야시 노부히코나 혹은 구로사와 기요시, 만다 구니토시처럼 8mm 개인 영화로 시작해 감독이 된 세대들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정취와 어떤 질문들과 마주하게 되는데-스즈키 다쿠지는 고등학생때 8미리 영하를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었고, 도쿄 조형대학 시절에 8미리 영화를, 이어 80년대 자주제작 영화를 만들었다- 이를 뭐라 단정해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이들의 영화에는 늘 영화를 처음 마주하는 순수한 매혹이 있으면서도 영화(역)사의 끄뜨머리에 자신이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하는, 그럼으로 해서 하나의 물리적 움직임에도 다른 영화의 역사-이야기가 작동하고 어떤 제한과 경계도 손쉽게 건너는 자유로움으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이 단지 영화로 치부되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 다른 것이라는 감각이 있다.

 

이를테면, 영화 한 장면에서 8mm 카메라로 란덴을 기록하는 소년은 좋아하는 것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샀는데, 이제는 이걸로 찍은 것을 좋아하게 됐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란덴>에서 소년이 기차를 촬영하는 것은 영화의 기원과도 관련되는데, 교코는 실제로 영화 탄생의 기원지로, 이 영화에서 에이세이가 늘 앉아 있는 역은, 우즈마사라는 옛날부터 영화 촬영소와 제작 프로덕션이 집중돼 있던 곳이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의 역사를 강하게 의식하면서, 동시에 변화하는 것에 대해 묻는다. 카페 주인의 대사를 인상적으로 기억하는데 그는어제와 같은 커피를 마시며 맛이 다르다고 느끼는 ' 대해 묻는다. 내가 변한 건지, 아니면 대상이 변한 것인지. 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변한 것을 인식하지 못하면서 다른 곳이 더 이상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곤 한다. 란덴 嵐電은 쿄토 아라시야마 부근 관광지를 오가는 노면전차로, 스즈키 다쿠지는 영화의 역사가 그랬던 것처럼 이 노면전차를 거대한 이동장치이자 영사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오늘(수), 마지막 상영. 

 

란덴 嵐電 / Randen: The Comings and Goings on a Kyoto Tram(2019)

스즈키 다쿠지 鈴木卓爾 / Suzuki Takuji